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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고 푸른 하늘, 곱게 물든 은행잎이 우수수 떨어지던 지난 7일 일요일 오전 11시였다.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에 있는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목사 염동석) 성도들이 '이웃을 사랑합시다' 어깨띠를 두르고, 손에는 빗자루와 집게를 들고 일사불란하게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상가 밀집지역인 관양동 일대를 돌며 대대적인 환경정화 활동을 전개했다. 구석구석 틈새까지 꼼꼼히 살피고 오랫동안 방치되었던 쓰레기와 주차된 차량 밑 쓰레기까지 직접 손으로 끄집어내는 모습은 잘 훈련된 개미군단을 보는 듯했다.

▲ 성도들이 지나간 거리는 깨끗하다.
ⓒ 김재경
교회가 있는 관양동 일대는 구도시 상가밀집 지역이라서 담배꽁초는 물론이고, 비닐이나 과자봉지들이 난무했지만, 개미군단이 지나가자 거리는 몰라보게 깨끗해졌다.

상가 주인들은 씽긋 눈인사로 개미군단을 격려했고, 행인들은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신앙이 아니면 저렇게 못해요"라며 지나간다.

더러는 말끔해진 거리에 보란 듯이 껌이나 담배꽁초를 휙 던지고 가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성도들은 얼굴조차 찡그리지 않았다. 오히려 만나는 사람마다 "안녕하세요. 복 많이 받으세요" 인사까지 하며 종일 스마일이다.

▲ 가판대 밑의 쓰레기까지 찾는 형제의 고사리 손
ⓒ 김재경

교인들은 이구 동성으로 "거리청소를 시작하며 우리들의 마음까지 깨끗해지는 것 같아서 참 좋아요"하고 입을 모은다. 엄마를 따라 온 김태선(9) 태원(7) 형제는 의젓하게 가판대 컨테이너 밑에 있는 쓰레기까지 고사리 손으로 끄집어내고 있었다.

부모를 따라 청소에 참여한 올망졸망한 개구쟁이들도 모두가 내 일처럼 열심이다. 한 성도는 "청소야말로 학교에서조차 배울 수 없는 산 교육이죠"라고 말한다.

앞자락이 온통 허연 페인트로 범벅이 된 검은 조끼를 입고 홀로 거리를 쓸고 있는 젊은이가 보였다. 염동석(41) 목사였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을 아름답게 가꾸고, 보존하는 일이 이웃을 사랑하고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길이지요"라며 묵묵히 쓰레기를 담는다.

박매자 집사는 "청소를 처음 시작하던 1년 전에는 종량제 봉투 비용도 만만치 않았어요. 1톤 트럭 분량의 쓰레기를 검은 비닐봉지에 담아서 한 장소에 수북히 쌓아 두었더니, 무단투기라며 민원이 동사무소에 접수되었대요. 헛일 삼아 동사무소를 찾아갔더니, 사무장님께서 '지역사회를 깨끗이 하는데 당연히 지원해 드려야지요'하며 고맙게도 청소도구는 물론 종량제 봉투까지 지원해 주셔서 얼마나 고맙던지…"하며 즐거워한다.

▲ 모아진 쓰레기를 옮기고 있다.
ⓒ 김재경
개미군단은 상가골목을 다 훑고 도로변으로 나왔다. 지저분해진 풀 한 포기까지 성도들은 안간힘을 다해 뽑아냈다. 어린이가 겨우 몸을 비집고 들어갈 빌딩 좁은 공간에 수북히 쌓였던 쓰레기더미도 성도들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한쪽 팔을 집어넣고 한 웅큼씩 쓰레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제가 팔이 더 길어요. 어서 나오세요."
"아니에요. 제가 할게요"

다투다시피 서로 하겠다는 모습은 여기가 천국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앗! 조심하세요. 간판으로 통하는 전기가 살아 있어요. 습기가 많아서 위험해요."

조심조심 손으로 주워내고 빗자루로 말끔히 쓸어냈다. 빌딩 틈에서 나온 쓰레기는 종량제 봉투를 가득 채울 만큼 많았다.

▲ 2시간 동안 모은 쓰레기더미
ⓒ 김재경

개미군단의 빠른 손놀림이 2시간 정도 지났을까. 거리는 몰라보게 산뜻해졌다. "아~ 깨끗하다. 이젠 처음보다 쓰레기 양도 엄청 줄었어요"하며 스스로 감탄하고 흡족해 하는 성도들의 모습은 깨끗해진 거리만큼이나 아름다웠다.

하나님의 가르침을 따라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길 자청하는 성도들을 보며 염동석 목사의 말이 귓전을 맴돈다.

"종교 대국이라고 할만큼 기독교인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모든 성도들이 내 주변만 깨끗이 치워도 세상은 몰라보게 깨끗해질 겁니다."

▲ "청소는 마음까지 깨끗하게 한다"며 활짝 웃는 성도들
ⓒ 김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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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 인간 냄새나는 진솔한 삶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현재,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이며 (사) 한국편지가족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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