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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에서 진주여고가 처음으로 학생들의 두발을 자유화했다는 소식(본보 9월 18일자)이 일파만파로 퍼져나가 중·고등학생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현재 중·고등학생들의 가장 큰 관심거리는 두발문제다. 이성에 눈뜨기 시작하는 청소년들은 외모에 지나칠 정도로 신경을 많이 쓰는 시기다. 집안 형편이 어려운 줄 알면서도 유행에 따라 분수에 넘치는 옷을 사 입기도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나 탤런트의 머리모양을 모방하기도 한다.

서울, 대전에 이어 진주여고의 두발 자유화 소식은 복종을 미덕으로 알고 있던 학생들로 하여금 인권을 찾겠다는 자각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학생들은 교육부나 시, 도교육청, 학교 홈페이지를 찾아 두발 자유화를 요구하는 글을 올리기도 하고 교실에서는 두발 자유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어떤 학교에서는 학생회 간부들이 학교장과 만나 두발 자유화를 요구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두발 자유를 끈질기게 요구하는 것은 자신들이 누려야 할 정당한 권리의 행사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의 요구는 헌법에 보장된 '신체의 자유'가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통제 받아 오던 관행을 깨고 인권을 되찾겠다는 권리회복운동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학생답다'거나 '범죄로부터 학생을 보호해야 한다'는 규제의 명분은 자유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저항에 의해 빛 바랜 휴지조각이 되고 있는 것이다.

국제화 시대, 개방화의 시대를 맞아 학생을 지도하는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두발을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은 학생을 지도의 대상,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교육관이요, 두발을 자유화해야 한다는 입장은 학생의 인격을 인정하고 자유와 책임을 함께 이행할 수 있도록 교육적으로 지도하자는 입장이다. 민주적인 교육은 지시와 통제가 아니라 자율을 통한 자각의 과정이다.

지나치게 엄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라는 자녀는 이중 인격자가 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 법이나 교칙이 무서워 눈치를 보며 자란 아이들은 법이 없으면 통제력을 잃고 만다. 몇 사람의 잘못으로 전체에게 책임을 묻는 단체기합이 그렇듯이 소수의 범죄 예비생(?) 때문에 헌법에 보장된 신체의 자유를 유보 당한다는 것은 시대 착오적인 교육방법이다.

학교는 지금 교실이 무너지는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교육의 위기상황에서 교육주체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는 두발규제가 아니라 위기를 극복할 대안 마련이다. 교도소의 기결수까지 허용하는 두발 자유화를 학교에서만 통제하는 것은 비민주적인 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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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의 참교육이야기(http://chamstory.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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