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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항선 철길 주변에는 역사의 흔적 뿐만 아니라 삶의 흔적이 남아 있다.
ⓒ 이윤기
회원천을 따라 1km 정도의 시장을 지나 북마산역을 지나면서부터 신마산의 항구까지 닿아있는 임항선 구간의 좌우에는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장소와 문화유적들이 많이 남아 있다. 철길 바로 옆으로 몽고정과 3.15의거탑이 있고 미술관, 박물관이 인접해있다.

'역사의 숨결이 살아있는 임항선 철로변'

회산다리를 지나서 임항선 철도는 옛 북마산역 터를 만나게 된다. 그 옛날의 북마산역 터는 철도부지가 넓어지기 때문에 쉽게 구별이 된다. 역 터에는 마산에서 처음 만들어졌다는 오래된 육교가 있다.

▲ 북마산 역이 있었던 자리, 철길 주변에 역의 흔적이 남아있지 않다.
ⓒ 이윤기
북마산역 윗편 무학산 자락에 사는 주민들이 철길 때문에 먼길을 돌아서 다니다가 마침내 육교가 생겨서 철길 좌우동네를 이어주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을 근처 동네에서 살았던 회원 한 분은 35년쯤 전에 이 육교가 만들어져 기공식이 있던 날 많은 주민들이 구경을 나오고 국회의원과 시장이 왔었다고 회상하였다.

건축가인 이 회원은 어린 눈에도 쇠기둥이 교각아래에서 갈라지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고 회고하였는데, 자세히 보니 이 육교를 받치고 있는 기둥은 철로를 만드는 레일로 만들어져 있었다. 철로를 만드는 레일을 휘어서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사람들이 걸어 다닐 수 있도록 육교를 만들었던 것이다.

▲ 마산에서 처음 만들어졌다는 북마산 역 자리에 있는 철도 레일로 만든 육교
ⓒ 이윤기
회원중 한 사람이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니까 철도청에서 할 수 없이 육교를 만들어주면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철로를 만드는 레일을 가져다가 기둥을 세웠을 것”이라는 근거없는(?) 주장을 펴 다 같이 웃고 말았다.

마산항을 향하여 남쪽으로 내려가면 오른쪽으로 울창한 숲과 돌계단이 나타나는데, 여기가 바로 추산 정수장이다. 추산 정수장은 일제시대인 1928년에 만들어졌는데, 팔용산 수원지에 있는 물을 끌어와서 이곳 정수장에서 마산시내 전역에 수돗물을 공급하였다고 한다.

무학산 자락으로 당시 가장 고지대였던 이곳에 정수장이 설치되어 펌프 시설 없이도 자연수압으로 마산시내 전역에 수돗물을 공급하였다고 한다. 이 정수장 터 바로 앞에는 문신미술관이 있다. 마산에서 태어난 세계적인 조각가인 문신 선생이 세운 미술관이 있고, 옆에는 마산시립박물관이 있다.

▲ 추산 정수장 - 지금의 문신미술관과 시립박물관- 으로 오르는 돌 계단
ⓒ 이윤기
추산동을 지나면서 철길은 동쪽으로 방향을 틀기 시작하는데 바닷가를 향하여 좀 더 내려가면 몽고정과 3.15의거 기념탑을 만나게 된다.

몽고정은 ‘물 좋은 마산’을 대표하는 우물로서 고려시대 몽고군의 일본 정벌이라는 당시 동아시아 역사에 있어서 매우 큰 의미가 있는 장소이다. 역사학자인 회원한 분은 몽고의 일본 원정과 관련된 유적은 마산에만 유일하게 흔적이 남아있어서 매우 중요한 유적임을 강조하였다.

몽고정과 마주하고 3.15기념탑이 서있는데, 3.15의거는 근대 마산에서 가장 중요한 역사적 사건의 하나이며, 이승만 독재정권의 부정선거에 항거함으로써 4.19의거로 이어져 독재정권을 무너뜨리는 기폭제가 되었던 근대 한국사에 있어서 중요한 사건중 하나이다. 대부분의 마산시민들은 3.15정신을 마산정신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으며 이곳에 세워진 탑은 당시 마산시민들의 성금을 모아서 세운 탑이라고 한다.

그후 부마민주항쟁을 비롯한 민주화운동의 중요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이 곳은 결의를 다지고 새로운 출발을 선포하는 민주화운동의 성지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미선, 효순 두 여중생을 추모하는 촛불시위 장소로 이용되기도 하였다.

▲ 자동차가 철길을 넘는 곳마다 건널목 만들어져 있다.
ⓒ 이윤기
임항선 철도를 따라서 만나게 되는 3.15 기념탑 - 몽고정 - 문신미술관 - 마산시립박물관 - 추산정수장 - 회원성터 - 북마산 역 그리고 부마항쟁의 격전지였던 북마산 파출소 등이 모두 임항선 철길을 따라서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역사의 흔적들이다. 임항선 철길을 따라서 관공열차를 타고 철길 옆 문화유적들을 둘러보는 참 멋지겠다는 즐거운 상상을 해 본다.

