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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포럼 조직위원회(위원장 안병욱)는 13일부터 15일까지 KBS수원연수원에서 '연대, 진보로의 전환'을 주제로 제3회 한국사회포럼을 연다. <오마이뉴스>는 수원 현지에 취재기자를 파견, 한국사회포럼 토론현장을 생생히 전달한다. <편집자주>

▲ 13일 오전 7시 30분경 파병반대국민행동 소속 단체 회원 10여명이 서울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앞에서 이라크 파병동의안 국회처리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뒤 박관용 국회의장 면담을 시도했으나 경찰의 저지로 무산되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대한민국은 세계 3위 전범국가입니다. 이제 저희는 평화의 이름으로 이라크 현지에서 파견 점령군 감시운동을 시작합니다. 점령군이 어떻게 이라크재원을 약탈하는지 직접 조사하고 희생자들의 증언을 기록합니다. 광화문엔 파병찬성의원 기록비를 세우고, 그의 자식들에겐 초청장을 보내 전쟁의 참화를 볼 수 있게 하는 프로젝트를 기획 중입니다. 베트남전쟁은 기억 속에 묻힐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 벌어지는 이라크전쟁은 반드시 기록으로 남겨야 합니다."

12일 오후 1시, 155명의 국회의원들은 이라크 파병안에 찬성했다. 오는 4월쯤 인천공항을 통해 이라크로 떠나는 한국군을 목격할 지 모르는 상황에서 파병반대운동을 해온 시민사회단체들은 앞으로 어떤 운동을 벌여나갈 것인가.

참여연대(공동대표 박상증)는 13일 저녁 7시 '파병반대운동의 평가와 과제' 토론회에서 "이제 한국은 세계 3위 전범국가가 됐다"며 "역사적으로 엄청난 빚을 진만큼 이라크 국민들에게 빚을 갚는 심정으로 평화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파병반대운동의 평가와 과제' 토론회에 참석한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실장은 "운동권적 수사를 내포한 노무현 정부의 파병정책을 정당화하거나 이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는 것은 지나친 정치공학적 접근"이라며 "파병논란 기간 중에 벌어진 노무현 정부의 선택을 정당화하는 일부 노무현 지지세력과 관련 인터넷언론 등의 이율배반은 파병반대운동에 심각한 방해요소가 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노사모는 '종속적 유권자'가 됐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파병반대운동이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주발제자 권혁철 <한겨레21> 기자는 "국방부에 따르면 부모동의를 받아 이라크파병에 자원한 한국군 병사들이 3∼4만명이 된다"며 "전쟁은 반대하지만 파병은 찬성하는 전쟁과 평화에 대한 대중적 의식분열이 일어나고 있다"고 전달했다.

그는 "아마도 '전쟁반대 파병찬성'과 같은 입장이 파병자원 등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은 이미 전쟁을 경험한 우리가 현실적 위협으로 존재하는 전쟁에 대한 심리적 타협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권 기자는 "평화세력이라고 자부했던 NSC 관계자들조차 파병하지 않을 경우 받을 불이익이 너무 크고 그건 이회창이 되든 노무현이 되든 상관없이 한국정부가 감당할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말했다"며 이런 한국적 현실에서 "운동진영이 내건 '파병저지'는 쟁취할 수 있는 구호이었냐고 묻고싶다"고 말했다.

▲ 13일 저녁 7시 KBS수원연수원에서 열린 '파병반대운동 평가와 과제' 토론회.
ⓒ 장윤선
그는 "향후 파병반대운동이 구호에 그치지 않고, 좀더 구체적인 주체와 동력을 마련하려면 현실적 차원에서 운동을 구체화할 수 있는 외교안보영역 전문가 육성, 외교안보영역에 대한 감시와 대안 제시활동을 벌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대연 민중연대 정책위원장은 "1차 파병반대운동 당시 이라크에선 전쟁이 계속 벌어지고 있었지만 우리는 파병반대운동만 했다"며 "한국 민중들 사이에 반전운동의 독자성을 깊이있게 뿌리내리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정 위원장은 특히 "반전운동의 역량을 축적해야 하는데도 중앙중심의 운동패턴을 버리지 못했고 오히려 지역조직을 형예화 시키는 우를 범했다"며 "모든 지배와 억압에 반대하는 운동세력이 광범위하게 결합하려면 전략단위가 필요하고 3·20 전세계 국제반전평화공동행동의 날을 맞이해 큰 집회를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이진오 이라크평화를 위한 기독인연대 사무국장은 "명망가들이 전쟁반대운동에 적극 나서도록 해야 한다"며 "교황이 이라크에 갔다면 미국이 함부로 폭격을 퍼붓지 못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파병동의안이 통과이후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같은 단체는 권력감시운동단체와 월드비전 같은 서비스단체가 연대해서 이라크에 평화봉사단을 보내자는 운동을 조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혁철 <한겨레21> 기자는 "파병사령부 안에 KOICA나 KOTRA 이름으로 상주하는 '이라크평화봉사단'이 마련될 것"이라며 "시민운동 차원에서 벌이는 평화운동과 그들이 벌이는 평화봉사단은 다른 성격이므로 둘이 섞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권 기자는 "아마도 정부가 이라크 재건을 위해 시민도 함께 일한다는 내용을 선전할 지 모르므로 그 내용은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파병국가 국민으로서 이라크인들에게 빚을 갚는 심정으로 일할 것

