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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영화상 심사위원이라면, 올해 최고의 영화 혹은 최고의 배우로 누굴 꼽겠는가. 초원이? 금자씨? 최홍? 백사장?
영화를, 그것도 한 해의 한국영화를 평가하는데 있어 개인의 취향과 성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아마도 100%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을 듯하다. 그러나 비단 그것이 개인의 취향에 국한된 평가라 할지라도 한 해의 영화와 영화인들을 돌아본다는 것은 한국영화가 나아갈 길을 함께 모색해 본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그래서 열혈청년 4명이 뭉쳤다.
지난 5일 저녁 9시, 2005년 1년 동안 <오마이뉴스> 영화면을 통해 독자와의 소통을 시도했던 시민기자 4인이 모여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진심을 담아 '2005한국영화'에 대한 솔직발랄한 의견을 나눴다. 진지함과 때론 통쾌한 웃음이 오간 그 논의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보자.
연말 영화상, 개성이 없다
 |  | | | ▲ 1년 동안 <오마이뉴스> 영화면을 통해 독자와의 소통을 시도했던 시민기자 4인이 모여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진심을 담아 '2005한국영화'에 대한 솔직발랄한 의견을 나눴다. | | | ⓒ 최은경 | 하성태 : "얼마 전 청룡영화상과 대한민국영화대상(이하 영화대상)이 연이어 열려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어떻게들 봤나?"
박형준: "특정 배우와 특정 영화에 몰아주기가 심했던 것 같다. 실제 황정민과 <웰컴 투 동막골>이 두 시상식을 싹쓸이 하다시피 하지 않았나?"(황정민은 청룡영화상에서 <너는 내운명>으로 남우주연상을, 영화대상에서는 <너는 내운명> <달콤한 인생>으로 각각 남우 주·조연상을 받았다. <웰컴 투 동막골>은 영화대상에서 작품상을 비롯 6개 부문을 휩쓸었다)
허지웅: "중복되긴 했지만, 영화대상은 순수하게 투표에 올인 한 것 같다. 수상자 안배를 했다면, 황정민에게 주·조연상을 모두 줬겠나."
양푸름: "영화대상 사회를 봤던 안성기의 말이 생각난다. '요즘은 초반에 한 개를 받아야지 좋은 상을 받는 것 같군요'라는…."
박형준 : "그래도 <동막골>이 6개 부문에서 수상한 것을 보면 투자사나 배급사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게 아닌가 싶다. 안배를 하더라도 흥행작이나 알만한 작품에 몰리는 것 같고."
하성태: "글쎄… <형사>가 촬영이나 기술 부문을 수상한 걸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
허지웅: "영화상마다 자기만의 개성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은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이번 영화대상의 리셉션 담당이 아카데미 시상식 리셉션을 담당했던 사람이라고 하던데 영화상의 권위를 복장이나 영화 외적인 데서 찾으려는 것도 문제다. 자기만의 논조를 가지면 권위는 저절로 생기지 않을까?"
작가주의 영화는 껴주지도 않더라
하성태: "영화상 명단을 보며 느낀 건데, 홍상수나 김기덕 등 소위 작가주의 감독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이제 영화상은 흥행작만을 위주로 하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양푸름: "영화 전문지 빼고는 논의나 이슈 자체가 되지 않는 게 문제다. 이건 홍상수를 포함한 소위 '작가들'이라고 지칭할 만한 감독들에 다 적용되는 문제다."
 |  | | | ▲ 허지웅 기자 | | | 허지웅: "사실 최근 홍상수 감독에게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만큼의 파격이 있었나? 이후 작품들이 평균 이상이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 아우라를 계속 가지고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는 심하게 자의식에 빠진 영화였고, <극장전>에서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파격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박형준: "맞다. 데뷔작 이후의 모든 작품들이 그 패턴에서 돌고 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하성태: "홍상수에게만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아닌가? '작가'적인 감독들은 누구나 자기만의 패턴과 작품 세계가 있기 마련이다."
