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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5일 개관한 '구서이면사무소'
ⓒ 오마이뉴스 강이종행
일제시대 수탈의 상징이었던 조선총독부에 의해 만들어진 면사무소 복원에 안양시에서 30억원의 시예산을 투입해 운영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도 안양시 안양1동 사무소 바로 옆에 지난 15일 개관한 '구(舊)서이면사무소'가 그곳이다.

서이면사무소는 1917년 상서면과 하서면으로 나뉘어 있던 두개 면을 합치면서 지어졌다. 당시 건물 상량문(집을 새로 짓거나 고친 내력, 날짜, 시간 등을 적은 글)에는 '새로 관청을 서이면에 지음에 마침 천장절(일본 왕의 생일)을 만나 들보를 올린다'(과천문화원 소재 '우산만고' 중)고 적혀 있어 한일합방을 정당화하고 상량식을 일본 왕의 생일날로 정해 거행한 것으로 밝혀져 친일논란을 빚은 바 있다.

또 당시 발행된 관보에 의하면, 1930년 1월 28일 총독부 훈공자 명단에도 '조선총독부 경기도 시흥군 서이면장 중6 조한구'라고 서이면이 총독부 소속임을 밝히고 있다. 조씨는 일제로부터 1933년 한차례 더 훈장을 받았다.(2002 안양학연구소 발간 <관보로 본 안양근대사> 중)

하지만 안양시는 서이면사무소의 복원과 관련 "역사성과 전통 한옥으로서의 높은 가치를 지닌 이곳을 보존하고자 한다"(서이면사무소 안내자료)라는 의미를 부여하며 일제 협조 내용을 뺀 채 개관했다.

사무소 내부에는 면장실, 숙직실 등 당시 구조를 재현했으며 '서이면사무소 관보' 등 사료가 전시돼 있다. '근대식 면사무소'로서의 역사적 가치만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안양시에서는 지난 2001년 시민단체 회원들과 '제대로된 역사 복원'을 약속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아 비난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28일 오후 2시20분 민족문제연구소(아래 연구소) 주최로 서이면사무소 앞에서 '옛 서이면사무소 일제수탈사 자료관 환원 촉구집회'가 열렸다. "이왕 예산을 들여 건물 복원은 했으니 서이면서무소를 치욕스런 역사의 현장으로 인정하고 '일제 수탈사 자료관'으로 활용하자"는 것이 이들의 주장. 이들은 30분간 집회 뒤 안양 최고 번화가인 안양 1번가를 돌며 관련 유인물을 배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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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옛 서이면사무소 일제수탈사자료관 환원' 촉구 집회가 열렸다.
ⓒ 오마이뉴스 강이종행

민족문제연구소 "서이면사무소를 일제 수탈사 자료관으로"

"며칠 전 교육방송에서 수능 국사 강의를 하는 장면을 우연히 보게 됐다. 한 강사가 고구려 관련 문제의 답을 해설하고 있었는데 '부끄러운 일은 답이 아니겠죠' 말을 했다. 양지만 가르치고 있는 게 우리 교육이다. 부끄러웠던 역사도 우리 역사다. 이스라엘의 경우 나치에 의해 죽임을 당했던 창피했던 역사를 '홀로코스트'를 통해 남겼다. 서이면사무소를 '한국판 홀로코스트관'으로 활용하자."

이날 집회에서 사회를 맡은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의 말이다. 이 자리에 모인 30여명의 연구소 회원들과 안양시민들은 "옛 서이면사무소를 일제 수탈사자료관으로 활용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라"라고 입을 모았다.

참가자들은 상징적인 의미에서 면사무소 입구에 일장기를 달았으며, 모든 집회가 끝난 뒤 "이곳은 조선총독부 서이면사무소"라는 문구를 담벼락에 붙여 지나가던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 자리에는 안양시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이종걸 열린우리당 의원이 참석했다. 이 의원은 발언을 통해 "서이면사무소에 대한 내력을 듣고보니 총독부 주최로 일제를 홍보하고 사무수행을 했고 수탈의 중심에 있던 것 같다"며 "오늘 집회가 사무소를 철거하자는 것이 아니라 부끄러운 일제수탈 현장이라는 것을 후손에게 알리자는 것으로 이해해 이 자리에 섰다"고 지지의사를 밝혔다.

정성희 민주노동당 안양시 동안구지구당 위원장 역시 "일본이 독도를 자기들 땅이라고 하고 있고 중국이 고구려를 자신들의 변방으로 주장하는 가운데 안양시 한복판에서 우리 역사가 왜곡되고 있는 것에 우리 모두 부끄러워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가슴아픈 역사를 되새겨 산 역사교육으로 삼아야 한다, 이곳은 작은 지역이지만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모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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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1년부터 '일제 수탈사 자료관' 주장을 해온 이형진씨(오른쪽)가 서면이사무소 내부를 설명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강이종행

"안양시 약속 어겼다"

오랫동안 서이면사무소 '일제 수탈사 자료관'을 진행해오던 사람은 이형진(민족문제연구소 회원)씨다. 이씨는 광복군 출신의 독립운동가 이재현 선생의 아들이기도 하다. 이씨는 지난 2001년 처음 '서이면사무소 복원 계획'이 안양시에서 수립될 때부터 지금까지 이 일을 추진해오고 있다.

이씨는 이날 경과보고를 갖고 "2001년 당시 '일제 수탈사 자료관'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던 신중대 시장이 약속을 어기고 서이면사무소를 만들었다"며 "앞으로 시정되지 않는다면 법적 투쟁까지 불사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안양시의 거짓이 드러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안양시 내부를 잘 알고 2001년 신 시장과 시민단체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 배석했다는 인사는 "시에서는 근대사료로서 '당시 근무환경의 재현'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 시민단체 회원들 역시 이에 동의하면서 동시에 '일제 수탈사 자료관'의 측면도 함께 가야한다고 주장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이날 집회에는 안양시 관계자 2명이 나와 끝까지 행사를 지켜봤다. 사무소 현장관계자는 오늘 집회와 관련 "앞으로 시민단체와 협의과정을 통해 미흡한 수탈자료도 수집되는대로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심 한복판에 30억 들여 지어진 서이면사무소. 이곳이 치욕스럽던 우리 역사의 치부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일제 수탈 자료관'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개관식 때까지 역사적 배경 잘 몰랐다"
개관식과 집회 동시 참석한 이종걸 의원

28일 집회에 함께 한 이종걸 의원은 지난 15일 개관식에도 참석했다고 한다. 만주에서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하는 등 대표적인 독립운동가로 알려진 이회영 선생의 증손자이기도 한 이 의원은 개관식에서는 "젊은이들에게 잊혀진 역사 알리자"는 취지의 개관인사를 했다고 한다.

이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 때까지 '조선총독부 서이면사무소'라는 배경은 잘 몰랐다"며 "무식했던 터"라고 솔직히 털어놨다.

이 의원은 "우선 많은 이 예산이 서이면이사무소 복원에 투입된 것이 옳은 것인지 생각해봐야 하고, 이왕 30억이란 예산이 투입됐으니 치욕스럽고 어두운 역사를 드러내 의미를 새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앞으로 향후 '일제 수탈사 자료관' 회복과 관련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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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