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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6일자 조선일보 1면ⓒ 오마이뉴스 최경준
민주당 추미애 의원의 '취중폭언'논란이 확산되면서 사건의 전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추 의원은 지난 5일 저녁 민주당 김중권 대표와 개혁성향 의원 모임인 바른정치실천연구모임 소속 의원들의 술자리가 끝난 뒤 다시 기자들과 함께 한 술자리에서 "이회창 이 놈", "동아일보 사주 같은 놈" 등 폭언을 했다.

추 의원은 또 소설가 이문열 씨가 최근 언론사 세무조사를 비판하면서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 '신문 없는 정부 원하나'를 자신이 '곡학아세'라고 비판한 것과 관련, "이문열같이 가당치 않은 놈이... x같은 조선일보에 글을 써서... 뭐, 대한민국의 4분의 1이 조선일보를 봐..."라며 이문열 씨를 다시 비난했다.

당시 술자리에 있었던 조선일보 이하원 기자는 이를 녹취해 6일자 조간 1면과 5면에 "추미애 의원 취중욕설 파문'이라는 제목으로 크게 보도했다.

이와 관련 여야는 6일 추 의원의 '취중폭언'에 대해 각각 성명을 내고 공방을 벌였다.

한나라당 장관근 수석부대변인은 "그녀의 특정언론, 이회창 흠집내기 망언은 우연한 취중발언이 아닌 정권핵심의 지시에 의한 계산된 홍위병 역할이며 무차별 죽이기"라고 비판했다.

권철현 대변인도 "사람으로서도, 국회의원으로서도, 변호사로서도, 여성으로서도, 어머니로서도 하기 어려운 발언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이회창 총재를 그런 식으로 욕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장전형 부대변인은 "사적인 자리에서 나눈 대화를 특정언론이 기사화하고, 이것을 다시 야당이 받아 벌떼처럼 나서서 정치공세를 하는 것은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추미애 의원은 6일 자신의 `취중발언'에 대해 보도자료를 내고 "비록 사석에서의 발언이긴 하나 특정언론사를 거론하고 거친 발언을 한 것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추 의원은 또 "(소설가 이문열 씨와의) 곡학아세 논쟁과 관련 저의 견해를 강조해 설명하면서 언쟁이 벌어졌고, 그 과정에서 일부 격한 발언을 한 데 대해 깊이 혜량해주길 바란다"면서 "아울러 그 같은 언쟁 과정의 전체 상황이 생략된 채 여과 없이 보도된 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전용학 대변인도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어제(5일) 저녁 일과 관련, 특정언론사와 최고경영진의 존함, 출입기자가 거론된 데 대해 유감스럽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5일 저녁 술자리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추미애 의원은 6일 오전 당4역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민주당사에 들어오면서 기자들이 질문공세를 퍼붓자 '노코멘트'로 일관하다가 오후에서야 보도자료를 통해 사태를 수습하고 나섰다.

과연 지난 5일 저녁 추 의원과 기자들 사이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당시 함께 있었던 기자 중 한 명에게서 사건 경위를 들어봤다.

저녁 7시부터 시작된 민주당 김중권 대표와 바른정치모임 소속 의원들의 저녁식사 모임은 오후 10시쯤 파했다. 추미애 의원도 참석한 이 자리에는 이미 폭탄주가 여러 차례 돌려진 상태였다.

그 후 정 최고위원은 이호웅, 추미애 의원을 비롯해 밖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에게 술자리를 제안했고, 그 자리에 동아일보, 조선일보, 대한매일, 한겨레, CBS, 연합뉴스 등 취재기자 7∼8명이 참석했다. 기자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도 폭탄주가 2~3차례 더 돌려졌다. 따라서 추미애 의원은 상당히 취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추 의원은 기자들에게 "(지금은) 취재를 하려고 하지 말고, 현 시국에 대해 기자들과 공통의 인식을 공유하는 자리였으면 좋겠다"며 자신이 기자들과의 술자리에 참석한 이유를 말했다. 추 의원은 그 자리에서 96년 대구 달성에서의 엄삼탁 후보에 대해 정 최고위원과 자기가 지원유세를 하며 느꼈던 비애를 눈물을 흘려가며 이야기했다.

또 정 최고위원이 "추 의원이 한나라당에 있었으면 우리가 얼마나 무서웠겠느냐"고 말하자 추 의원이 "내가 왜 한나라당에 가? 한나라당에 가느니, 정치를 안 해"라며 탁자를 쳤고, 이때 한나라당에 대한 비난이 이어지면서 "이회창이 이 놈"이라는 발언을 했다.

