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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차세대 운영체제 '윈도비스타'가 가격 부풀리기 의혹과 호환성 문제 등 논란 속에 국내 출시됐다. 지난 1월 31일 오전 서울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윈도비스타 영상 시연회에 관심있는 일반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새로 출시된 마이크로소프트(MS) 운영체제 '윈도비스타'의 국내 판매 가격이 유독 비싸 논란이 일고 있는 요즘, 많은 분들은 "윈도를 누가 돈 주고 사지? 컴퓨터를 사면 이미 깔려 있는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컴퓨터에 이미 설치된 윈도 운영체제는 무료가 아닙니다. 컴퓨터를 제작, 판매하는 업체가 윈도 운영체제에 대한 대가를 MS사에 직접 지불하고, 그 비용을 컴퓨터 원가에 얹어서 최종 소비자로부터 받아내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PC 번들용' 윈도 가격은 영업비밀?

이렇게 판매되는 컴퓨터 1대당 윈도 운영체제의 가격은 얼마일까요? 알기 힘듭니다. 윈도비스타 운영체제의 국내 판매가격이 35만9000원이지만 컴퓨터에 아예 설치되어 판매되는 비스타 운영체제가 얼마에 공급되는지는 MS사가 "영업 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을 뿐 아니라, 컴퓨터 제작사와의 공급계약에 비밀유지 조항을 두어, 제작사도 이것을 공개하지 못하게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MS사가 제작사마다 조금씩 다른 가격에 공급하는지, 같은 가격에 공급하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국MS사의 연간 매출액을 보면, 판매 총액은 알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지도 않습니다. 한국MS사의 연간 총 매출액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2004년에는 2330억원 가량입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http://dart.fss.or.kr/)에서 검색하시면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액수는 신품 컴퓨터에 탑재되어 국내에 판매되는 윈도 운영체제의 매출액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액수입니다.

왜냐하면 한국MS사는 이 거래의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거래는 MSLGP(Microsoft Licensing General Partnership)라는 MS사의 미국내 자회사가 직접 합니다. 돈도 그쪽으로 직접 송금됩니다. 한국MS사는 이 거래 계약서에 서명조차 할 자격이 없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MS사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등에 관한 지난해 2월 24일자 공정거래위원회의 심결문에 설명되어 있습니다. 이 심결문 역시 공정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MS 제치고 외국 자회사가 국내 판매

MS사가 윈도 운영체제 판매 사업만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MS 오피스XP 스몰 비즈니스(Small Business)는 하나에 16만5000원이고, MS 오피스XP 스탠다드(Standard)는 하나에 50만원입니다. 관공서 등 복수 이용자 사용허락계약(multi-userlicense) 조건으로 공급되는 경우, 가격이 얼마인지는 잘 알기 어렵습니다.

아마도 각 경우마다 조금씩 다른 가격으로 공급될 것입니다. MS오피스의 국내 매출액 총계가 연간 얼마인지는 더욱 알기 어렵습니다. MS오피스 판매도 한국MS사가 하는지, 아니면 외국에 있는 MS 자회사 중 어느 하나가 직접 하는지 불분명합니다.

MS는 휴대용 기기(PDP, PMP 등)에 사용되는 MS CE 운영체제 및 그 파생제품 영업도 합니다. 그 사업규모가 얼마인지도 자세히 알기는 어렵습니다. 그 각 경우, 공급 계약의 주체가 한국MS사인지, 외국에 있는 MS 자회사인지 분명하지 않습니다.

각종 MS 제품의 판매가를 이처럼 비밀에 붙이고, 외국에 소재하는 자회사를 거래 주체로 내세움으로써 매출 총액의 정확한 집계가 어렵도록 하는 이유를 함부로 짐작할 필요는 없습니다.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모두가 아는 바와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윈도는 컴퓨터를 사면 그냥 따라오는 것"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가지게 되고, MS 제품을 사용하는 대가로 우리 국민이 지출하는 총비용이 얼마인지를 쉽게 거론하기가 어렵게 됩니다.

▲ 윈도비스타 운영체제가 PC 번들용으로 얼마에 공급되는지는 MS사가 "영업 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사진은 31일 윈도비스타 시연회.
ⓒ 오마이뉴스 남소연

그러나 정보통신부가 공식적으로 배포한 보도자료에 근거해 우리 국민이 MS사에 매년 얼마를 지불하는지 추산해 볼 수는 있습니다.

2003년 9월 정보통신부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의하면 "2007년까지 국내 데스크탑 20%, 서버 30%를 공개 SW 기반으로 교체할" 계획을 수립하였고, 이를 통하여 "연간 약 3700억원의 예산이 절감될 것으로 예상되며, 오픈 스탠다드(Open Standard) 지향의 공개 S/W의 특성을 살려 국가 주요정보시스템의 안전·호환성 확보 및 플랫폼 차원의 기술개발로 기술혁신은 물론 인력양성을 통한 국내 S/W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된다는 것입니다.

이 발표는 그즈음 국내 주요언론에 일제히 보도되었을 뿐 아니라 ZDNet코리아의 보도가 전세계 언론에 전재됨으로써 국제적으로도 한국의 모범적 사례가 널리 알려지게 돼, 한국의 '선진적 IT 정책'이 온 세계의 부러움을 사게 되었습다.

윈도 사용 대가, 연 1조 7천억원 추산

이제 조금 구체적으로 계산해 보겠습니다. 데스크톱 운영체제의 20%, 서버 운영체제의 30%가 리눅스(공개 S/W)로 전환되면 "연간 3700억원이 절감된다"는 정부의 공식 발표였습니다.

국내 서버 운영체제 시장의 상용소프트웨어(윈도+유닉스) 점유율은 약 85%입니다. 데스크톱과 서버 운영시장 시장 각각의 규모가 9:1 정도라고 보고 역산하면, 상용 서버 운영체제 점유율이 15% 포인트 떨어지면 연간 284억이 절약되고, 상용 데스크톱 운영체제(윈도) 점유율이 20% 포인트 떨어지면 연간 3416억원이 절약됩니다. 그 합계가 연간 3700억입니다.

결국 3416억원은 데스크톱용 윈도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대가로 지불되는 연간 총비용(오피스 등도 포함)의 20%에 해당합니다.

▲ 오픈웹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김기창 고려대 법대 교수.
정통부가 계획하였던 비용 절약 계획이 완전히 무산되어, 현재 데스크톱 윈도 운영체제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99.9%이므로, 지금도 3416억원의 다섯 배인 1조 7000억원이 윈도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대가로 우리 국민이 매년 지불하는 총비용이라는 계산이 나오는군요.(서버 운영체제는 별도임.)

이 수치가 부정확하면, MS사는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면 됩니다. 자신의 매출 총액 공개를 꺼리는 경우, 그 이유는 대체로 두 가지 중 하나일 것입니다. 너무 적어서 부끄럽거나 너무 많아서 부끄러운 경우입니다.

덧붙이는 글 | 김기창 고려대 법대 교수는 오픈웹(open.unfix.net)을 통해 '비MS'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오픈웹은 지난달 사실상 독점 OS와 독점 브라우저 사용만을 강제하는 금융결제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으며 행정자치부의 전자정부 사이트를 상대로도 행정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태그:#MS, #윈도우, #비스타,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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