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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한 밥상' 주인 김현정씨가 즉석요리한 낚지볶음을 들고있다
ⓒ 송영석
“오랫동안 자취생활을 하다보니까 깔끔한 반찬가게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구나 평소 요식업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직장을 그만두고 이 길로 나서게 됐습니다.”

지난 2월 말 ‘행복한 밥상’이라는 신개념 반찬전문점을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에 연 김현정(33)씨 말이다. 2.8평의 작은 공간에 자리잡은 ‘행복한 밥상’은 마치 깔끔한 일반 가정집 주방을 보는 듯하다. 웬만한 주방시설을 모두 갖춰놓은 이 곳을 어느 누가 반찬가게라고 부를쏘냐.

투명한 유리문 안으로 보이는 예쁜 실내 전경과 김씨의 요리하는 모습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볼거리. 사람들은 김씨의 요리하는 모습에서 하루의 피로를 잊게 할 가족의 얼굴, 혹은 따뜻한 밥상을 생각하며 미소를 짓는다. 행복이 묻어나는 순간인 셈이다.

일부 사람들은 이곳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유리문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김씨가 정성스레 만든 음식을 이것저것 사들고 간다. 행복이 팔리는 셈이다.

▲ 씽크대와 벽지가 모두 흰색으로 깔끔한 분위기다
ⓒ 송영석
전체적으로 흰색이 주류를 이루는 이곳의 인테리어 컨셉트는 ‘깔끔’ 이다.

또 비록 협소하지만 공간을 최대한 넓게 활용한 김씨의 특별한 인테리어 감각은 이곳을 화사한 분위기로 만들어준다. 이는 지난 8년 동안 교보문고 그래픽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쌓아온 미적 감각 덕택이다.

“음식 조리로 인해 하얀 벽과 주방시설이 더럽혀질 위험이 크지만, 깔끔하고 화사한 컨셉트를 위해서 과감히 흰색 톤을 선택했죠. 보면 볼수록 행복이 묻어나지 않나요?(웃음)”

‘행복한 밥상’을 일반적인 반찬가게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그렇게 단정하기엔 다른 행복요소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 아크릴 선반위에 선물받은 물건을 장식했다
ⓒ 송영석
●‘웰빙’식 유기농재료 우선

“최근 ‘웰빙’이 유행이라고 해서 유기농채소를 사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와 함께 어우러져갈 사람들이 먹는 음식이기 때문에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거죠.”

그래서 김씨는 직접 재래시장과 마트를 돌며 꼼꼼히 음식 재료를 분별해 유기농재료를 구입한다. 특히 콩나물의 경우에는 재래시장보다 백화점이나 마트를 이용하는데, 농약이나 생장제를 전혀 쓰지 않는 무공해 콩나물을 사기 위해서다.

이렇듯 고객건강을 생각하는 김씨의 마음은 ‘양파에 관한 진실’에서도 드러난다. “양파도 국내산과 미국산에 따라 맛과 향 그리고 모양에서 많은 차이가 납니다. 국내산이 맛이 달고 속 겹겹이 두꺼운 데 반해 미국산은 맵고 속이 얇습니다. 볶으면 단 맛이 나는 것이 양파 고유의 맛인데도 미국산은 그렇지가 않거든요.”

▲ 가지런히 정리돼 있는 포장된 반찬
ⓒ 송영석
● 인공조미료 ‘노’, 직접 끓인 ‘건강 육수’ 사용

사먹는 음식에 대한 편견은 조미료가 만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김씨는 음식을 조리할 때 전혀 인공조미료를 첨가하지 않는다. 음식의 맛을 돋우려다가 오히려 역한 맛을 내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김씨는 포고버섯, 다시마, 마늘, 양파, 무, 멸치, 가다랭이(다랭이목 다랭이과의 바닷물고기)포를 넣고 오랜 시간 우려낸 국물을 찌개용 혹은 음식양념장으로 사용한다.

● 동태찌개 등 즉석 요리 가능

여느 반찬가게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영업방침이다. 밑반찬은 기본이고 동태찌개, 낚지볶음, 소갈비 등 즉석요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매주 수요일은 잡채, 금요일은 돈가스와 전을 스페셜 요리로 내놓기도 한다.

게다가 다양한 야채와 해물이 들어간 건강 죽을 내놓기도 하는데, 그 맛과 품질에서는 시중에 있는 여타 죽 전문점보다 훨씬 낫다고 보면 된다.

▲ 김현정씨가 고객들을 반갑게 맞고 있다
ⓒ 송영석
● 2천원대의 저렴한 가격

밑반찬은 간장게장, 낚지볶음 같은 고가의 재료를 사용한 음식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2000원이다. 이 또한 자취생활을 오래 경험한 김씨가 고객의 마음에서 정한 금액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맛있어도 비싸면 손님들은 잘 사지 않게 돼요. 그렇다고 너무 싸면 혹시 음식에 문제가 있지 않은가 생각하게 되죠.(웃음)"

이밖에도 ‘행복한 밥상’에는 행복 요소가 더 많다. 5월의 신부가 될 김씨의 밝은 미소와 친절한 서비스 또한 그러하거니와 깨끗한 위생관리와 쾌적한 실내 환경이 기분 좋은 미소를 짓게 한다. 이를 위해 김씨는 정기적으로 위생관리 및 서비스교육을 받는다. 보다 완성된 서비스로 고객에게 다가서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행복한 밥상’에는 소박하지만 큰 꿈이 담겨 있다. ‘웰빙’형태의 신개념 반찬전문점을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확대할 포부가 있기 때문이다.

“바쁜 일상에서 건강을 챙기는 것이란 쉽지 않죠. 그래서 그 틈을 ‘유기농 반찬가게’ 컨셉트로 공략, 전 국민의 건강한 식탁을 책임지는 사업을 하고 싶은 것이 제 꿈입니다.”

저녁시간이 다 되어가는 듯, 김씨는 투명한 유리문을 활짝 열어제낀다. 실내에 밴 음식냄새를 없애기 위함이라지만, 사람들은 음식냄새에 함께 묻혀진 행복향기를 맡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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