늘 아래에서만 위로만 바라보던 3.15탑을 서성동 철길 위에서 내려다보면서 문득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늘 수평적으로만 바라보던 시선이 위에서 3.15탑과 기념공원을 내려다보면서 평소에 발견하지 못하였던 아름다움을 찾아내었다. 하늘이 참 맑았고 3.15탑 뒤의 작은 광장에 분수가 뿜어져 나왔으면 그지없이 좋았을 법하였다.

철길은 하천을 넘고, 자동차는 철길을 넘고

▲ 임항선 철도 답사 후에 그린 약도
ⓒ 이윤기
신마산으로 접어든 임항선 철도부지는 훨씬 넓어진다. 예전에 신마산 역이 있었고 이곳에서는 삼량진 방면에서 마산도심임 구마산역을 거쳐서 신마산역으로 들어오는 철길과 함안 군북 방면에서 북마산역을 거쳐서 신마산역으로 들어오는 두 개의 철도가 서로 만났던 곳이다.

삼량진 방면에서 들어오는 철도는 없어졌지만 철도부지는 그 대로 남아있어서 임항선 철길에서 가장 경관이 좋았다. 곳곳에 남아있는 텃밭의 규모도 훨씬 크고 신마산 역이 있었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마산역에서 부두까지 8.6km의 임항선 철도는 무학산 자락에서 시작되어 마산앞바다로 흐르는 마산의 중심하천을 모두 건너서 중앙부두로 이어져있다. 마산역을 지나자마자 삼호천을 건너는 임항선은 회산다리가 있는 회원천을 건너고 북마산 역을 지나서 곧바로 교방천을 만난다. 그리고 신마산 부두를 조금 못 미쳐 복개로 인하여 흔적을 찾기 어렵지만 마산시청 옆으로 흐르는 장군천을 또 한 번 넘는다. 임항선 철길은 사람과 화물을 싣고 무학산에서 마산 앞바다로 흐르는 삼호천, 회원천, 교방천, 장군천 넘어 다녔다.

▲ 신마산 역이 있던 자리에 남아있는 역사의 일부
ⓒ 이윤기
80여 년이 지난 지금 한 해에 50여 차례 밖에 운행되지 않는 임항선 철길은 8.6km 구간에 무려 9개의 건널목으로 잘려서 하루에도 수천대의 차량과 수 만 명의 사람들이 철길을 넘고 있다. 어림잡아 계산해도 1km 간격마다 한 번씩 차량통행 혹은 보행용 건널목으로 잘려진 철길이 제 역할을 다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임항선 철길에 제대로 기차가 운행되기라도 한다면 마산도심에 심각한 교통난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80여 년 전부터 철길이 제구실을 하던 20여 년 전까지 임항선 철길은 삼호천, 회원천, 교방천, 장군천을 넘어 다녔다. 이 철길 위로는 목재와 무연탄을 실은 철도자량이 기세등등 하게 마산의 하천들을 가로질러서 넘나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마산도심을 가득 메운 자동차들이 수명이 다한 임항선 철길을 자르고 넘나들고 있다. 여기에도 적자생존의 논리가 적용되는가? 임항선 철길이 넘나드는 아래에 있던 삼호천, 회원천, 교방천, 장군천의 물은 모두 썩어 버렸고, 이제 9개의 건널목으로 토막난 임항선 철도는 한 달에 너 댓번 열차가 다니는 녹슨 길이 되어버렸다.

친환경 녹색벨트로 가꾸어야

▲ 신마산 역 터에 남아있는 철로를 변경하는 기구
ⓒ 이윤기
임항선 철도 답사를 마치며 참가자들은 한 결같이 “마산에 이런 곳이 남아있을 줄 몰랐다” 조금만 손보면 철길이 그냥 남아있어도 훌륭한 산책로가 될 수 있겠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였다. 특히 신마산 해안도로변에는 지금도 폭이 넓고 녹지가 많아서 다리를 쉴 수 있는 의자와 햇빛을 피할 수 있는 그늘만 있어도 썩 괜찮은 휴식 공간이 될 수 있는 곳이었다.

답사 길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을 철길에서 만났는데 자동차가 없는 안전한 보행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산책로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고 중간중간 폭이 넓은 곳에는 동네 청소년들을 위해서 농구 골대로 세우고 어린이 놀이터도 만들면 좋겠다고도 하였다. 전차를 운행해서 문화유적 답사코스를 만들고 임항선 철도가 끝나는 곳에서 열차를 내려 배를 타고 돝섬으로 들어가면 멋진 관광코스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 폭이 넓은 도심의 녹지공간으로 남아있는 신마산역 근처의 임항선 마지막 구간
ⓒ 이윤기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을 생각하면서 떠난 답사 길에서는 누구도 도심 주거지역을 관통하는 철길을 걷어내고 산업도로를 만들자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없었다. 왜 시장이나 국회의원들은 개발을 통해서만 사람들의 삶이 나아질 것이라고 믿는지 모르겠다.

오늘 신문에는 마산시는 임항선 철도가 끝나는 마산 서항 앞바다를 메워서 또 다시 매립을 하겠다고 한다.

▲ 임항선 철길에서 내려다본 무학산에서 마산 앞바다로 흐르는 회원천
ⓒ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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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