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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대선에서 '이회창 지지' 여부를 놓고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해온 자민련이 12일 당원들의 개벌 지지를 허용하기로 했다. 정진석 의원(충남 공주-연기)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www.jschung21.com)에 이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날 오후 국회에서 김종필 총재, 원철희 의원을 제외하고 총회를 가진 자민련 의원 10명은 "당의 이름으로 특정후보에 대한 지지입장을 정하지 않지만, 위험한 급진세력의 대두를 강력히 경계하며 당원들이 중도보수 노선과 안보중시에 입각한 점진적 통일을 추구하는 후보에 대해 지지하는 것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자민련은 이 같은 입장을 13일 당무회의에서 추인받기로 했다. 이는 사실상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 대한 개별적 지지를 허용한 것으로, 이인제 총재권한대행 등 일부 의원 및 당원들은 이 후보 지원활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날 결정은 대선 국면에서 당을 지키기 위한 자민련의 고육책으로 보이는데, 한나라당은 자민련 의원들의 개별 지원으로 충청권에서 40대 이상 중장년층 대상의 득표에 일정 정도 도움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이날 정진석 의원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 전문.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여러분.

매서운 추위 속에서 생업과 건강은 어떠십니까. 국민여러분이 안심하고 편안하게 사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는 정치인으로서 늘 소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 같아 송구스럽습니다.

저는 오늘 국회의원으로서 국민 여러분 앞에 이번 대통령 선거에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지지한다는 뜻을 밝히고자 합니다. 아시다 시피 제가 소속한 자민련은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후보를 내지 못했습니다. 당 차원에서 차선의 선택으로 지지할 후보 역시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그동안 자민련이 후보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당의 정치노선과 이념적 정체성에 부합되는 타 후보에 대한 선택적 지지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책임정당으로서 공적 의무에 충실한 길이요, 정치적 신념을 지키는 정도(正道)라 여겼던 것입니다.

정치인이라면 정치적 지향과 좌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 초년생에 불과한 저입니다만, 정치인 본연의 공적 책임을 망각하거나 회피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의 명운을 결정짓는 중차대한 대통령선거에서 국회의원으로서 아무런 역할과 정견도 없이 그저 뒷짐만 진 채 그 책임을 방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사사로운 이해로만 따진다면 여론조사에서 앞서가는 후보를 지지하거나 아무 결정을 하지 않고 있다가 후일을 도모하는 것도 방책일 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선거결과의 향배를 떠나 그러한 처신은 떳떳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분히 이중적이고 모호한, 당당하지 못한 자세입니다. 저를 정치인으로 만들어 주신 유권자들의 눈과 귀를 가리는 무책임한 처사일 뿐입니다.

비록 차선의 선택일 지라도, 제 자신의 정치적 지향을 밝히는 것이 국회의원으로서 국민에 대한 도리를 다하는 길이라 판단했습니다.

제가 한나라당 이회창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첫째, 지난 5년간 국민들을 절망시킨 김대중 민주당정권을 심판하기 위해서입니다. 대통령선거는 전임 정권의 공과에 대한 국민들의 준엄하고 냉정한 평가입니다. 이런 시대적 인식 위에서 재집권과 정권교체중 저는 후자를 선택한 것입니다.

둘째, 지금 우리에겐 조국 대한민국을 밝은 내일로 향도할 수 있는 내실있고 원칙있는 리더쉽이 필요합니다.

지난 5년, 우리나라는 위태로 왔습니다. 비정상적이고 위험천만한 과속 탈선운전이 난무했습니다. 권력의 운용이 너무도 몰염치했습니다. 민주화 이력의 도덕성을 망실한 채, 결국 김대중 민주당정권은 타락한 부패정권으로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IMF극복을 자화자찬하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지만 바로 그 시각, 대통령의 친인척과 권력주변은 사리사욕 채우기에 혈안이 돼 있었습니다. 그런 민주당 세력에게 또다시 우리 아들딸들의 내일을 맡길 수는 없습니다.

셋째, 특정지역 사람들이 국가 요직을 싹쓸이하는 후안무치의 전횡, 법과 질서를 무시하고 국민적 합의를 도외시 한 채, 귓속말과 도감청을 효과적 정책운용 수단으로 삼는 그와 같은 엽기적 국가운영체계를 이제는 바로잡아야하기 때문입니다.

21세기 우리의 국가운명은 과격한 정치 언설(言舌)이나 인기영합적 교언(巧言)이 열어 갈 수 없습니다. 대통령선거를 일시적 인기몰이에 환호하는 가요순위 정하기와 혼동해선 안되는 것입니다.

넷째, 국가 최고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서입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지켜내야 할 우리의 국체입니다.

노무현씨의 정치성향을 급진 좌파로 규정하며 비판해온 자민련이 이번 선거에서 중립을 지킨다면 결과적으로 급진좌파 정권의 탄생에 기여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씻지 못할 정치적 과오를 범하는 것은 물론, 역사에 대한 반역입니다.

작금 세계의 시각은 이라크에 이어 한반도를 지구상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보고있습니다. 한반도의 핵분쟁은 조속히 그리고 쉽사리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남북관계는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지도자는 환상적 평화주의자가 아닌, 실사구시의 당당한 국가주의자여야 한다고 저는 믿습니다.

국가적 아젠다가 상실된 채 네거티브 난타전으로 시종한 이번 대통령 선거는 실로 유감입니다. 각 당의 대통령 후보 모두 뼈저린 자기반성, 그리고 바람직한 국가 비젼 제시를 위한 탐사적 노력이 수반돼야 할 것입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여러분.

자민련은 국가이익을 최우선 가치로 여겨온 정치세력입니다. 정치현실상 온갖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투철한 국가관이 자민련의 존재이유요 정체적 에너지임을 부인 할 수 없습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저는 역사의 정방향에 서고 싶습니다. 그리고 중도보수 노선을 지향하는 자민련의원으로서 정치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국민 앞에 옷깃을 여미며, 처음처럼 끝까지 한 길을 걸어갈 것입니다.

나아가 오는 19일, 역사적 갈림길에 서있는 우리조국 대한민국을 다시 한번 생각하며 경건한 마음으로 투표장에 가겠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따뜻한 성원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02년 12월 12일, 국회의원 鄭 鎭 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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