본격적인 싸움은 추 의원이 동아일보 윤종구 기자를 향해 자기 의도와 다르게 기사를 썼다고 항의하면서 시작됐다. 추 의원은 "(전화인터뷰 때) '지금부터 말씀하시는 내용은 기사가 됩니다'라고 경고를 해 줬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기분이 나빠 있던 윤 기자는 "추 의원의 발언이 중언부언, 장황했다", "기사에 대한 판단은 기자가 한다"고 맞받았다. 서로 신경을 건드리는 말싸움이 계속 이어졌다.

급기야 추 의원은 "김병관 사주의 지시를 받고 글을 쓰느냐"고 말했고, 이에 대해 윤 기자는 "사주라니?"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두 사람은 또 서로 책상을 치고 반말을 하며 멱살을 잡기 일보직전까지 갔다.

추 의원은 "한심한 놈", "똑바로 기사 써", "동아일보 사주 같은 놈", "네가 정의감이 있는가" 등의 말을 했고, 윤 기자도 "한심한 의원", "어디다 반말해", "사주라니?", "그게 무슨 막말이야" 등으로 대응했다.

말싸움은 15분간 계속됐고, 정동영 최고위원과 이호웅 의원이 중간에서 싸움을 말려 자리가 파했다. 그러나 추 의원은 밖에 나와서도 "정의가 바로서야 하는데, 왜 이러느냐"며 분을 삭이지 못하고 펑펑 울었다.


조선 기자의 핸드폰 녹음기 위력

조선일보는 6일 "추미애 의원 취중욕설 파문"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1면과 5면에 중요하게 실었다.

문제는 조선일보 이하원 기자가 '사적인 자리에서 나눈 취중 얘기는 기사화하지 않는다'는 기존 언론의 관행을 무슨 이유로 깼느냐는 것이다.

당시 술자리에 함께 있었던 한 기자의 말을 들어보자.

"기자들과의 술자리가 시작된 지 10분도 안돼 (술이 취해 있던) 추 의원의 'x같은 조선일보' 발언이 나왔다. 그러자 조선일보 이 기자가 갑자기 밖으로 나갔고, 5∼10분 정도 뒤에 다시 들어왔다. 내내 다른 이야기가 오고 가다가 술자리가 끝나기 15분 정도 전부터 본격적인 말싸움이 시작됐다. 당시 이 기자가 녹음이 되는 핸드폰으로 녹음을 했다는 것을 몰랐다."

그는 "술자리에서 사적으로 나눈 이야기를 기사화한 것은 잘못이다"라고 지적했다.


"이문열을 앞세운 추미애 사냥(?)"

한편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사장 성유보, 민언련)은 7월 6일자 조선·중앙·동아일보 보도에 대한 논평을 냈다.

민언련은 '이문열을 앞세운 추미애 사냥'이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조선일보의 <지식인 입 틀어막는 '특권 맹주'>라는 사설을 지목한 뒤 "이문열 씨와 조선일보를 보면 일부 보수 언론에 편승, 문화권력으로 성장한 한 문화예술인과 언론권력간의 '야합'의 일면을 읽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동아일보 <매카시즘 잣대로 몰지 마라>라는 제목의 기사를 두고 "공정위 조사 때부터 '잣대'의 불공정성을 제기해 왔던 동아일보는 추미애 의원의 '일그러진 잣대'를 탓하기 전에 자신의 '잣대'가 과연 객관적이고 공정한가부터 반성해야 할 것"이라며 "오늘 일부 언론이 보이는 행태야말로 '매카시즘', '파시즘'적"이라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특히 이번 추 의원 '취중폭언' 사태와 관련 "술자리에서 추미애 의원이 한 발언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추 의원의 표현방식까지 두둔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면서 "그러나, 조선일보가 취중발언을 보도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깨면서까지 추미애 의원의 발언을 1면에 크게 다루며 그에 대한 인신 공격성 기사를 연일 내보내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발했다.

민언련은 또한 "이문열 씨에 대한 추 의원의 비판은 외면한 채, 자사 기고 지식인의 '망발'을 감싸는 것도 눈뜨고 보기 어렵다"며 "과연 조선일보가 'x같은 조선일보', '이회창이 이 놈'이라는 선동적이고 원색적인 표현을 굵은 글씨체로 키워 기사화한 의도는 무엇인가"라고 되물었다.

한편 조선일보에 의해 먼저 기사화 된 추미애 의원의 '취중폭언'에 대해 동아일보 등 내일자(7일) 조간신문은 중요하게 다뤘다. 연유가 어찌됐든 추 의원의 '취중폭언' 사태의 파장은 당분간 사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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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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