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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에서 올라온 농민들이 19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쌀개방반대와 농협개혁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19일 오후 '우리 쌀 사수·농협개혁 촉구 350만 농민대회'에 참가한 농민들이 쌀개방에 반대하며 상여를 지고 서울시청 앞 광장을 돌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기사 대체 : 19일 저녁 8시]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이하 한농연) 등이 주최하는 '우리 쌀 사수·농협개혁 촉구 350만 농민대회'가 19일 오후 1시부터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렸다.

농민 1만5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농민대회장에서는 "농협중앙회장 연봉 6억4천만원", "농업경영인 가구당 농가부채 1억4천만원", "표류하는 농업개혁 농민의 손으로 이뤄내자"라는 구호가 연신 쏟아졌다. 농민대회장 상공에 떠있는 대형 애드벌룬에는 '농가소득 보장', '농가부채 해결', '농민생존권 확보', '우리쌀 사수', '농협개혁 관철' 등 5가지의 요구 사항이 적힌 플래카드가 매달렸다.

한농연은 이날 "정부는 11일 농업인의 날 소득보전직불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80kg 쌀 한가마당 17만원 수준의 목표가격을 설정하여 시장가격과의 차액 80%를 고정형직불제와 변동형직불제를 통해 보전하겠다고 했다"며 "정부의 소득보전직불제는 물가 및 생산비 상승 요인을 반영하지 않고 있으며 기존의 논농업직불제 및 쌀소득보전직불제 참여 농가만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현장 농민들에게 별 도움이 안되는 반쪽짜리 직불제로 전락할 우려가 높다"고 성토했다.

한농연은 또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 및 경제사업 분리 ▲농협중앙회 시군지부 폐지 ▲시도지역본부장 선출직 전환 ▲농협중앙회의 지배구조 개선 ▲1구역-1조합 제도 폐지 및 농민조합원들의 조합 자율선택권 부여 요구 등이 논의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며 농협법 개정안 통과를 국회에 촉구했다.

▲ 서정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이 19일 '우리 쌀 사수·농협개혁 촉구 350만 농민대회'에서 대회사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19일 '우리 쌀 사수·농협개혁 촉구 350만 농민대회'에 참가한 농민들이 농협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농민대회에는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과 박흥수 열린우리당 의원이 참석했으며 정재근 농민연대 상임대표, 김영문 우리쌀지키기 범국민협약운동본부 상임대표, 권오만 한국노총 사무총장 등이 연대사를 했다.

농민들은 결의문에서 "쌀 관세화 유예 협상과 DDA 농업협상에서 농산물 수출국들은 350만 농민들의 생존권을 볼모로 한 쌀시장의 추가 개방과 함께 고관세 품목의 관세 인하와 국내 보조금 대폭 감축을 강요하고 있다"며 "하지만 정부의 대응은 매우 소극적이며, 농업통상협상에 대비하기 위한 농가소득정책과 식량자급계획 수립 등 가시적인 국내대책은 미흡한 상황"이라고 정부의 협상자세를 비판했다.

▲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결의대회를 마친 농민들이 '쌀개방반대' 깃발을 들고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들은 또한 "농업 위기 극복을 위한 농협법 개정안마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며 ▲쌀 관세화 유예를 관철하고 추가 개방 및 수입쌀 소비자 시판 저지 ▲식량자급계획을 법제화하고 추곡수매제도 유지 ▲목표소득지지제도와 직접지불제도 강화, 실효성 있는 생산비 절감 정책 추진 ▲농협법 연내 개정하고 총체적인 농협 개혁 추진 ▲농가부채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하라는 등 5개의 요구사항을 밝혔다.

이들은 결의문 낭독을 마친 뒤 상여와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청와대와 농협을 항의 방문하겠다며 오후 3시30분께 시청 앞을 출발했다. 경찰은 59개 중대 6천여명의 병력을 광화문과 서대문 일대에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이날 농민들은 농협중앙회 항의 방문을 시도했으나 경찰청 앞 8차선이 전경차에 의해 봉쇄됐다. 상여를 맨 20여명의 농민들이 경찰 봉쇄를 뚫으려고 시도하다가 제지당하자 상여에 불을 붙이면서 경찰과 1시간여동안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지만, 오후 5시30분께 자진해산 했다.

"쌀 개방 여부는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
농민대회장에서 만난 농민들의 분노와 탄식

▲ 19일 '우리 쌀 사수·농협개혁 촉구 350만 농민대회'에 참가한 농민이 쌀개방에 반대하며 깃발을 흔들고 있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쌀 추가개방 반대', '농가부채 해결', '중앙 농협 개혁' 등의 구호가 적힌 붉은 머리띠를 두르고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농민들은 정부의 농정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충남 아산에서 벼농사, 밭농사, 양돈업을 겸업하고 있다는 김성재(53)씨는 "우리한테 돈을 달라는 게 아니라 농사를 지어서 이익을 남기게 해달라는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김씨는 "행정수도 이전도 국민투표 사안이라는데, 전 국민이 매일 먹는 쌀을 개방하자 말자 하는 문제도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밀실에서 결정한 쌀 개방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북 협동조합발전연구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용제(49)씨는 "농협은 장사를 해서는 안된다" 라고 전제하고 "단위 농협에서 해도 되는 공동구매를 중앙 농협에서 틀어쥐고 거기서 나오는 이윤을 독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또 "농민들은 못 살겠다 아우성인데, 농협중앙회 직원들은 월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며 "농민의 아픔과 같이해야 할 농협이 농민을 외면한 채 자신들의 잇속만 챙기고 있다, 이런 농협을 개혁해 농민의 아픔과 함께 하도록 해야하는 게 아니냐"고 질타했다.

축산업을 경영하는 농민들의 불만도 컸다. 충남 서산에서 젖소 농장을 경영하고 있는 설상진(35)씨는 "사료값이 인상될 때는 30~40%씩 올라가면서 가격이 인하될 때는 4%정도 밖에 내려가지 않는다"며 "후계농이 없어서 몇 년 후에는 이런 대규모 집회도 못할 것 같아 걱정된다"고 안타까워했다.

전남 광양에서 벼농사와 원예농업을 겸업하고 있는 김재금(43·여)씨는 "지금의 현실은 돈 빌려서 꾼 돈 갚는 격"이라며 "농사꾼이 잘살게 하려면 농자금의 대출기간을 길게 잡아서 새로 농사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자립 기반을 잡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안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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