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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을에 야권단일후보로 출마한 이상규 통합진보당 후보가 11일 오후 관악구 서원동 선거사무소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발표 직후 승리를 예감한 듯 대학생 유세단 앞에서 두 팔을 번쩍 들고 있다.
 서울 관악을에 야권단일후보로 출마한 이상규 통합진보당 후보가 11일 오후 관악구 서원동 선거사무소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발표 직후 승리를 예감한 듯 대학생 유세단 앞에서 두 팔을 번쩍 들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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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을은 이겼지만 전체가 이겼다고 볼 순 없다. 그래서 관악을 승리에 더 많은 사명감을 얹어준다."

관악을 야권단일후보인 이상규(47) 통합진보당 후보가 '3파전'이란 악전고투 끝에 당선이 확실시된다.

11일 오후 6시 19대 총선 출구조사 결과 발표 순간 이상규 통합진보당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이날 관악구 서원동 선거사무소에서 팔순 노모, 어린 아들과 함께 TV를 지켜보던 이 후보는 지난 2주 생사고락을 함께 한 대학생 유세단과 일일이 포옹한 뒤 두 팔을 번쩍 들어 사실상 승리를 선언했다. 

김희철 탈당-이정희 사퇴 악재 뚫고 3파전 승리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을까? 이날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에선 이상규 후보 예상 득표율은 41.2%로, 각각 29.5%, 29.3%에 그친 오신환 새누리당 후보와 김희철 무소속 후보를 10%포인트 이상 크게 앞서 낙승이 예상됐다. 하지만 막상 투표함을 열자 오신환 후보가 4%포인트까지 추격해와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개표까지 더디게 진행돼 결국 자정을 넘겨 당선이 '유력'해진 뒤에야 비로소 승리를 자축할 수 있었다.

12일 새벽 1시 현재 관악을 선거구는 81.6%가 개표된 가운데 이상규 후보가 37.6%(3만4658표)를 얻어 각각 33.5%(3만833표)와 28.9%(2만6585표)에 그친 오신환 후보와 김희철 후보를 따돌리고 당선이 확실시된다.   

이상규 후보는 이날 자정께 "관악을은 야권연대의 상징이었는데 파기했고 결국 1대 1 대결이 아니라 3파전으로 싸워야 했다"면서 "그럼에도 1위를 달린다는 건 관악구민이 한마음을 뜻을 모으고 이정희 대표가 관악을 지역을 잘 다진 덕"이라고 관악구민과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에게 영광을 돌렸다.

이 후보는 이날 <오마이뉴스> 현장 인터뷰에서도 "궁극적인 야권연대의 승리"라면서, 김희철 후보와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섭섭하고 아쉽겠지만 야권 연대에 충실해 오는 12월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하는 데 함께 힘을 모으자"고 당부했다.

결국 승리로 끝났지만 고비도 많았다. 애초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야권후보 단일화 경선에서 승리했지만 김희철 후보가 경선 결과에 불복해 탈당하면서 큰 위기를 맞았다. 여기에 경선 과정에서 '연령대 조작 지시' 문자 메시지 파문까지 불거졌다. 결국 이정희 대표가 후보직을 사퇴하고 이상규 후보가 대신 나섰지만 이것이 '전화위복'이 됐다.

이 후보는 "이정희 대표 사퇴가 중요한 이슈가 되고 '조중동'이 야권연대가 실패하도록 정면 공세를 편 것이 오히려 인지도를 높였다"고 밝혔다. 이동영 총괄선거운동대책본부장은 "여론조사에서는 팽팽했지만 선거 중반부가 지나며 드러나지 않은 바닥 민심이 정권 교체와 야권 연대 승리, 여소야대 국회를 만들기 위해 전략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음은 이상규 후보 일문일답 전문이다.

