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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의원들로 구성된 `극단 여의도`는 28일 저녁 전남 곡성 봉조리 농촌체험마을에서 `환생경제`를 창단기념으로 공연했다. 아버지 `노가리`역을 맡은 주호영 의원과 번영회장역을 맡은 송영선 의원, 부녀회장역을 맡은 박순자 의원이 둘째아들 `경제`를 죽인 책임을 얘기하며 서로 욕설을 퍼붓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호남과의 화해'를 내세운 한나라당 의원연찬회. 리허설 때부터 이미 노무현 대통령을 빗대 성적 비하와 욕설로 논란을 빚은 여의도극단(단장 박찬숙)의 본 공연은 더 노골적이고, 원색적이었다.

한나라당 의원들 24명으로 구성된 '극단 여의도'는 연찬회 첫 날인 28일 전남 곡성 봉조리 주민들 앞에서 창단 공연을 했다. 정치풍자극 '환생경제'라는 제목의 이 연극의 주인공은 "허구한 날 술 퍼마시고 마누라 두들겨 패고 가재도구 때려부수는, 그래서 집안 말아 먹은" 무능한 가장의 '노가리'(주호영 의원 분)가 그 주인공.

'민생'(심채철 의원 분)과 '경제' 두 아들을 둔 노가리는 둘째 아들 경제가 제대로 먹지 못해 '후천성영양결핍신경근육마비'라는 병을 얻어 죽게 되는 장례식장에서 소주병을 꿰 차고 술주정만 해댄다. 노가리는 아들의 죽음은 순전히 집터가 안좋기 때문이라며 집기둥에 톱질을 해대며 이사갈 궁리만 한다. 반면 어머니 '근애(이혜훈 의원 분)'는 이사를 반대하며 경제의 회생을 바라면서 시종일관 아들의 죽음에 슬피 흐느껴 운다.

▲ 아버지 `노가리`역을 맡은 주호영 의원과 큰아들 `민생`역을 맡을 심재철 의원이 이사를 둘러싸고 싸우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노무현 어록과 과거사·수도이전 등 정치현안 섞어 원색적인 비난

연극 곳곳에는 노가리가 노무현 대통령이고, 근애가 박근혜 대표를 상징한다는 사실이 거의 직설화법으로 묘사된다. "이 쯤되면 막가자는 거지요" "대통령 노릇 못해먹겠다" 등 노 대통령의 어록이 등장하며 수도이전, 과거사 문제 등 현안이 줄거리의 중심을 이룬다.

큰아들 민생은 노가리를 향해 "아버지가 바람나서 돌아다니는 동안 엄마는 집안 챙기고 그 덕분에 살고 있는데 아버지는 한 일이 뭐 있어요? 호적 타령이나 하고, 호적에서 밥이 나옵니까 술이 나옵니까"라고 과거사 청산작업을 비판한다.

아들이 대들자 노가리는 "개나 소나 힘으로 밀어붙이니 이거 애비 노릇도 못해먹겠어"라며 "이게 우리 집 꼴이요, 계급장 다 떼고 위아래도 없고 공부 잘하던 경제도 죽고 이게 다 이 빌어먹을 집터 탓이요"라며 집기둥에 톱질을 해댄다.

멀쩡한 집기둥을 자르려는 이유에 대해 노가리는 "그냥 가자면 말을 안들으니 집이 휘어야 마누라 자식이 내 말듣고 따라오지, 그게 다 고단수 전략이야, 난 한다면 하는 놈이야"라고 말한다.

아들 경제를 데려가기 위해 등장한 '저승사자'(주성영 의원 분)는 "이사를 가려면 먼저 식구들이랑 상의를 하는 게 순서가 아닌가"라며 "600년 넘은 고택이고 문화유산인데 전문가를 불러야 하지 않냐"고 충고하지만 노가리는 막무가내로 "늙은이 말을 뭘 들을 게 있어. 김홍신이 말처럼 재봉틀로 입을 쫙 박아버야 해"라고 광분한다.

