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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상품 사회에서 상품화 전략은 소비자를 잘게 쪼개어 낸다. 욕구를 끊임없이 부추기고 세분화된 상품을 만들어낸다. 새로운 세대를 소비시장에 끌어들이기 위해 그들을 겨냥하기 쉽다. 이렇게 되다보면 세대간의 단절과 갈등이 일어나게 된다. 대중문화가 세대간의 단절과 소통 불능을 불러 온다는 비판이 있어왔다. 최근 대중문화에서 ‘세대 공감’이 눈에 띈다. 세대 공감을 일으키는 대중문화 현상과 그 의미에 대해서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몇몇 방송프로그램에서는 ‘세대 공감’을 통해 시청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흔히 오락프로그램은 연예인들이 신변잡기를 다루는 젊은 층의 전유물인 경우가 많다. 이른바 "뉴페이스"라고 하는 젊은 연예인들만 등장한다. 이럴 때 세대 공감을 불러오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오락 프로그램 KBS "상상 플러스" '올드앤뉴'는 세대의 공감을 일으키고 있어 화제가 되어 왔다. 침묵의 매력 덩어리 노현정 아나운서와 탁재훈, 신정환, 이휘재 등의 말 재치가 돋보이는 <상상플러스>의 '세대 공감 올드앤뉴'. 정보와 재미, 사회적인 명분까지도 제공하는 드문 프로그램이다.

세대간 달라진 말에 대한 이해를 통해 세대간의 문화적 심리적 차이를 줄이는 데 목적이 있고 시청자들의 관심과 호평을 받아왔다. 다만, 기성세대 위주의 단어 선정이라는 지적도 있다.

“해피투게더” ‘프렌즈’는 옛 친구를 찾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 이 소재를 통해 누구나 간직하는 추억을 건드린다. 학창시절이나 어렸을 때 소꼽 친구 혹은 골목 친구들인데, 친구들에 대한 기억은 나이와 세대를 떠나 공통적인 것들이 많다. 그때 가지고 놀았던 것들, 놀이들에 대한 추억은 비슷하다.

비록 연예인들의 옛 친구 찾기이지만 그것을 보며 나이와 세대를 떠나 시청자들도 자신의 추억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모두 '순수'의 추억을 떠올리며 공감하게 된다. 20대와 50대 출연자가 나와 친구를 찾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동일하게 보이는 이유이다. 하지만 여전히 젊은 연예인들이 많이 나오는 것은 약점이기도 하다.

KBS “폭소클럽”의 ‘올드보이’는 이전 코미디언, 개그맨들과 신인들의 조화를 꾀하는 방식이다. 기존 개그 프로그램이 젊은층 위주이고 이 때문에 다른 세대들을 배제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신구 세대 개그맨이 짝을 이루어 자신의 특기를 선보이거나 현재 인기를 얻고 있는 개그를 함께 구성해낸다. 이를 통해 세대가 공감하는 개그를 선보이려 한다. 다만, 아직은 신구 세대의 조화를 통한 의미 있는 개그를 보여주지 못해서 아쉬움이 크다. 때에 따라서는 구세대 개그맨이 현재의 인기개그를 모방하는 수준에 머무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옛 곡을 편곡한 리메이크 음반은 2005 가요계에 주 아이콘을 이루며 큰 흐름을 보여 왔다. SG워너비, 싸이, 홍경민, 엠씨더맥스, 박효신, 자우림, 유열, 유리상자, 마야, 이승철, 조성모 등의 리메이크 앨범은 열거하기도 벅찰 만큼 많다. 이런 리메이크는 창조성이 없는, 그야말로 값싸게 돈을 벌기 위한 제작이라는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과거의 노래가 리메이크가 가능하고, 지금 다시 인기를 끈다는 점을 다르게 생각할 필요도 있다. 세대간의 공간을 넘어서서 공통적으로 공감을 가질 수 있는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리메이크가 세대간의 차이를 좁힐 수 있는 매개체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세대간 일치되는 문화적 공감과 코드를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 국제영화제가 열리던 2005년 10월 11일 밤, “태권 브이”는 해운대 요트경기장에서 다시 날았다. "태권브이"는 76년 김청기 감독이 만든 뒤 그간 필름 분실과 재발굴, 디지털 복원 작업 등 지난한 과정을 거쳐 왔다. 마침내 상영장은 쌀쌀한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들로 성황을 이루었고 수많은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태권브이”는 상영되었던 것이다.

분명 “태권 브이”는 과거의 만화영화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한 가족 단위의 관객들, 기성 세대의 마니아 팬은 물론 젊은 애니메이션 동호회원들도 다수 참석했다. 즉, 신구 세대가 공통적으로 공유하는 문화아이콘임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세대는 저마다 달라도 확인된 공통점은 <태권 브이>에 대한 애정이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문화적 감성을 공유하는 매개체로 <태권 브이>는 중요한 소통적 가치를 갖는 셈이었다. 무엇이 세대를 뛰어넘어 '태권 브이'에 열광하게 하는가를 분석한다면 새로운 문화 상품이 탄생할 수 있다.

최근에 드라마에서 사극 제작이 붐이다. 이런 사극들은 모두 기존의 정통 사극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인다. 이른바 '퓨전 사극'이다. 예를 들어 해신 장보고는 과거 역사이지만, 드라마를 통해서는 장신구, 의상, 화장법이나 인물형, 화면 전개, 구성 등은 모두 현대적인 감각을 따르기 마련이다.

이럴 경우 단지 사극은 옛 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라 전세대가 즐기는 컨텐츠가 된다. 또한 제작진이나 방송사의 처지에서는 시청자를 많이 확보하는 셈이다. '대장금'은 국내에서 초등학생부터 노인들에 이르기까지 호응을 얻었으며, 중국에서도 돌풍을 일으켰다. 동아시아성 확보까지 가능해진다.

이렇듯 세대의 공감은 단지 사회 문화적인 소통이라는 측면뿐만 아니라 한류와 같은 문화 상품의 경쟁력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구려 광개토대왕의 영토 확장기나 백제의 해상무역왕국 건설기 혹은 삼별초의 대몽항쟁기를 소재로 한 시뮬레이션 게임을 만든다고 하자. 대개 이러한 프로그램은 20-30대의 프로그래머들이 만드는데 당시 무기, 건물이나 복색과 관련한 역사적 고증은 이들이 완벽하게 할 수 없다. 신구의 조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할리우드에서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 영화가 가능한 이유는 신구세대의 완벽한 조화와 공감이 있기 때문이었다. 일본의 애니메이션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바람 공주 나우시카”, “원령 공주”, “천공의 성 라퓨타”,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은 모두 신구세대의 완벽한 조화와 공감 속에서 꽃피운 문화 상품이었다. 물론 이것이 세계를 휩쓸었다.

상반기 영화 “말아톤”이나 후반기 영화 “웰컴투 동박골”은 모든 세대가 공감할만한 요소를 지녔다. 이른바 대박영화는 전 세대가 공감을 일으킬 때 더욱 확실해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존의 대중문화 산업론에서는 끊임없이 포지셔닝을 세분화해서 세대, 나이, 성별사이에 구분 짓기를 통해 욕망의 차별화 전략을 사용했다. 그렇다보면 세대 간의 단절이 일어나고 소통이 불가능해지는 일들이 벌어진다. 이는 대중문화 상품 자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세대간 갈등과 골이 있다면 그것은 문화적 접근을 통해 우선 그 해결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중문화의 “세대 공감”은 사회적인 소통과 통합을 낳고 대중문화 산업 자체의 중요한 토대이다.

덧붙이는 글 | gonews에 보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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