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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선장터에서 펼쳐지는 문화예술공연. 노인분들이 흥을 이기지 못하고 덩실덩실 춤추기에 나섰다.
ⓒ 강기희
▲ 정선 아라리 공연. 관객과 하나되는 시간이다.
ⓒ 강기희
초록이 짙어가는 5월. 굳이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 하지 않아도 이 나라의 산천은 아름답다. 초록빛으로 몸을 푸는 정선은 어느 계절 아름답지 않은 날이 없지만 5월 빛은 유독 신비롭다. 산자락에 스며드는 햇살의 각도가 예술인 요즘 정선 장터엔 산나물 향이 가득하다.

산나물 사태 이루는 정선 5일 장터

정선 5일장은 매월 끝자리가 2일과 7일인 날에 선다. 22일과 휴일인 27일이 장날인 것이다. 요즘엔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주말 장터가 선다. 그러하니 정선은 일주일에 세 차례나 장이 서는 셈이다. 이번 주엔 화요일과 토요일, 일요일 모두 장이 선다. 어떤 때엔 3일 연속 장이 서기도 한다.

날마다 장날 같은 정선장터는 산나물로 사태를 이룬다. 산나물은 정선 일대의 산자락에서 뜯어온 싱싱한 것들로 인기가 대단하다. 전국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그 많은 산나물이 연일 동난다. 시골에선 밭일을 젖혀두고 산나물 뜯으러 가는 통에 일손이 달릴 정도이다.

산나물의 종류도 다양하다. 높고 깊은 산에서만 자라는 누리대를 비롯해 곰취, 명이, 참도돌치, 나물취, 떡취, 미역취, 참더덕취, 개미취, 정선과 인근에서만 자생하는 곤드레나물, 임금님께 진상되었다는 어수리나물, 딱주기, 개두릅, 참두릅, 고사리, 잔대싹, 삽주싹 등. 거명하기에도 숨차다.

정선장터에 가장 많이 나오는 나물은 곤드레와 나물취, 곰취, 어수리 등이다. 참두릅과 개두릅은 이미 시기가 지났다. 관광객들은 양손에 나물 보따리를 들고도 힘든 줄 모르고 장터구경에 신이 나 있다.

정선장터엔 산나물만 있는 게 아니다. 정선지역에서 나는 더덕과 도라지 등은 음식이기도 하지만 약재에 가깝다. 장터에 나온 황기나 만삼, 당귀 등은 보약들이다. 황기는 몸이 허한 곳에 좋고 당귀나 만삼은 여성들에게 좋은 약재다. 이것들은 산삼 썩은 물을 먹고 자란 약재들이라 효과도 높다. 품질은 정선군에서 보증하니 믿고 사도 된다.

어떤 관광객의 경우 산나물을 보고도 수입산이 아니냐고 묻는다. 곤드레와 같은 산나물은 하루 전날에만 뜯어도 다음날이면 검게 시들 정도로 잎이 연하다. 그런 나물을 두고 수입산이라 하면 대답하기에도 딱하다.

▲ 정선 산나물 인기가 높다. 산더미처럼 쌓였던 나물이 금방 팔린다.
ⓒ 강기희
▲ 산나물 많이 주세요. "그럼요, 그래야지요."
ⓒ 강기희
살거리가 끝나면 먹을거리 순서이다. 정선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이 음식들은 정선을 벗어나면 맛보기 힘들다.

먹을거리는 곤드레나물밥을 비롯해 메밀전, 메밀전병, 콧등치기국수, 옥수수로 만든 올챙이국수, 산초 두부전, 황기국수 등등. 음식이 다양하니 선택폭도 넓다.

살거리 먹을거리 볼거리, 어느 하나 놓칠 수 없는 정선장터

이 중에서 곤드레나물밥이나 콧등치기 국수는 정선을 대표하는 음식이 되어버렸다. 정선을 벗어나는 순간 다시 먹고 싶은 음식들이 한둘이 아니다. 음식 기행만 한다 하여도 며칠은 정선에서 묵어야 가능하다.

먹을거리 기행이 끝나면 이번엔 볼거리이다. 정선장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각종 공연이다. 정선장터에 있는 문화마당에서는 장날과 주말 장터가 열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각종 공연이 펼쳐진다. 정선아라리 공연은 기본이다. 장터에서만 오전과 오후 하루 두 차례 정선아라리의 진수를 보여주는 공연이 열린다.