▲ 21세기 민족민주 풍수지리학회 회장 `뻔데기`역을 맡은 정두언 의원, `5천년 역사바로세우기 위원장` 깍두기 역을 맡은 정병국 의원, 아버지 `노가리`역을 맡은 주호영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또한 노가리의 친구로 등장한 '뻔데기'(정두언 의원 분)는 21세기 민족민주 풍수지리학회 회장으로 서울 세종로 제일대학의 교수. 그는 노가리에게 이사를 부추기며 "새끼고 뭐고 동지 아니면 다 적이야, 우리말 안 들으면 다 죽여야 해"라고 소리친다.

정부여당의 신행정수도이전사업을 맹목적인 밀어붙이기 식이라며 비판해온 한나라당의 입장이 드러난 대목이다. 이 연극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경제문제는 관심이 없고 오직 치적 쌓기에만 열중인 사람으로 등장한다. 그 중 하나가 남북교류사업.

노가리의 친구 '깍두기'(정병국 의원 분)는 "단군시대부터 김대중 정부까지의 역사를 바로세운다"는 5천년 역사바로세우기 위원장. "대학 때 공부는 지지리도 못하고 운동만 하고 다닌" 그는 노가리에게 위원장 자리를 하나 제안하며 갖은 위세를 다 부린다.

실업자인 노가리가 제안받은 위원회는 그 이름도 길다. '남북통일을 위한 한민족 상호간 증오심 거두기 운동본부 산하 웃음되찾기 연구소 부설 민족민주개그위원회'. 이 위원회 위원장의 자격은 "말을 잘해야 한다"는 것. 그것도 "아주 싸가지 없게, 순간적으로 말을 잘 바꾸고 즉흥적이고 화려한 수사와 언변, 그리고 두꺼운 낯짝이 필요하다"며 깍두기는 "그 분야 최고"의 노가리를 추천하겠다고 약속한다.

또한 깍두기가 "못 웃겨도 좋다, 남북대화만 성사시키면 모든 것을 깽판쳐도 좋다, 너는 김정일 위원장을 웃길 수 있잖아"라고 독려하자, 이에 노가리는 한나라당이 지난 총선에서 로고송으로 사용한 일명 '개구리송'을 율동과 함께 불러 보인다.

"그 놈은 거시기 달고 다닐 자격도 없는 놈이야"

▲ 아버지 `노가리`역을 맡은 주호영 의원이 `올챙이`노래와 춤을 추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참여정부의 과거사 청산작업과 관련한 묘사는 더욱 냉소적이다. 최근 정치인들의 가계 친일전력 시비가 이는 것과 관련, "고아만이 떳떳하게 살 수 있다"로 비꼬았다.

깍두기: 너네 대학 총장선거가 언제야. 너 출마하지. 내가 뒤봐줄께. 경쟁자가 나오면 그 명단만 보내. 내가 누구냐. 5천년 역사바로세우기 위원장 아니냐. 누구든지 할아버지, 아버지 뒤를 캐면 걸리는 게 나오거든. 아마 단군 할아버지도 뒤를 캐면 뭔가 나올 껄. 너는 고아잖아. 뒤를 캐면 뭐가 나올 게 있겠어?
뻔데기: 그래 나는 고아라는 게 정말 자랑스러워.
깍두기: 고아가 떳떳하게 살수 있는 이 세상. 이 얼마나 멋진 세상인가. 이게 바로 참회정부의 위협이야.


정치현안에 근거한 인신공격에서 나아가 "육××놈" "개×놈" "불×값" 등의 욕설과 성기묘사를 동원한 비난은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근애의 친구로 등장하는 '번영회장'(송영선 의원 분), '부녀회장'(박순자 의원 분)은 장례식장에 등장, 다음처럼 노가리를 욕하며 근애를 위로한다.

