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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일방적으로 그쪽을 짝사랑을 했던 것 같네요"
"아닙니다. 이쪽에서는 오래 전부터 그쪽과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뭔가 오해가 있었던 것 같네요"


이 대화는 사랑하는 연인들의 대화내용이 아니다. 5월 8일 오후 12시 광화문에 있는 한 횟집. 오랫동안 서로를 짝사랑했다는 민주노총(위원장 단병호)과 참여연대(공동대표 김중배,박상증, 박은정)가 만났다. 누구랄 것도 없이 두 단체는 서로가 상대방을 '짝사랑'했다고 고백하기 시작했다.

"총선과정에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민주노동당) 당선 운동하고, 참여연대는 낙선운동하고... 민주노총에서 너무 일방적으로 참여연대를 사랑하고 있던 것이 아니였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웃음) 한 마디로 애증관계였었죠" -민주노총 이수호 사무총장

"민주노총에 대해 불만은 없습니다. 짝사랑의 강도로 이야기 하자면 참여연대가 민주노총 짝사랑을 더 세게 했으니까요.(웃음) 앞으로 재벌개혁 등 민주노총과 함께 결합하는 활동을 자주 벌였으면 좋겠네요." - 참여연대 박원순 사무처장.

두 단체의 짝사랑에 금이 가게 된 결정적 이유는 4.13 총선.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을 지지운동을 벌였고, 참여연대는 총선시민연대에 참여해 낙선운동을 펼쳤다.

외형적으로 민주노동당은 원내 진출에 실패했고, 총선시민연대의 낙선운동은 수도권에서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이러한 두 단체의 총선과 관련된 앙금은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남기기도 했다.

울산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낮에는 낙선운동을 했고, 밤에는 민주노동당에 가서 선거운동을 벌이는 부적절한 운동을 펼쳐야 했으니 말이다.

이날 만남은 오랫동안 벼르고 별렀던 만남이었던 만큼, 양측 모두 할말이 많은 듯했다. 자리에 앉자 먼저 민주노총 단병호 위원장이 입을 열었다.

"사회개혁과 민주화를 위해 끊임없이 진보를 위해 애써 왔던 두 단체가 그 동안 연대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총선 때 약간의 생각의 차이도 있었고... 그러나 앞으로 노동시간 단축과 조세개혁 등 사회개혁문제에 있어서 좀 더 적극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하도록 합시다"

곧바로 참여연대 김중배 대표가 말을 받았다.
"시민운동과 노동운동은 따로가 아니라 함께 가는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궁합과 장단이 맞아야 하는데, 문제의식을 공유하지 못했던 측면이 큽니다. 전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물결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앞으로 잘 해보도록 합시다"

이어 음식이 나오고 이야기에 화제는 각 단체가 벌이고 있는 활동으로 옮겨 갔다.
"오다가 CBS뉴스에서 들으니까 오늘 민주노총과 참여연대가 만나 주5일제 근무와 관련된 현안을 논의한다고 하던데... 무슨 말을 해야 하나" 김중배 참여연대 대표가 먼저 '주5일제'와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노동시간 단축이 최근에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민주노총에서 하는 모든 모임이 '주5일제'과 관련된 협조가 아니냐는 시각이 있는 거죠. 어쨌든 민주노총은 5월 총파업을 준비하면서 주5일제 근무를 중심에 두고 이슈화 시킬 계획입니다. 전교조의 주5일제 수업과도 연관시켜서 말이죠"

이수호 사무총장의 설명에 민주노총과 참여연대의 앞으로 사업에 대한 간략한 브리핑이 이어졌다.

두 단체는 재벌개혁과 조세개혁, 사회보험과 관련된 사업에서 공조할 뜻을 내비쳤고, 특히 참여연대는 총선시민연대의 활동을 발전적으로 이어갈 계획임을 이 자리를 통해 밝혔다.

앞으로 남은 지자체 선거와 보궐선거, 그리고 개혁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되는 선거법. 사회보장제도와 관련된 법개정 문제.
노동계와 시민단체의 버팀목 민주노총과 참여연대의 연대가 필요한 부분은 곳곳에 산재돼 있다.

짝사랑을 넘어 두 단체가 얼마나 화끈한 사랑을 할 수 있을지. 화끈한 사랑을 위해 두 단체의 얼굴들은 8일 기분 좋게 맥주 잔을 부딪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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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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