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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악산에는 정상이 없다. 철골괴물이 있을뿐이다. 그의 주인은 'KBS'란다. 2003년 1월1일 아침
ⓒ 김익현
모악산에는 정상이 없다. 정상에는 사람이 밟을 수 있는 땅이 없다.

노령산맥의 중봉 '모악산'은 해발 793m로 만경강과 동진강 사이에 펼쳐진 금만평야의 동쪽에 우뚝 솟아 평야와 산지를 가르는 분수령으로 호남평야의 전망대라 불리우고 있다.

<금산사지>를 살펴보면 '엄뫼'라는 말이나 '큰뫼'라는 말은 모두 아주 높은 산을 의미한 것인데, 한자가 들어오면서 '엄뫼'는 어머니 산이라는 뜻으로 의역해서 '모악'이라 했고, '큰뫼'는 '큼'을 음역하고 '뫼'는 의역해서 '금산'이라 적었다고 되어 있다. 또한 다른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모악산 꼭대기에 아기를 안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닳은 큰 바위가 있어 모악산이라 했다고 한다.

▲ 그래도 '계미년' 새해 아침에 다시 '떠오르는 해'를 보려고 되도록 정상쪽으로 올라선 시민들...
ⓒ 김익현
모악산에서 흘러내린 물줄기는 만경강과 동진강의 젖줄이 되어서, 호남평야의 농작물을 풍요롭게 키우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일용할 양식'을 제공하고 있다.

'모악산'은 그 이름대로 우리의 어머니산인 것이다. 모악산 정상을 바라보거나 정상을 찾는 사람들은 흉칙하게 들어선 두 개의 커다란 송신탑을 비롯한 각종 시설물을 볼 수 있다.

지난 80년대 말 일제에 의해 한반도 곳곳에 박혔던 철주를 제거하는 작업이 KBS에 의해 벌어졌는데 영산인 모악산의 정기를 누르고 모악산의 자연생태계를 파괴하며, 한해 수십만명의 등산객들이 정상에 올라갈 수 있는 통행권을 방해하는 송신탑과 각종 시설물들이 전주KBS에 의해 세워진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KBS가 전국의 철주 제거운동 전개 전주KBS는 모악산에 큰 철주 박아

▲ 정상을 비켜선 20m아래에 또다른 철탑이 세워져 있다. 원래 이곳으로 이전을 약속했으나 JTV가 사용하게 돼 오히려 '괴물'들이 늘어난 꼴이 됐다.
ⓒ 김익현
모악산 정상의 송신탑은 1977년 TV방송 전파 송출을 위해 KBS전주방송국이 당시 금산사 주지와 무상으로 '모악산 정상 토지임대차 계약'을 통해 세워졌다.

혹자는 김제의 쇠락이 이때부터라고 주장한다. 모악산에 철탑을 세운 뒤 김제의 정기가 철탑에 눌려 김제의 영화가 끝이 났다고 말한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이때부터 김제의 인구가 급격히 줄었던 것은 사실이다.

오래 전부터 모악산은 민족의 영산으로 불리우며 김제시민뿐 아니라 전북도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런 까닭으로 모악산 정상을 복원해야 한다는 김제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의 헌신과 노력이 전개돼왔다. 그 결과 토지소유자인 금산사와 공영방송사인 KBS가 지난 97년도에 송신소 이전과 정상부 원상복구를 골자로 재계약을 체결했다.

금산사와 KBS가 체결한 재계약 내용을 보면 방송시설 이설과 관련해 '전북도민의 정서와 모악산 살리기운동에 인식을 같이하며 송신소 전면 20m지점에 청사를 재건축 한다'고 적고 있다. 또 자연환경 원상복구에 대해서는 '기존 방송시설을 2001년 12월 31일까지 재건축한 청사로 이설하고 기존청사는 2002년 12월 31일까지 완전히 철거하고 원상을 복구'하기로 정하였다.

그런데 현재까지 KBS의 이전노력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전할 청사나 부지가 없어서가 아니다. 이미 JTV전주방송이 금산사, KBS와 합의하에 정상부 송신소 이전을 원칙으로 정상부를 비켜선 20m 아래쪽에 청사를 신축하고 운영 중에 있다.

바로 이곳이 KBS송신소가 이전할 예정지였으며 이전을 전제로 새로운 송신소 청사가 신축되어 현재 모악산에는 두 개의 송신소 시설이 존재하게 된 것이다.