"이정희 사퇴 파문이 전화위복돼... 부채감은 없다"

- 야권연대를 파기한 김희철 후보에 맞서 승리가 예상된다. 이번 선거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궁극적인 야권연대의 승리다. 이번 야권연대는 이정희 대표의 눈물과 결단으로 이뤄졌고 이번 총선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서울에선 유일하게 관악을에서 파기됐고 3파전에서 승리했기에 더욱 값지다. 민심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았고 관악구민의 정치의식이 대단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 선거운동을 뒤늦게 시작해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어려움보다는 재밌는 게 있다. 이정희 대표 사퇴가 중요한 이슈가 되고 '조중동'이 야권연대가 실패하도록 정면 공세를 편 것이 오히려 인지도를 높였다. 후보 등록한 후 이정희 대표와 지역구를 같이 돌았는데 주민들이 거의 다 알아봤고 선거운동 기간에도 아는 체 하는 사람이 많았다.

다만 민주당과 김희철 후보 지지자들 때문에 개인적으로 가슴이 아팠고 어려웠다. 김희철 후보는 공과를 떠나 8년간 조직을 꾸려왔고 2008년 MB 바람에도 관악을을 지킨 사람이다. 김 후보 지지자들로선 경선에 지고 문자 파문 겪으며 억울할 수도 있고 상실감이 컸을 것이다."

- 김희철 후보와 지지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섭섭하고 아쉽겠지만 야권연대에 충실해 12월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하는 데 함께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 야권 전체가 더 크게 성장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어떤 국회의원이 되고 싶나.
"당원이 중심되고 주민을 주인으로 내세우는 새로운 정치라는 진보의 원칙을 지키겠다. 늘 당원과 성장하고 주민 속에서 현장 목소리를 듣고 의정 활동을 하겠다. 선거운동하면서 전태일과 노무현이 만났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전태일이 노동자와 서민의 가치를 상징한다면 노무현은 시민과 참여정치를 상징한다. 민주주의 회복을 굳건히 하는 데 개인을 돌아보지 않고 공리를 위해 활동하겠다."

- 이정희 대표가 설 자리를 대신했다는 부채감은 없나. 이 대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대표 같은 큰 정치인, 진심어린 정치인을 지키고 더 큰 일 하는 데 밑받침하고 싶다. 부채감 같은 건 없다. 서로 채무-채권 관계가 아니라 한 길 가는 동지다. 진보 집권이라는 획기적 전환점을 만드는 일을 함께 해 나갈 생각이다."

이정희 "절하고 싶은 심정"... 이상규 "이정희의 승리"
12일 새벽 관악을 19대 국회의원 당선이 확정된 이상규 통합진보당 후보(가운데)와 서기호 전 판사(맨 왼쪽),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손을 들어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12일 새벽 관악을 19대 국회의원 당선이 확정된 이상규 통합진보당 후보(가운데)와 서기호 전 판사(맨 왼쪽),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손을 들어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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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통합 상징'으로 거듭난 이상규 관악을 국회의원 당선인과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부둥켜 안고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이정희 대표는 12일 새벽 1시 30분쯤 관악구 서원동 이상규 후보 선거사무소를 찾아 당선을 축하했다. 이 대표는 "관악을의 어려운 상황을 이겨낸 이 후보에게 절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 후보가 없었으면 이 위기 상황을 극복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규 당선인 역시 "관악을의 승리는 이 대표의 땀과 눈물과 열정의 결실"이라면서 "그것이 관악주민의 마음을 움직였고 감동의 정치, 진실의 정치가 승리한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어 "이정희와 함께 통합진보당이 앞장서서 야권연대, 정권교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당선인은 "가시밭길인 야권연대를 처음부터 끝까지 만든 게 이 대표였다"면서 "관악을마저 양보하고 이 대표가 주민들을 만날 때 가슴이 치밀어 올랐다"며 감정이 복받친 듯 말을 잇지 못했고 이 대표도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이날 새벽 2시경 98.1% 개표를 마친 가운데 이 당선인은 38%(4만2121표)를 얻어 2위인 오신환 새누리당 후보(33.4%)를 4.7%포인트차로 따돌리고 당선을 확정했다. 야권 단일 후보 경선에 불복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희철 후보는 28.6%를 얻어 3위에 그쳤다.


태그:#이상규, #이정희, #통합진보당, #야권연대, #4월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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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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