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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오후 여의도 LG본사 앞에서 가수들과 음반제작자들이 LG텔레콤의 MP3폰 생산 중단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휴대폰에 MP3 파일을 내려받아 음악을 들을 수 있는 MP3폰을 둘러싼 LG텔레콤과 음반업계와의 갈등이 좀처럼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LG텔레콤이 6일 MP3폰과 관련한 소모적인 논쟁을 중단하고 상생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자고 제안했지만 음반업계는 예정대로 LG텔레콤 규탄대회를 열고 제안을 거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LG텔레콤 MP3파일 전송 프로그램 무료 배포 시작

무료 MP3 파일에 대해 음질과 재생기간을 제한하는 것은 소비자 권리 침해라고 주장해 왔던 LG텔레콤은 4일부터 MP3 파일 전송 프로그램인 ‘싱크매니저’를 개발해 유무선 인터넷 사이트인 ‘이지아이’(www.ez-i.co.kr)를 통해 보급하기 시작했다.

싱크매니저를 컴퓨터에 설치하면 자유롭게 컴퓨터에서 휴대폰으로 MP3파일을 전송할 수 있으며 기한제한이나 음질 저하 없이 음악을 들을 수 있다.

LG텔레콤 관계자는 “휴대폰으로 MP3파일 전송을 계속해서 제한할 경우 저작권법에도 명시된 소비자의 정당한 MP3파일의 사용권한을 침해할 수 있다”며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싱크매니저를 자체적으로 보급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음반업계는 엄정화, 코요태, 강타 등 인기가수와 음반제작자 100여명이 참여한 거리집회로 맞섰다. 한국음원제작자협회(이하 음제협) 등 5개 음악 저작권관련 단체들은 6일 오후 1시부터 서울 여의도 LG타워 앞에서 LG텔레콤 규탄대회를 열었다.

임백천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대회에서 가수 권인하씨는 규탄사를 통해 “LG텔레콤은 정부의 중재 하에 이루어지고 있는 협의 도중 기습적으로 불법 음악사용이 가능한 MP3폰을 출시했다”며 “이는 불법음악사용에 편승하여 음악종사자들의 권리를 착취하는 부도덕한 상술”이라고 비난했다.

권씨는 이어 “휴대폰이 3500만대 보급되어 있는 상황에서 저작권 보호 장치가 없는 MP3폰이 출시되면 음악시장은 소리바다나 벅스뮤직으로 인한 피해보다 최소 10배이상의 치명적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시위에 참가한 가수들이 LG 상품 불매운동 피켓을 들고 구호를 함께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LG텔레콤의 MP3폰은 음반시장에 치명적 피해 입힐 것"

대회 참석자들은 가수 태진아씨와 엄정화씨가 낭독한 결의문을 통해 ▲LG텔레콤에 일체의 음원을 공급하지 않을 것 ▲LG텔레콤에 대해 통신위원회 고소 및 판매금지가처분 등 가능한 모든 법적조치를 강구할 것 ▲정부가 저작권법의 입법에 나설 것을 촉구할 것 등을 다짐했다.

이날 집회에는 LG텔레콤을 비난하는 과격한 구호들도 등장했다. 홍서범씨는 “불법조장으로 매출증대 그래봤자 삼류 LG"를, 코요태의 신지씨는 ”각성하라 LG 자폭하라 LG" 등의 구호를 다른 가수들과 함께 외쳤다.

삭발식도 거행됐다. 강승호 음제협 이사 등 음반제작자 5명은 LG텔레콤의 불법조장으로 음반제작자들의 생존권이 점점 박탈당하는 것에 대한 분노의 표시라며 머리를 잘랐다.

강 이사는 “MP3폰을 통해 불법 음악사용이 만연해지면 우리 음반제작자들은 더 이상 음반을 제작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며 “LG텔레콤은 더 이상 MP3폰 이용자들이 범법행위를 하도록 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삭발에 동참한 한 음반 제작자도 “우리는 살고 싶다. 음악을 하고 싶다”고 소리치며 “LG가 합의안을 가져올 때까지 이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겠다”고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이날 규탄집회와 관련 LG텔레콤은 음악저작권 단체들이 MP3폰 출시 중단을 요구하기 보다는 상호간 윈윈(Win-Win)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보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LG텔레콤 "상생의 비즈니스 모델 만들자"... 음반업계는 거부

LG텔레콤이 내놓은 비즈니스 모델은 ▲MP3폰에 저작권 단체 추천 음악 탑재, ▲MP3폰 판매 수익 일부분의 디지털 음원 산업보호기금화 및 기술적 장치 마련 ▲유료MP3 파일 가격의 인하 ▲유료 음악 파일의 차별화 등 크게 4가지다.

LG텔레콤은 이를 통해 “모바일 음악 서비스 분야에서 추가 매출을 창출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LG텔레콤은 이번 제안을 내놓은 배경에 대해 “불법복제 파일은 막아야하지만 적법한 MP3파일까지도 휴대폰에서 재생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고, 현재 채택된 디지털저작권보호(DRM)도 사용자들이 무력화시켜 음원권리자들을 보호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LG텔레콤 관계자는 “음제협과의 협상은 계속 진행할 것이며 중장기적으로 음원 권리 보장을 위한 기술적, 제도적 장치 마련에 협조를 아끼지 않겠다”며 “MP3 파일의의 합리적 가격 책정, DRM 정책 및 업계 표준안 마련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음제협을 비롯한 저작권 단체들은 이에 대한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음악저작권 단체들은 “LG텔레콤은 ‘한국음악죽이기’에 앞장서고 있고, LG텔레콤과 같이 부도덕한 기업으로 인해 소비자는 ‘공짜음악’과 ‘불법복제’에 동참하게 됐다”며 “LG텔레콤이 새로운 사업모델을 제안하더라도 지금까지의 행태에 반성과 사과 없이는 어떠한 제안도 수용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LG텔레콤의 입장에 변화가 없으면 오는 6월5일 '2004 F*콘서트'에서 다시 한 번 대규모 규탄대회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답답한 소비자들 "양측 대립에 우리만 피해"

그러나 이러한 극한 대립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은 양측의 대립으로 인해 자신들의 권리는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날 규탄대회를 지켜본 김형식(31, 학생)씨는 “현재 MP3폰 이용자들은 유료 사이트에서 한 곡당 1000원을 주고 내려받아도 내 맘대로 다른 곳으로 옮길 수도 없다. 또 휴대폰 메모리가 부족해 많은 곡을 저장하지 못해 새로운 곡을 내려받으려면 돈주고 구입한 곡을 지워야만 한다”며 “저작권 관련 기술의 미비와 양측의 대립으로 소비자들만 부당한 권리 침해를 받고 있다”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김권상(27, 회사원)씨도 “저작권 보호라는 대의만큼 소비자들의 권리도 똑같이 중요하다”며 “소비자들은 현재 비싼 돈을 주고 산 MP3폰과 MP3파일에 대한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으므로 하루빨리 대책을 세우고 새로운 합의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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