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밤 7시경 성남중원 종합시장에 위치한 민주노동당 성남중원지구당.
TV를 지켜보는 당원들로 가득 메워져 있다. 낮아진 투표율에 내심 걱정하면서도 방송 3사에서 이야기했던 출구조사 발표에 자그마한 희망을 가지면서 TV를 지켜보고 있었다.

꽃다발과 케잌까지 사가지고 오는 당원도 있다. 당선을 기대하지만 수고했다는 의미가 더 강한 당원의 선물에 사람들은 그동안의 노고에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

울산 북구에서 민주노동당 최용규 후보가 출구조사에서도 당선이 유력시되고 개표 결과도 앞서가자 이번에는 뭔가 된다는 듯 모두들 환호성.

마산 창원을 권영길 대표도 출구조사에서 이길 가능성을 시사하자 이 곳 성남중원 당원들의 입에서 '민심이 드디어 바뀌어가고 있구나' 하는 말도 나온다.

이 곳 성남중원 정형주 후보는 물론 당선이 목표였지만 지역에 아직도 잔존해있는 지역주의 풍토와 금권, 관권선거의 모습을 보면서 현실적으로 득표율에 더 관심을 나타냈다.

민주노동당이 노동자와 서민의 정당으로 시민들에게 제대로 인식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또한 중요했기 때문이다.

오후 11시가 넘어서야 대략의 득표율이 집계됐다.
약 21% 결과로는 민주당, 한나라당에 이어 3등이지만 주민들의 이같은 지지율은 상당히 고무적인 결과라는 것이 실제 선거를 집행총괄하던 한 집행간부의 말이다.

'여기저기서 격려전화가 많이 걸려오고 있습니다. 이번에 선전했다. 다음에 꼭 다시 나오라. 그때는 될 것이다.'
실제 기자가 상주하고 있는 시간에도 몇 통의 전화가 계속 걸려왔다. 성남중원지구는 최종결과 21.4%(19,880표) 민주당과 한나라당에 이어 3등.

조금의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지만 그동안 선거기간 과정에서 일어났던 노동조합의 정치활동에 대한 경찰과 선관위의 개입 흔적을 고려하더라도 주민들의 이같은 성원은 당원들에게 상당히 고무적인 결과였다.

새벽 1시가 넘자 마지막 희망을 걸었던 울산 북구 최용규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에게 500여표 차이로 고배를 마셨다는 이야기가 전화로 걸려왔다. 비록 이 지역은 아니지만 단 1석이라도 원내에 진출한다는 것은 민주노동당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에 매우 애석해하는 모습이 대부분.

권영길 후보도 역시 고배. 원내 진출의 꿈은 좌절되었다. 진보정당의 깃발을 올리지 몇 개월도 되지 않아 첫 걸음을 시작한 민주노동당. 원내진출은 좌절되었지만 그 가능성은 좌절되지 않았다.

서울을 비롯한 각 후보가 출마한 지역에서 시민들이 보여준 지지율이 갖는 의미는 지난 역사에서 진보정당의 간판으로 나온 당의 지지율이 갖는 의미와 비교할 수 없는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과거 조봉암 씨의 진보당 이후 한겨레당, 민중당을 이야기하며 진보정당에 대해 매우 비관적으로 보아왔던 사람들. 원내진출이냐 아니냐로 정당의 존립근거를 따진다면 그것은 지금 현존하는 기존 제도정당과 다를 바가 없다.

권영길 대표도 조봉암 씨의 진보당 이후 진정한 진보정당은 민주노동당이라고 말한다. 당원들의 당비로 운영되고 후보가 선출되는 방식도 현존 제도정당에서 전혀 볼 수 없는 모습으로 진보정당의 단면을 보여주었다. 투쟁하는 정당, 노동자 서민과 함께하는 정당으로 그 모습은 충분히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치풍토가 바뀔려면 '세대가 바뀌어야 한다. 지역주의 때문에 안된다.'하는 많은 말들이 있지만 항상 노동자 서민과 함께 생활하는 정당으로 그 모습이 유지된다면 진정한 진보정당으로 자리매김할 날은 얼마남지 않았다라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한번의 실험으로 모든 것을 평가할 수는 없다. 과거 진보이념을 표방했던 당들이 보여준 모습으로 지금 민주노동당에 대해 평가하지 말자.

현실은 결과를 보고 이야기하지만 과정 또한 무시해서는 안되는 것이 바로 진보정당을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다. 단순비교로 현재의 결과를 판단한다면 그 생각 자체가 진보정당에 걸맞지 않은 생각이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은 앞으로 더욱 중요한 과제가 놓여져있다. 결과에 침묵해있을 것이 아니라 이번에 지지해준 많은 시민들의 요구를 하나하나 실현해나가는 속에서 이후 국민들 속에서 진정한 진보정당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하늘을 우러러 한 점 없기를... 윤동주 시인의 문구를 가슴에 새기며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또한 루신의 납함에 나오는 ' 희망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희망은 이 세상에 길과도 같다. 길은 태초에 이 땅위에 존재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땅 위에 길은 생긴 것이다.' 대략 이런 뜻의 문구를 가슴에 새기면서 살려고 노력하는 청년입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서막오른 2000년 통일대축전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