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국제적십자사(ICRC)가 지난 2월 미국과 영국 정부에 전달했던 동맹군의 이라크인에 대한 학대를 자세하게 담은 보고서가 10일 공개됐다. 비밀로 분류됐던 24쪽 분량의 이 보고서는 지난 6일 <월스트리저널>이 단독 입수해 내용을 요약해 보도했었다.

이 신문은 10일 자사 홈페이지에 전체 보고서를 올려놓았다. 그러나 적십자사는 이 문서를 따로 공개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체포된 경험이 있는 수백명의 이라크인들과 동맹군 관계자들을 직접 면담해 작성한 적십자사 보고서는 동맹군의 각종 악행을 자세하게 기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동맹군 정보 장교들은 "체포된 이라크인들의 70~90%는 특별한 이유없이 '실수'로 잡혀왔다"고 추정했다. 이라크 전역에 수감된 4만3000명의 이라크인들은 600명를 빼놓고는 사법 당국의 판단을 받지 못했다.

포로 학대의 유형은 ▲칠흑같이 깜깜하고 텅 빈 방에 포로를 완전히 발가벗긴 채 수일씩 홀로 집어 넣기 ▲나체로 다른 수감자나 간수들 앞에서 걷게 하기 ▲감옥 창살에 몇 시간씩 손목을 묶어두기 ▲기온이 섭씨 50도 이상을 오르내리는 날씨 속에 몇시간씩 햇볕 속에 세워두기 ▲아주 시끄러운 음악이나 소음속에 노출시켜 감각을 마비시키기 등이 있었다.

얼굴에 두건을 씌우는 것은 언제 어디서 주먹이 날라올지 모른다는 공포심으로 포로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했다. 얼굴에 두건을 씌우면 4~5일씩 벗기지 않은 채 그대로 방치해뒀다. 폭행, 모욕적 언사, 식사나 물 제공 중단, 잠 안재우기 등도 있었다.

특히 사담 후세인 정권 때 고위직을 지낸 '고급 포로'에 가혹행위가 집중됐다. 지난해 6월 이후 100여명의 '고급 포로'들은 빛이 완전 차단된 작은 콘크리트 독방에서 매일 거의 23시간 씩 갇혀 있었다. 국제적십자사는 "몇 개월씩 독방에 감금하는 것은 제네바 협정 제 3조와 4조에 대한 심각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고급 포로들은 수용소 안의 다른 수감자들은 물론 가족들과의 접촉도 완전히 금지됐다. 이런 방법들은 특히 군 정보기관이 포로들에게 육체적 정신적인 억압을 가해 포로들이 자백하거나 더 많은 정보를 빼내거나, 더 나아가 동맹군 작전에 협조하는 정보원으로 만들기 위해 '체계적'으로 자행됐다.

미군의 가택 수색도 대단히 억압적이었다. 보통 어둠이 진뒤 미군들은 가택 수색을 나온다. 문을 부수고 들어온 미군들은 이라크인 가족들을 한 방에 몰아넣고 욕설을 퍼붓는다. 수색 과정에서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가재 도구를 부순다. 성인 남자들의 손에는 수갑이 채워지면 이유없이 끌어간다.

하바라리야라는 마을에서는 미군들은 13살부터 81살까지 마을의 모든 남자들을 붙잡아가 몇 주간 구금했다. 이유는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이라크 안으로 스며드는 게릴라들을 막기위한 사전 조치였다.

지난 9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바그다드 근처 마을 출신인 하이다 타하 마흐무드는 "지난 2월 미군이 들이닥쳐 남편을 잡아가고 우리 가족의 저금 3500달러를 빼앗아갔다"고 말했다.

바그다드 근처 아다미야 마을에 살던 아흐메드 모에프 카탑은 지난해 11월11일 이발을 하다가 이유없이 붙잡혔다. 수갑이 채워지고 눈을 두건으로 가리워진채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로 끌려간 그는 쇠 파이프로 두들겨 맞았다. 기절했다가 깨어난 그는 개집속에 나체로 가둬져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4개월간 수감됐던 그는 역시 아무런 설명없이 풀려났다.

이런 악행에는 동맹군의 지휘를 받고 있는 이라크인 경찰들도 가담했다. 이라크인 경찰들도 체포된 사람들을 구타하거나 동맹군에 넘기겠다고 위협해 돈을 빼앗았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포로가 된 탈레반과 알카에다 조직원들이 수감되어 악명높은 쿠바의 관타나모 수용소로 보내겠다는 위협도 사용됐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게 숨쉬기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