양푸름 : "장진은 '동막골'도 그렇고, 기획자를 해야 할 것 같다. 이야기꾼이지 영화적인 무엇을 만들어내는 데는 서툰 것 같다. <박수칠 때 떠나라>를 보면 밀폐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지극히 영화적인 소재였는데도 불구하고 중간 중간 이음새도 부자연스럽고, 마지막 논리적인 추리를 뒤엎는 결말도 그렇고."
부풀려진 영화 <형사>, 추석특수 덕 본 <가문의 위기>
박형준: "부풀려진 영화에 <형사-듀얼리스트>를 꼽고 싶다. 이야기를 영상으로 한다는 의도는 이해하는데, 영상에만 너무 치중하다 보니 부실하게 처리한 된 면이 많았다. 특히 하지원의 연기는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을 정도다. 배우가 오버하기 시작하면 연기자로서의 생명은 끝이나 마찬가지다."
하성태: "이명세의 전작들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제작비가 너무 많이 들어갔다는 게 문제지만 그는 꾸준히 이미지를 통해 이야기를 대체하는 것을 실험하고 있는 것 같다. 이번이 좀더 극단적이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  | | | ▲ 양푸름 기자 | | | ⓒ 최은경 | 양푸름: "난 500만 관객을 동원한 <가문의 위기>를 꼽고 싶다. 한 평론가가 300만이 들면 시나리오가 좋은 거고 500만은 국민의식을 건드리거나 반영한 거고 1000만은 4000만 인구에서는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한 적 있다. <가문의 위기>는 조폭 코미디에 폭력과 성적코드가 맞물린 건데 아무런 개연성 없는 성적 코드나 폭력, 욕설들이 난무하는 게 문제다."
박형준: "그래도 <가문의 위기>가 뜬 걸 보면 사람들이 살기 힘들기 때문에 코미디를 찾는 것 같다."
허지웅: "추석에 관객들이 볼 만한 영화가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오랜만에 모인 가족끼리 작가주의 액션 <형사>나 불륜극 <외출>을 볼 수는 없지 않나. <찰리의 초콜릿 공장>이 어느 정도 관객 동원에 성공한 것도 그러한 맥락이라고 본다."
하성태: "동의한다. <가문의 위기>가 뜬 것은 영화 자체의 평가를 떠나 쇼박스 배급의 힘이나 '추석시즌'이라는 특수성 때문이 아닌가 싶다."
양푸름 : "하지만 <가문의 위기>도 가족들이 볼 만한 영화는 아니었다. 말단 조폭들이 전라도 사투리를 쓰며 양아치 행동을 하는 등 지역감정을 웃음의 소재로 쓴 게 거슬렸다."
<사랑해 말순씨>는 페티시즘, <공공의 적2>는 계도영화
허지웅: "<사랑해 말순씨>는 어떤가? 난 70년대 후반과 80년대 초반을 다룬 이 영화에서 역사의 상흔이 향수를 일으키는 소재들로 변질되는 걸 느꼈다. 거의 페티시즘 수준이다. 이 영화에서는 맥락이랑 무관하게 나열한 듯이 보였다. 제목부터 왜 <사랑해 말순씨>인지 모르겠다. '말순'역인 엄마는 비중도 크지 않고, 성장 동기를 부여하는 5명 중 한 사람일 뿐이다."
박형준: "문소리라는 배우 한 사람에 초점을 둬서 그런 것 같다."
하성태 : "이 영화의 포인트는 성장통을 역사와 연결시켰다는 점인데 거기에 아슬아슬한 지점이 있다."
허지웅: "이재응의 연기는 좋았지만 영화자체의 성장통에 대한 형체나 묘사의 밀도는 떨어졌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프로야구 개막식에서 전두환이 시구하는 장면은 영화의 맥락과 전혀 맞지 않았고."
 |  | | | ▲ 하성태 기자 | | | ⓒ 최은경 | 하성태: "<공공의 적2>는 어떻게 봤나? 감독들이나 제작자들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관객들을 계도하고 교훈을 주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 것 같은데."