번영회장: 안녕하세요.
노가리: 자식새끼 죽었는데 안녕은 무슨 안녕!
부녀회장: 인사를 해도 욕을 하는 뭐 이런 개×놈이 다 있어.
노가리: 이쯤 가면 막 가자는 거지요.
부녀회장: 사내로 태어났으면 불×값을 해야지. 육××놈. 죽일 놈 같으니라고.
노가리: 나도 다 사정이 있어요. 경제 죽고 나니 가슴이 싸릿싸릿 하오. 근데 내 탓이 아니고 순전히 집터가 안 좋아서 그런 거 아니요. 명당이라면 집안 꼴이 이런가. 그런데 마누라는 (이사를) 기를 쓰고 반대하니. 부창부수라고 하는데 복장 터지요.
(장면 바뀌어 친구들이 근애를 위로하며)
번영회장: 근애야, 이혼해.
부녀회장: 그래 이혼하고 위자료로 그 거나 떼달라 그래, 그 거시기.
번영회장: 그 놈은 거시기 달고 다닐 자격도 없는 놈이야.


▲ 어머니 `박근애`역을 맡은 이혜훈 의원이 아들 `경제`의 편지를 받아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반면 근애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내놓을 수 있는 헌신적인 어머니로 그려진다. 저승사자는 "경제를 살려주는 대신 저 썩을 놈의 아버지를 데려가면 안되겠냐"고 근애에게 묻지만, 근애는 "입이 거칠어 망발하고 가볍게 처신하지만 민생이를 애비 없는 자식 만들 수는 없다"며 "차라리 나를 데려가라"고 애원한다.

이에 염라대왕의 '판결'은 "죽은 경제를 살려주고 대신 남편을 데려가되 그 집행을 3년 연기"하는 것으로 극은 마무리된다. 3년의 집행유예는 대통령 임기를 뜻한다. 그러면서 저승사자가 노가리에게 던지는 마지막 말.

"지 새끼 죽은지 모르고 상가집에서 춤을 추는 등신 같은 놈아. 앞으로 3년 간 어떤 짓 하지말고 제발 입조심하고 똑바로 하거라."

▲ 박근혜 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가 웃으며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박근혜 대표 "프로를 방불케 하는 연기" 호평

연극 곳곳에는 '민주세력'에 대한 비아냥도 드러난다. 노가리의 친구는 사실 "전두환 때 선거벽보에 오줌 싸다가, 그것도 얼굴에 정통으로 맞춰 민주투사가 되었"고, "운동권 학생들은 올림픽대회에 내보내 금메달을 따오게 해야 된다"는 식이다.

박근혜 대표는 숙소로 돌아와 이번 연극에 대해 "프로를 방불케하는 연기였다"고 호평했다. 한나라당 의원들 역시 시종일관 박장대소를 하며 극에 몰입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무대 뒤편에 뒷짐지고 선 주민들은 시큰둥한 표정이었고, 기자들 사이에서도 "너무한 거 아냐"라는 소리가 오갔다.

연출 경험이 있는 이재오 의원은 "너무 직설적이긴 하다"며 "메시지를 줄이고 우회적으로 보여줘야 했는데…"라고 아쉬움을 표했지만 전체적으로는 후한 점수를 줬다. 욕설과 성적비하에 대해 노가리 역의 주호영 의원은 "5일만에 급하게 배역을 소화하느라 미처 의식하지 못했다"며 "아마추어인 점을 이해해달라"고 해명했다.

비판적 창조를 통해 '재치'와 '깨우침'을 목표로 하는 풍자극. 대중문화를 통해 호남민심에 다가가려했던 한나라당 의원들의 모처럼의 시도가 전남 곡성 봉조리 주민들에게 어떤 '깨우침'을 전달했는지 의문이다. 이미 리허설 동영상을 봤을 뿐인 네티즌들의 성토는 빗발치고 있다.

▲ 공연을 마치고 아버지 `노가리`역을 맡은 주호영 의원이 무대인사를 하던도중 "나라 절단낼까요"하자, 의원들이 손을 내젓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공연을 마치고 박근혜 대표와 어머니 `박근애`역을 맡은 이혜훈 의원등이 인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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