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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저귀 발언에 대한 긴급토론회.
ⓒ 오마이뉴스 조호진
"우리 교단에서 여자가 목사안수를 받는다는 것은 택도 없다. 여자가 기저귀 차고 어디 강단에 올라와!"

'예수교장로회·합동(이하 예장)' 신임 총회장인 임태득(대구 대명교회 당회장) 목사가 지난 12일 교단 신학대학교인 '총신대학교(이하 총신대)' 수요 예배에서 행한 여성비하 발언이다.

임 목사는 이날 뿐 아니라 지난 10월 30일 총신대 신학대학원 설교에서도 여성안수를 반대하는 내용의 여성비하 발언을 해 여학생들이 설교 도중 집단퇴장 하는 등 물의를 일으켰다. 여성목회자들과 교회개혁세력들은 임 목사의 '기저귀' 발언에 대해, 가부장적인 사고에 사로잡힌 일부 목사들의 천박한 여성관을 드러낸 고질적인 사건이라며 강력 대처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한국여신학자협의회(이하 여신협)'와 '평화를만드는여성회' 등 32개 기독교 및 여성인권 단체들은 임 목사의 발언이 여성을 비하하고 생명을 경시한 망언이라고 규정, 공개사과와 총회장 사퇴요구에 나섰다.

이들 단체들은 20일 성명서에서 "신임 총회장 임태득 목사가 설교 중에 한 비상식적이고 몰지각한 여성비하 발언(일명 기저귀 발언)에 대해 분노와 경악을 금치 못한다"면서 "이 발언은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이 땅의 모든 여성으로 하여금 수치심과 모멸감을 불러일으킨 언어폭력"이라고 거세게 비난했다.

이들은 또 "우리 기독여성들은 한국 사회와 교회 내에 가부장적이고 성차별적인 편견과 고정관념이 뿌리 깊게 도사리고 있음을 새삼 실감했다"며 "이러한 망언을 진지하게 뉘우치지 않고 여론을 의식해 임시로 무마하려는 총회장의 태도를 용납하지 않겠다"며 공개사과와 총회장 사퇴, 양성평등과 여성안수제 등을 촉구했다.

"교회 성차별은 기독교에 숨어 있는 악의 축"

▲ 기저귀 발언에 대한 기자회견.
ⓒ 뉴스엔죠이 제공.
'한국여신학자협의회(공동대표·이호순)'는 28일 오후 2시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여성비하·생명경시 발언에 대한 긴급토론회'를 가졌다.

이날 토론회에서 유춘자(여·기독여성미디어운동센터) 소장은 '설교에서의 성차별 실태 고발'이란 제목의 주제발표에서 "임태득 목사의 여성목사 안수를 거부하는 기저귀 발언은 양성평등을 거스르는 전근대적인 사고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유 소장은 또 "가부장적인 남성 목회자들이 설교를 통해 성차별을 하고 있지만 70%를 차지하는 교회여성들은 주체성도 자긍심도 갖지 못하고 있다"면서 "남성 목사들의 설교에서 여성차별 발언, 여성의 주체성과 자긍심 훼손 발언, 목사들의 성역화 발언 등에 대한 적극적인 비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영실(여·성공회대 신약학) 교수는 '여성안수, 과연 비 성서적인가?'라는 제목의 주제발표에서 "율법을 강조했던 유대인들이 예수를 죽인 것처럼 오늘의 한국 교회현실이 당시와 비슷하다"면서 "여성의 해산과 피 흘림을 존경하고 경외했으나 가부장 사회로 바뀌면서 여성경시가 비롯됐다"고 남성중심의 왜곡된 성경해석을 반박했다.

최 교수는 또한 "예장총회는 총회장 사퇴요구에 대해 용서와 기도로 해결하자고 하지만 성서에서는 무조건적인 용서가 아니라 일곱 번의 잘못을 일곱 번 회개하면 용서해주라고 되어 있다"면서 "교회 여성 성직자들이 카톨릭 수녀들과 연대해 힘을 모아 파병 반대 등 평화를 담당해 온 여성의 직무를 해야 한다"며 임 목사에 대한 용서는 총회장 사퇴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충구(감리교신학대 기독교윤리) 교수는 '교회내 여성차별, 하나님의 질서인가?'라는 제목의 주제발표에서 "교회의 성차별은 지식, 권력, 권위를 가진 자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교회의 성차별은 기독교에 숨어 있는 악의 축이다"라면서 "사랑과 거룩이라는 이름에 의해 여성은 차별을 받고 있으며 성차별의 중심지가 바로 종교라는 곳이다"고 종교의 여성박해를 지적했다.