양푸름: "강철중은 감독 자신이 꿈꾸는 '사회상'이다. 사실 올해 사회적인 발언도 하지 않았나. 그걸 담아내기엔 1편의 강철중은 너무 무식했다."
허지웅: "하지만 1편은 강철중이 전형성을 파괴하고 일탈을 일삼는 형사였다는 게 매력이었다. 그러나 2편에서는 단지 영웅일 뿐이었다. 너무 잘난 영웅에게 어느 관객이 감흥을 받을 수 있겠는가."
양푸름: "1편이 뜰 수 있었던 건 친부를 살해한 비정한 이성재를 처단하는 자로 그 보다 조금 덜 나쁜 형사가 등장했다는 거다. 거기에 비해 정준호는 현실에 분명 존재할 법한 인물이지만, 일부러 감독이 '설정한' 너무나 큰 권력일 뿐이었다."
나만의 강추, 혹은 과소평가 됐던 영화?
하성태: "<그때 그 사람들>은 영화의 완성도는 무시되고 '박지만'씨와 관련된 이슈에 묻혀 죽어버린 영화가 됐다."
허지웅 : "난 다소 비판적이다. 사람들이 이 영화에 대해 너무 많은 기대를 했다. 임상수 감독에게 띠 두르고 운동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 중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은 사람들도 많은데 낄낄대고 관조하는 듯한 시선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양푸름: "난 오히려 그래서 좋았다. 임상수는 상당히 '또라이' 기질을 가지고 사회의 이면들을 보는 것 같다. 임 감독은 하루 동안 벌어진 이야기를 쭉 늘어놓고 장난을 친 것 같다. '이런 말 하다 죽었다, 그걸 봐라, 하루를 보고 판단하면 완전히 코미디였다'는 의미로 들린다."
허지웅: "그랬으면 윤여정이 한 마지막 내레이션은 뭔가. 명백한 가치판단 아닌가?"
하성태 : "그래서 영화가 단순히 의미심장한 코미디로 남을 수밖에 없는 거다. 더 관조하고 좀더 진지했으면 예술이 됐겠지만, 정치적인 부담이 있었겠지. 사실 그 영화의 팩트들은 그동안 방송 다큐멘터리나 공판 진술을 다룬 잡지들을 통해 다 알려진 내용이다. 결국 그걸 어떻게 재구성하느냐는 영화감독이 해야 할 몫이 아닐까? 자세는 아쉽지만 그러한 제스처를 보였고, 늦은 감이 있지만 주류 영화에서 가장 빠른 시도였다는 데 박수를 보내고 싶다."
허지웅: "난 <소년, 천국에 가다>가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동화를 다룬 영화 중 가장 좋은 스토리텔링을 보여줬다. 기존 영화들과 다르다 뿐이지, 못 만든 영화는 절대 아니다. 우리는 가끔 이질감을 허접함으로 이해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 | | ▲ 시민기자들이 '나만의 강추'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 | | ⓒ 최은경 | | 양푸름: "비슷한 점에서 <달콤한 인생>을 꼽고 싶다. 우리나라에서는 없었던 느와르 장르의 시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러티브가 뛰어난 건 아닌데 조명과 미술 등 분위기만은 일품이라는 생각이다."
허지웅: "명백한 남성드라마고 굉장히 단순해서 개연성도 없지만 콘셉트 자체가 형식에 매달린 영화라 일정 정도 성공했다고 본다. 이병헌이 고문당하고 탈주할 때의 클로즈업 신은 마치 <킬빌>이 생각날 정도였다."
하성태: "사실 극장에서 2번, 집에서 1번 총 세 번을 봤지만 난 볼 때 마다 못마땅하고 아쉬웠다. 장르는 느와르를 주장하면서 그게 일관되지 않고 튄다는 게 문제다. 오달수가 나오는 장면들은 완전히 코미디고, 탈주극은 <킬빌>이었다. 그건 그렇고, 난 박찬욱이 하나의 '패션'이 됐다고 보는데 <친철한 금자씨>는 어떻게들 봤나?"