평화활동가 임영신씨도 "미군이 안내하는 시민봉사단이나 시민조사단 같은 형식에 동조하지 말고 '해석의 투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전쟁에 대한 기록과 보고서를 만들어 전파하는 게 중요하다"고 제시했다.

그는 "이번 파병반대운동 과정에서 정부는 자신들이 준비한 과정을 성실히 이행하는 반면, 사회운동진영은 제자리걸음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며 "파병반대 전쟁반대의 구호를 뛰어넘는 수준에서 운동을 조직하지 못했다"고 성찰했다.

▲ 지난해 12월 23일 이라크 파병반대 비상국민행동이 국무회의 파병동의안 의결 강행에 규탄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그는 "지금 중요한 것은 이라크 현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점령군에 대한 감시와 기록"이라며 "이미 5000명이 넘는 이라크인들이 불법 구금되거나 감금, 실종됐지만 CIA는 관련자료를 부당하게 폐기하고 있다"고 고발했다.

임씨는 "전쟁을 '기억에서 기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광화문에 파병찬성의원 기록비를 세우고 그의 자식들에게 초청장을 보내서 전쟁의 참화를 보게 하자"고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이제 선수들끼리 하는 운동은 그만두자. 이라크전쟁 당시 31명의 이라크평화팀 활동가들이 현지에서 1억원의 돈을 썼다. 과연 한국시민사회운동진영은 1억원을 들여 31명의 활동가들에게 이라크전쟁의 참상을 기록하게 할 수 있는가? 그러나 이라크 현지에서 활동한 평화운동가들은 시민들로부터 모인 십시일반의 후원금으로 미숙하지만 이라크 현지에서 청소도 하고 의료지원도 하면서 '한국 시민의 이름으로' 이라크인들과 만났다. 운동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면 불가능할 수 있지만 시민들이 작은 힘을 보태면 큰 역량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금부터 벌어질 점령군 감시운동도 많은 시민의 참여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임영신씨는 "파병 즈음에 이라크 현지로 가서 점령군에 대한 이라크 민중의 저항이 얼마나 거센지 그들의 주장을 들어 한국에 전달할 계획"이라며 "파병국가의 국민으로서 이라크 사람들에게 빚을 갚는 심정으로 일하고 싶다"고 밝혔다.

파병찬성의원 155명, 낙선운동이냐 명단공개냐
'찬성의원명단 타임캡슐로 영구보관' 등 이색제안 눈길

"파병에 찬성한 155명 국회의원을 현실적으로 모두 낙선시킬 수 있나?"
한국사회포럼 참가자들은 13일 저녁 7시에 열린 '파병반대운동의 평가와 과제 토론회'에서 '파병찬성의원에 대한 낙선운동 여부'를 두고 뜨겁게 토론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실장은 "파병반대운동 당시 눈물을 흘리며 함께 활동했던 김근태 의원이 열린우리당 원내 대표가 되더니 파병찬성으로 돌아섰다"며 "이 사람을 4·15 총선에서 낙선대상에 넣어야 할 지 말지 고민"이라고 전했다.

평화활동가 임영신씨는 "파병에 대한 소신을 바꾼 의원들은 모두 동판이나 타임캡슐로 만들어 길이 남겨야 한다"며 "전교조는 교과서에 파병찬성의원 명단을 적시하고 파병에 찬성한 의원은 찍지 않겠다는 서명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대연 민중연대 정책위원장은 "지금으로서는 파병찬성의원을 명확히 어떻게 하자는 입장은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적어도 이라크현지조사단, 국방위 소속 의원, 4당 대표 등 '주동자급'에 대한 낙선운동은 진행되지 않겠느냐"며 "155명에 대한 명단을 공개함으로써 그들은 국민들로부터 공식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언련의 한 활동가는 "민주노총은 총파업을 통해 전교조는 반전수업, 참교육학부모회는 '우리 아들 군대 못 보낸다'는 식으로 모든 사회운동진영이 총선 때까지 반전평화운동을 이끌어갔으면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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