전주KBS가 최소한 4개소 이상의 중계소 신설과 새로운 신축에 따른 환경파괴, 기술적·경제적 손실 등의 일방적인 주장을 하며, 2010년까지 현 상태대로 계약을 연장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하나, 전주KBS는 공영방송답게 약속을 지키고 송신탑을 정상 밑부근으로 이전, 모악산 정상을 본래의 모습으로 복원시켜야 한다.

▲ 계미년 새해 아침 모악산에서 본 일출
ⓒ 김익현
광주시의 경우 '무등산 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무등산 정상일대에 난립되어 있는 방송사 송신탑 5기와 한국통신의 송신탑 3기가 자연경관과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어, 환경단체, 행정기관, 방송 3사, 한국통신 등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통신시설 통합추진협의회'를 구성해 정상 일대를 훼손되기 이전으로 복원했다고 한다.

광주시민들의 '무등산 살리기 사업'을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삼아 우리고장의 어머니 산인 '모악산' 되살리기에 각계각층의 중지를 모아야 한다.

"모악산은 도민의 것"
송신소 이전문제 도민참여 요구

김제시민센터(상임대표 최규섭)와 전북환경운동연합(상임의장 전봉호)은 지난해 2월에, 2002년 3월 2일로 임대 계약이 만료되는 모악산 송신소 소유자인 전주KBS에게 금산사측과 일방적으로 임대계약을 추진하지 말고, 전북도민들과 함께 송신소 이전 논의 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었다.

이들은 성명에서 "모악산 정상에 설치된 송신소 토지소유인 금산사측과 전주KBS가 1996년 11월 1일에 체결된 5년 동안의 임대기간이 2002년 3월 2일로 만료되며, 계약서에는 2001년 12월 31일까지 모악산 정상 20m아래에 송신소를 신축하여 이전하고 모악산 정상을 원상 복구하되 송신탑은 유지하기로 했고, 전주KBS는 송신소 주변 환경보존을 위해 철책제거, 조경공사, 건물도색 등을 시행하고 5년간의 계약기간 동안 이전 계획서 제출과 송신소 철거를 위한 비용예치, 계약기간 만료 후 시설이전과 계약기간 동안 정상 개방, 임대료 지불 등을 약속했다"면서 "그러나 이후 전주방송(JTV)측이 금산사측에 모악산 송신소 설치 부지 임대를 요청해 오자, 금산사는 전주KBS측이 송신소를 이전하기로 한 부지에 먼저 전주방송측이 100평규모의 송신소를 신축하도록 하고, 이 건물에 옆(50평)과 위층(50평)으로 확장하여 향후 전주KBS측이 100평, 전주MBC측이 100평으로 신축, 즉 최종 건축면적 150평에 2층 규모로 이전 통합송신소를 건설하여 운영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고 밝혔다.

이같은 양측의 일방적인 계약으로 인해 '모악산 정상을 되살리자'는 주장 아래 모악산 살리기 운동을 펼쳐왔던 '모악산 살리기 전북시민사회단체 공동대책위원회'는 많은 실망을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전주KBS는 자신들이 약속했던 것 중 임대료 지불과 건물도색외에는 적극적인 실천의지를 보여주지 않았고, 특히 계약의 핵심내용인 5년 기간동안 이전 계획서 제출과 임대기간이 끝나가는 이 시점에서 이전하려는 의지를 전혀 보여주지 않고 있으며, 금산사도 이행 내용을 점검하여 촉구하지도 않았다"고 비난했다.

또한 "전주KBS가 몇가지 어려움을 들어 2010년까지 현 상태대로 계약을 연장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모악산과 더불어 영산으로 알려져 있는 계룡산 정상 송신탑도 많은 지적을 받아오다가 철거된 바 있고, 무등산 정상의 송신탑도 이전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모악산 송신소의 이전문제도 충분히 합리적인 결정에 따라 해결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밝혔다.

전주KBS에 대한 요구사항으로는 "공공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관으로서, 일방적인 주장을 강요하지 말고, 원래 약속한 지역으로의 이전을 포함한 새로운 대안 지역으로의 이전 등 어떠한 논의도 개방하여 논의해 줄 것"을 촉구했다.

금산사측에는 "토지소유자라는 근거아래 자의적으로 판단하여 시급하게 재계약을 결정하지 말고, 위대한 어머니의 산 모악산을 사랑하고 모악산 살리기에 나사고 있는 전북시민단체들의 기대와 여망을 올바로 인식하여 많은 전북도민들과 전북시민단체들이 참여하는 공식적인 논의를 통해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 달라"고 요구했다. / 홍성근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바른지역언론연대 김제시민의신문(www.gjtimes.co.kr)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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