정선 같이 살기좋은 곳 놀라 한 번 오세요
검은 산 물 밑이라도 해당화가 핍니다

개구리란 놈이 뛰는 것은 멀리 가자는 뜻이요
이내 몸이 웃는 뜻은 정들자는 뜻일세

금도 싫고 은도 싫고 문전옥답 다 싫어
만주 벌판 신경 뜰을 우리 조선 주게

사발 그릇이 깨어지며는 두 세쪽이 나는데
삼팔선이 깨어지며는 한덩어리로 뭉친다

- '정선아라리' 가사 중에서


정선아라리 가사는 전해지는 것만 해도 2천수가 넘는다. 정선아라리 가사에는 지난 우리네 삶과 지난한 역사가 다 담겨 있다. 우리의 역사와 만나는 정선아라리는 정선에 와야만 그 깊은 속내를 확인할 수 있다.

▲ "산나물? 에구 더 드리지뭐."
ⓒ 강기희
▲ 햐, 이거 맛있겠는 걸!
ⓒ 강기희
한의 소리 삶의 소리인 정선아라리 공연이 끝나면 특별공연이 준비된다. 특별공연은 장날마다 다른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민속예술단의 공연이 있는 날도 있고 그룹사운드의 공연이 있는 날도 있다. 오는 22일 장날엔 실버악단의 공연이 준비되어 있다.

혼자 오면 반드시 후회하는 정선장터

지난 장날엔 춘천에서 활동하는 이유라예술단이 정선장터에서 공연을 했다. 공연단은 관광객들의 폭발적인 호응에 앵콜을 거듭 받았다. 점잔 떠는 장소가 아닌 만큼 어깨춤을 추다 무대로 나와 춤을 춘다 하여 말리는 이 없다.

공연자와 객석은 따로 거리를 두지 않아 마당놀이처럼 자유롭고 편하다. 흥겨움이 펼쳐지는 문화마당엔 인절미를 만들기 위해 떡메를 내리치는 소리도 정겹다. 추억 하나 만들기엔 잠시. 이러다 보면 정선장터에서 평생 만들 추억 다 만든다.

"정선장터 정말 좋습니다. 부모님 모시고 오지 못한 게 큰 후회로 남네요. 다음엔 꼭 부모님 모시고 올 겁니다."

지난 장날(17일) 산나물 보따리를 들고 있는 관광객은 노부모를 모시고 오지 않은 걸 후회했다. 후회할 만하다. 그런 곳이 정선장터이다.

정선장터가 여느 장터와 다른 점은 흥과 정을 함께 나눈다는 점이다. 점심시간 이후 파장될 때까지 이어지는 공연이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장터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지켜보다 장 구경도 못했다며 뒤늦게 장터를 둘러보는 이들도 많다. 공연을 보다 정선관광 투어를 나서는 일을 잊기도 한다. 레일바이크를 타러 가야 하는데 시간을 놓쳤다며 하소연하는 이들도 있다. 정선장터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오후 4시 30분이 되면 창극이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정선아라리 창극 공연이 시작되는데 객석이 늘 가득 찬다. 정선아라리로 만든 창극은 장터에서 진행되는 질박한 정선아라리와 달리 눈물샘을 자극한다. 그야말로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공연이다.

창극 공연이 끝나면 하루 일정이 모두 마무리되고 장터도 파장을 한다. 이러한 공연은 정선에서 마련한 선물이니까 당연히 무료이다. 모든 공연이 끝나면 관광객들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관광버스나 기차에 오른다.

공연 때문에 놓쳤던 정선의 아름다운 풍경은 다음 장날을 기약하는 수밖에 없다. 하루종일 들었던 정선아라리 흥얼거리며 집으로 돌아가는 관광객들의 입가엔 미소가 흐른다.

▲ 정선아라리 창극. 남과 북이 하나되는 순간이다.
ⓒ 강기희
▲ 정선의 명물인 찰옥수수를 뜯으며 공연을 지켜보는 관광객.
ⓒ 강기희

태그:#정선, #정선아라리, #장터, #산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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