박 교수는 또 "한국 기독교는 인간의 자유와 평등과 정의를 가르치지 않고 있으며 인권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지식인이 보편적인 가치를 깔아뭉개고 있다"면서 "여성의 생리와 출산은 생명을 창조하는 하나님의 축복인데도 일부 목사들이 마녀사냥을 하며 인간생명을 경시하고 있다"며 기독교의 윤리문제를 지적됐다.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정통)전국여교역자회'를 비롯한 14개 기독여성 단체들은 이날 채택한 결의문에서 "임 총회장의 발언은 여성 전체를 비하하고 조롱한 것이며 생명창조의 신성한 역할을 담당하는 여성의 월경과 출산을 폄하 한 반성서적인 것"이라면서 "이런 와중인 25일 '한국교회와 연합을 위한 교단장협의회' 정기총회에서 임태득 목사를 공동대표로 선임했다는 소식에 또 한번 경악했다"며 총회의 무분별한 태도를 규탄했다.

이들은 이와 함께 "이 일을 계기로 설교가 얼마나 심각한 폭력이 될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면서 △임 목사의 공직 사퇴와 공개사과 △모든 차별적 설교와 폭력적 설교 거부 △모든 교단이 여성안수를 인정·정착할 때까지 적극 대응하겠다고 결의했다.

"교단의 보이지 않는 압력 때문에 토론회에 나가지 못했다"

▲ 2002년 예장합동 부총회장에 당선된 임 목사에게 여성 신도가 꽃을 달아주고 있는 모습.
ⓒ 뉴스엔조이 제공.
이날 토론회를 마친 참석자들은 오후 5시께 대치동에 있는 예장합동 총회회관 앞에서 임 목사의 총회장 사퇴와 교단의 입장표명을 촉구하는 규탄대회를 가졌다. 그러나 총회본부 관계자들이 자리를 피해 결의문을 전달하지는 못했다.

여신협 관계자는 지난 20일 임 목사의 총회장 사퇴와 공개사과에 대한 교단입장을 촉구하는 공문을 전달했으나 아직 답변이 없어 규탄대회를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규탄대회에 동참키로 한 총신대 신학대학원 여학생회가 교수들의 만류와 저지로 인해 불참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이순임 여신협 사무총장은 '기저귀' 발언 경과보고에서 "대학 현장의 소리를 발표하기로 한 총신대 여학생회 회장이 학교측과 교수들의 제지로 오지 못했다"면서 "예장 교단과 총신대의 폐쇄적인 태도를 교회와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달라"고 참석 언론인들에게 부탁했다.

황영아(여·47) '총신대 신학대학원 여학생회' 회장은 28일 "교단의 눈에 보이지 않는 압력 때문에 못 나갔지만 결과적으로 용기가 없었던 것"이라면서 "교수들이 교단의 눈치를 봐야한다고 호소해 와 강력한 대처가 어렵다"며 복잡한 속사정을 털어놨다.

황 회장은 그러나 "총회장의 '기저귀' 운운은 목사를 낳고 길러준 어머니와 모든 어머니에 대한 불효 막심한 발언이다"면서 "총회장의 사과와 사퇴요구를 끝까지 관철시켜 다시는 여성을 비하하고 능멸하는 처사가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임태득 목사는 '기저귀' 발언파문이 확대되자 지난 16일 총신대 홈페이지에 "지난 총신 채플시간 때에 설교한 내용 중 여성에게 목사 안수를 할 수 없다는 본 교단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본의 아니게 적절치 않은 표현 등으로 학생 여러분들에게 상처를 끼치게 됨을 본인의 잘못으로 알고 깊은 양해를 구하며 사과를 드린다"는 글을 실었다.

17일에는 학생들에게 "이 사건을 밖으로 알리기보다는 내부에서 기도하자"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또 19일에는 학생임시총회에 참석해 "본래 내 뜻은 그게 아닌데 어쩌다 그런 말(기저귀 발언)이 나왔다"면서 "앞으로 실언이나 실수하는 일이 없도록 다짐하고 있다"며 이해를 구했지만 신학대학원 여학생회와 여신협 등은 성의 없는 사과라며 총회장 사퇴를 요구했다.

한국염(이주여성인권센터대표) 목사는 '뉴스엔조이'에 기고한 글에서 한 목사의 여신도 성폭행 사건을 예를 들면서 "목사에게 성폭행당한 몇 명의 성가대원들은 '하나님의 종을 해롭게 하면 벌을 받는다'는 설교가 두려워 그 사실을 폭로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면서 "잘못된 설교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교회에서 고통받고 차별 받으면서도 그것이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이유로 침묵하거나 따르고 있다"고 그릇된 설교의 폐해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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