허지웅: "사실 3부작 중 가장 편한 주제 아닌가? 누구나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주제를 만들었다는 게 의외였는데 캐릭터를 남발했다. 카메오도 다 의미를 부여했으면서 말이다."
올해의 흥행작 3편에 딴지 걸다
양푸름: "<말아톤>의 성공은 어떻게 보나? 장애인의 욕망 실현이라는 부분에 동의하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건 어머니에 중점을 두고 얘기를 풀어냈다는 것이다. 어머니의 갈등과 경험, 그 스트레스 사이에서 마라톤을 시켜야 하는 건가 하는 갈등들을 잘 집어낸 것 같다."
하성태: "참 애매한 지점이 장애인을 다룬 영화들이 보이는 타자로서의 설정이다. 지하철 신에서 '우리 아이에게는 장애가 있어요'란 말을 초원의 입으로 내뱉게 하는 것을 보고 결국 장애를 인정해야지만 사회적으로 인정하느냐는 또다른 차원이 아닌가 싶었다."
허지웅: "핸디캡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춘천 마라톤에서 달리는 와중에 환상을 보는 장면에서 초원이의 진심, '내일 해야 할 일 말아톤'으로서의 욕망의 실현이 보였다. 그러나 기존의 장애인들에게는 일반인들이 할 수 없는 것을 해야 한다는 판타지를 심어줬을 수도 있다. 달리기나 공부, 혹은 특별한 재능이 있어야 된다는 것. 혹 '봐라 초원이도 하는데 넌 뭐냐'하는 일반인이 바라보는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아닌지."
 |  | | | ▲ 박형준 기자 | | | ⓒ 최은경 | 박형준: "나는 장애문제 외에도 남자배우가 기근인데 조승우에게 큰 가능성을 봤다. 그동안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에 너무 갇혀버렸다는 느낌이었다면 이제 극복을 한 것 같다."
양푸름: "<웰컴 투 동막골>은 800만 관객이 든 올해 최고의 화제작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신파가 아닌가 싶은데."
허지웅: "별로 할말이 없다. '동화를 가장한 사기'라는 생각 정도?"
하성태: "역사를 회피한 판타지다. 개인과 연합군이 다르게 묘사되고 또 마지막까지 동막골을 기억하는 이가 미군 스미스라는 것도 지나친 확대 해석이 아닌가 싶었다."
박형준: "난 <마파도>의 연장선상이라고 봤다. 보통사람 입장에서는 그런 논리들이 골치만 아프다. 새로운 이상향인 거다. 팝콘비가 얼마나 아름다운가.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보는 건 무리가 있다고 본다."
하성태: "올 가을은 멜로 영화의 승리였다. 그 정점에 <너는 내 운명>이 있는데 난 극장에서 두 번 보고 다 펑펑 울었다(웃음). 에이즈 문제도 나름 조심스레 잘 다룬 것 같고."
박형준: "유치하지만 감동적이어서 마치 오우삼의 영화들이 떠올랐다. 너무 정직해서 감동적인 느낌이랄까."
허지웅: "이 영화를 보고 울지 않는 사람들은 감정이 메마른 거다. 한마디로 진정한 신파의 승리다. 단, 에이즈 문제는 너무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제대로 건드리고 있다면 실제 당사자들이 하고 싶었던 '에이즈가 전염병이 아니다'라는 걸 더 직접적으로 표현해야 하지 않았을까?"
양푸름: "석중 황정민의 순애보 연기는 최고였다."
허지웅: "하긴 <달콤한 인생>의 백사장 역도 최고였다. 주연인 이병헌 보다 훨씬 나았다."
하성태: "그러니까 상을 휩쓸었겠지. 오늘의 난장 토론의 유일한 만장일치는 '배우 황정민 인정'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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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가 어떠셨어요? 점수를 주세요
 맘에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를 쏘세요
| 2005-12-09 14:57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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