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저 살 좀 봐….”
뼈만 앙상하게 남은 한 소녀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이렇게 말한다. 그리고 더욱 처절하게 먹는 것을 거부한다. 문득 이 소녀만의 터무니없는 논리의 근거가 궁금해진다.
한 자료 테이프를 통해 냉장고에 있는 먹을 것을 꾸역꾸역 입에 넣고 씹지도 않은 채 음식물을 넘기며 다 먹어 치운 후, 화장실로 가서 문을 걸어 잠그고 마치 의식을 치르듯 반시간 동안 먹은 것을 토해내고 나서, 기진맥진한 모습으로 체중을 재는 20대 여성의 모습도 문득 떠오른다.
해소되지 못한 갈등은 무의식 속에 묻혀지고, 이렇게 무의식에 잠재된 갈등은 끊임없이 우리를 괴롭히며, 여러 가지 왜곡된 모습으로 표출이 된다고 했다. 이런 왜곡된 모습들 중의 하나가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들 주변에 점점 쉽게 발견돼가고 있는 섭식장애이다.
 |  | | | | | | ⓒ 정해영 | 자신의 인생을 통제할 수 없다는 느낌, 부적절감, 우울, 불안, 분노, 공허함, 외로움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하고, 가족 내 불화 혹은 주변 사람들과의 원만치 못한 관계, 또는 성적 혹은 신체적으로 놀림이나 학대 받은 경험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집안에 비만한 사람이 많거나, 부모님이 먹는 것 혹은 체중에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부모님이 자녀의 성취에 과도한 기대를 보이는 등의 가족 내 요인이 또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특히 날씬한 여성만을 미인으로 강조하는 풍토와 그에 따른 지나친 다이어트가 섭식장애의 큰 발병 요인이 되고 있다.
이들 질환이 사회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환자들이 환자임을 극구 부인하기 때문에 실제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극소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방치할 경우 그 부작용은 심각하다. 거식증은 극심한 영양 결핍으로 인한 부작용 외에 무월경, 골다공증, 갑상선 기능저하, 대뇌 위축 등을 초래하고, 폭식증 환자는 위통, 위확장 외에 전해질 불균형, 부정맥, 치통 등을 겪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질환은 발병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70∼80%가 호전되지만, 미국의 경우 증상이 악화된 입원환자의 10%정도가 사망한다고 한다.
 |  | | | | | | ⓒ 정해영 | 섭식장애 치료는 한 가지 방법만으로는 효과를 거두기가 어렵기 때문에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양한 치료법을 병행하게 된다. 그들은 자기 자신의 느낌들을 규명하고 받아들이거나 그러한 것들을 잘 표현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치료의 중요한 과제는 자신과 관련된 창의성을 고무하고 끌어내어 왜곡되지 않은 자기표현과 자기탐험을 통해 자신감을 북돋는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미술치료는 섭식장애환자들에게 효과적인 의사소통방법을 제공한다.
심상(image)표현은 보다 덜 위협적이고 보다 더 통제된 표현수단으로 환자의 내적 갈등과 감정표현의 배수구 역할을 한다. 그렇게 표출된 이미지는 환자가 모르거나 부정하는 감정이나 생각, 기억을 의식 수준으로 끌어 올려 환자로 하여금 인식하게 하고, 따라서 환자 자신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킨다. 나아가 이미지에 대해 치료사와 함께 이야기하면서 환자는 보다 깊은 관계형성과 내면에의 통찰을 할 수 있게 된다. 치료사에게 만든 이미지에 대해서 의견을 꺼내놓는다는 것은 곧, 내적 자아를 발견했다는 증거이고 그럼으로 해서 자기를 확인한다. 이러한 자기표현, 자기탐험, 그리고 자기확인을 통해 환자는 사회적인 현실과 심리적인 현실에 알맞게 적응할 수 있는 힘을 되찾게 되는 것이다.
섭식장애는 자신과 인생에 대처하는 한 방법이지만, 동시에 자신과 삶으로부터 도피하는 수단이다. 환자가 자신이 환자임을 부인하는 까닭에 섭식장애치료를 위해서는 주위 가족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전문의료기관을 찾아 환자의 신체적, 심리적, 정신사회적 측면의 건강상태에 대한 평가를 받고, 증상의 심각성에 따라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전문적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덧붙이는 글 | * 서울백병원 섭식장애클리닉 에서는 청소년, 남녀성인 섭식장애자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정해영 기자는 미술치료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
 기사가 어떠셨어요? 점수를 주세요
 맘에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를 쏘세요
| 2005-08-04 16:14 |
ⓒ 2007 OhmyNews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