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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와 한국청년연합회(KYC), 대한불교청년회, 한국기독청년협의회, 한국청년단체협의회 등 4개 청년단체는 지난 1일부터 '파병반대, 하자!하자! 평화단식' 공동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캠페인은 오늘(11일)까지 계속되며 오마이뉴스 메인 화면에 띄워진 배너를 클릭하면 누구나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아래 배너를 클릭, '파병반대, 하자하자 평화단식' 캠페인에 참여해 주십시오.



▲ 난 '빼빼로 데이'가 싫어!
ⓒ 오마이뉴스 남소연
상술이 만들어 낸 날들과 상품은 얼마나 되는 것일까? 수능시험을 겨냥해서도 찹쌀떡이나 엿을 선물하며 시험을 잘 보라고 격려하는 것은 아주 오래된 옛날이야기요, 요즘은 도끼(잘 찍으라고), 젖병(젖 먹던 힘까지 내서 시험 잘 보라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들이 반짝 특수를 노리며 기승을 부리고 있단다.

11월 11일, 그야말로 쭉쭉 뻗은 날, 이른바 빼빼로데이란다. 인터넷에서 '빼빼로데이'하고 검색을 해보니 이런 내용이 소개되어 있다.

'아직 뽀뽀도 못해본 커플, 언제 할까? 늘상 기회만 노리고 있는 커플이라면 빼빼로데이를 놓치지 마세요. 빼빼로데이는 원래 동성 친구끼리 빼빼로처럼 늘씬하고 예뻐지라고 주는 거였는데 연인들이 양쪽 끝을 입에 물고 조금씩 깨물어 먹으면서 결국엔 입을 맞추는 행사(?)를 거행하기 위해 기념일을 챙기기도 하죠. 이때 살짝 입술을 부딪히는 건 상대도 애교로, 그리고 기분 좋게 넘어가 줄 수 있거든요. 내가 뽀뽀하면 상대가 화내진 않을까~ 라는 걱정으로 망설이고 있었다면 빼빼로와 함께 꼭 성공하길 바래요.'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먼저 든다. 발렌타인데이에서부터 화이트데이에 이르기까지 초등학생부터 젊은 신세대 부부들까지 이런 날에 초콜릿에서부터 사탕, 빼빼로에 이르기까지 꼭 받고 주는 것을 의무처럼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고 하니 이것도 하나의 문화라고 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상술이 만들어 낸 저급한 문화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빼빼로데이를 앞둔 날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이 묻는다.

"아빠, 내일이 무슨 날인지 알아?"

빼빼로를 사달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아빠가 얼마나 구식인지 신식인지 테스트를 해 보려는 것인 듯하다. 이미 작년에도 화이트데이나 발렌타인데이 같은 날 사탕이나 초콜릿을 사서 친구들 주라고 해도 질색을 하는 아이들이었으니 빼빼로 살 돈을 달라고 하기 위해서 물은 것은 아닐 것이다. 시치미를 뚝 떼고 대답을 했다.

"응, 알지. 하자! 하자! '평화단식 캠페인'하는 날 아니냐."
"그게 뭐야?"
"아빠가 빼빼로데이라고 할 줄 알았지? 그건 빼빼로 파는 사람들이 만든 날이고 올해는 아주 중요한 일이 있는데 지난 3월 20일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했지? 그로 인해서 이라크에서는 너희들 만한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 놀지도 못하고, 죽기도 하고 부모를 잃기도 하고, 불구가 되기도 한단다. 전쟁 때문이지. 이라크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전쟁이 있는 곳은 어디나 어린아이들과 힘없는 사람들이 고통을 당한단다. 그래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그들의 아픔에 동참하는 의미로 한끼라고 굶으면서 평화에 대해 생각해 보자는 운동이야."
"그럼 나도 내일 아침 굶을래."
"아침 먹기 싫어서 그러는거 아니야? 그냥 굶는다고 되는 게 아니고 한끼 식사를 3000원으로 잡아서 성금으로 보내야 한단다. 엄마 아빠는 이미 했는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면서도 아이들이 빼빼로데이를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궁금하다.

"빼빼로 주고 싶거나 받고 싶으면 해도 괜찮아. 아빠 눈치 볼 것 없어."
"그런 거 주고받으면 뭐해? 주고 싶은 애도 없고, 받고 싶은 애도 없다 뭐."

오늘 새벽예배를 드리며 말씀을 나누는 시간에 교인들에게 대략 이런 말씀을 전했다.

▲ '11월 11일은 평화단식의 날이라고...'
ⓒ 오마이뉴스 남소연
"오늘이 빼빼로데이랍니다. 11월 11일, 쭉쭉 뻗은 숫자처럼 생긴 빼빼로과자를 나눠먹는 날이랍니다. 그런데 오늘은 동시에 '하자! 하자! 평화단식캠페인'의 일환으로 전쟁으로 인해 고통을 당하는 이들을 위해서 한끼라도 금식을 하며 그들의 아픔에 동참하는 날입니다. 둘 다 사람들이 만든 날임에는 분명하지만 어떤 날을 지켜야 하나님이 좋아하실지는 분명합니다. 강요는 하지 않겠습니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평화를 위해서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요즘 이라크에서는 맨 처음 이라크전이 터졌을 때보다 게릴라들에 의해 더 많은 미군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이미 종전을 선언했지만 그것은 미국의 판단착오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이라크 땅에 총을 들고 있는 한 게릴라들의 투쟁은 멈추지 않을 것이며, 몇 년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은 결국 이라크 땅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단순히 미국의 전쟁을 반대하기 때문이 아니라 세계사의 흐름을 보면 아무리 연약하고 힘없는 식민지로 전락된 나라라도 결국에는 독립을 쟁취하고야 만다. 하물며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이라크가 순순히 미국의 통치를 받거나 그들의 사주를 받는 정권의 지배를 순순히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으로 생각해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빼빼로데이. 빼빼로를 먹어야 하느냐, 먹지 말아야 하느냐 하는 문제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꼭 이 날이 아니라도 군것질로 빼빼로를 먹을 수 있는 것이니 이 날 더 먹는다고 문제될 것도 없고, 안 먹는다고 문제될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이들에게 '하자! 하자! 평화단식캠페인'에 참여할 것을 강요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전쟁의 아픔이 실감나게 다가오지도 않는데 부모의 생각에 의해서 그들이 강제적으로 금식을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식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이런 날에 전쟁으로 인해 고난 당하는 이들에 대한 일말의 생각도 없이 빼빼로나 주고받는 것에 대해서는 가만히 둘 수가 없다.

이제 30여 분 후면 아이들의 기상시간이다. 아내는 부엌에서 아이들의 아침을 준비한다. 만약 큰 아이라도 아침을 먹기 싫어서가 아니라 평화단식캠페인에 참여하겠다는 마음으로 아침을 금식하겠다고 하면 받아들일 생각이다.

그러나 맛나게 아침을 먹는다고 해도 고마워할 것이다. 가방에 빼빼로가 들어있지 않다는 것만으로도, 그런 날이라고 빼빼로를 사내라, 어째라 하지 않은 것만 해도 감사한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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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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