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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배우 김부선씨(맨왼쪽) 등 문화예술인들이 9일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마초 흡연 합법화를 요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문화예술인 113명이 국내에서 합법화되지 않은 '대마초 흡연'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나서 주목을 받고 있다.

'대마합법화 및 문화적 권리 확대를 위한 문화예술인 모임(이하 문화예술인 모임)'은 9일 오후2시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마에 대한 법적·사회적 규제 철폐 ▲대마와 관련한 합리적 논의 진행 등을 요구했다.

문화예술인 모임은 이날 선언문을 통해 "대마 합법화나 무분별한 마약 허용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며 "대마를 마약류로 분류하고 과도하게 처벌하는 현실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이날의 선언취지를 분명히 했다.

"무분별한 처벌 이전에 대마의 사회적 위험성에 대한 정당한 논의를 요구한다"고 덧붙인 이들은 대마를 "마약으로서의 지위를 넘어 생태적 작물로서 자연 그대로의 원래 지위로 돌려보내자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들은 "일반 마약류와 엄연히 구별되는 대마에 대한 과도한 탄압은 개인 '취향·기호'에 대한 국가의 통제이며 문화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특히 이들은 문화예술인이라는 이유로 가해지는 이중적 처벌에 대한 시정과 사과를 요구했다.

문화예술인 모임은 영화배우 김부선씨의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에 대해 "사회 금기에 대한 정당한 문제제기라는 점과 문화 권리를 찾기 위한 개인의 노력이라는 점에서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 "각종 사회·문화적 금기에 대한 적극적인 문제제기를 통해 문화권리 확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마는 부도덕한 사람 만드는 약물 아니다"

▲ 9일 오후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 대마초 흡연 합법화를 요구하는 문화예술인 기자회견이 열렸다. 뒤늦게 도착한 가수 신해철씨가 대마 합법화를 해야 하는 이유를 밝히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지지발언에 나선 가수 신해철씨는 "대마의 전면 합법화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대마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마보다 더 위험한 술이나 담배는 국가통제가 느슨하거나 심지어 국가가 전매해 국민을 상대로 판매하는 실정"이라며 "유독 대마만 금지시켜 흡연자를 비인격적으로 대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성토했다.

또한 신씨는 "대마의 환각 증상을 과장함으로써 문화예술가들을 인격적으로 모욕하고 미디어를 통해 추한 모습으로 재연되는 등 대마 흡연자에 대한 사회인식이 삐뚤어져 있다"며 "소수자들이 끊임없이 싸워 대화하는 분위기를 만들자"고 당부했다.

<공동경비구역 JSA> <올드보이> 등을 만든 박찬욱 감독은 영상 지지발언을 통해 "대마는 다른 종류의 위험한 약물과 차이가 있다"면서 "폭행과 같은 반사회적 행동을 유발하는 약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박 감독은 "영화배우 김부선씨는 결코 부도덕하거나 반사회적 인물 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대마 흡연은 개인의 자유에 속한 문제"라며 "근거 없는 사회적 금기와 비난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대마흡연 처벌규정에 위헌성 있다"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알려진 김동원씨는 "대마를 핀다는 이유로 비난의 시선으로 한 개인을 바라보고 인격을 의심하는 풍토에서는 어떤 담론의 생성도 불가능하다"며 "이제는 금기되는 이야기들을 꺼내고 공유할 수 있는 열린 사회가 되었다고 본다"고 관심과 지지를 당부했다.

마약류관리법에 대한 김부선씨의 위헌법률심판제청 변론을 맡은 김성진 변호사는 대마초 흡연 처벌규정의 위헌 문제를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대마초 흡연처벌 규정은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행복추구권·평등권·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하고 있다"며 "불법 약물 유통이나 밀매 등에 대해서는 강력한 규제가 있어야 하지만 복용한 이에게는 벌금형이나 과태료 정도의 약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 98년 유엔마약위원회 통계와 94년 미 국립약물중독연구소의 결과를 인용한 뒤 "대마는 담배나 알코올보다 유해성이 낮다, 소량의 대마초 사용을 처벌하지 않는 것은 세계적 추세"라고 말했다.

한편 문화예술인 모임은 12월 중 '대마 합법화 및 문화적 권리 확대를 위한 공개 토론회'를 열고 '(가칭)대마 합법화를 위한 연대모임'을 내년 초 발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김동원 다큐멘터리 감독 등 문화예술인들이 9일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 대마초 흡연 합법화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히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김부선씨 "지금 나는 행복하다"
"금기 솔직하게 논의되기 시작했다"

▲ 영화배우 김부선씨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영화배우 김부선씨는 연신 웃고 있었다. 김씨는 "지금 나는 행복하다, 데뷔 이래 이렇게 많은 취재진을 만난 것은 처음"이라며 "사회가 성숙해져 이제 금기를 솔직하게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기뻐했다.

김씨는 "선진국에서는 기호식품인 대마가 왜 우리 나라에서는 불법이냐"며 "대마와 마약은 엄연히 다른 약물이다"고 말했다. 그는 "20여년 전 마약을 복용했다. 이것들은 대마와 달리 중독성이나 유해성이 무서운 환각물질"이라고 고백했다.

김씨는 지난 10월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한 상태다. 지난 8월 김씨는 2000년 12월부터 4년간 4차례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구속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대마 흡연을 범죄로 취급하는 것은 코미디"라며 "죄인 취급을 받으며 자신은 물론 가족들까지 큰 피해를 봤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기자회견 자리를 대마 흡연자들이 변명하는 자리로 치부하는 것은 우리를 두 번 죽이는 것"이라며 "가해자 없는 범죄인 대마 흡연에 대한 국가 처벌을 완화해달라"고 호소했다.

김씨는 "헌법재판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국가인권위원회까지 갈 생각"이라며 "대마에 관해 문제를 제기하고 과학적 연구의 계기가 된 것에 큰 의의가 있다"고 이번 회견을 평가했다.

김씨는 "대마 흡연 적발 당시 국민과 팬들에게 죄송하다는 거짓말을 했다"며 "법을 위반한 것에 대해서는 반성하지만 잘못한 것은 없었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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