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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아파트는‘서민 내집 마련’의 최후 보루다. 실상 정부의 주거 안정의 의지가 ‘있는가 없는가’를 따질 때 정부 관계자가 내세우는 기준이자 지표로 삼는 게 바로 임대주택 공급률이란 점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참여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이미 참여정부는 매년 30만 호씩 향후 150만 세대의 국민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논 상태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따져볼 부분이 있다.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국민주택기금의 지원을 받는 임대아파트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지 여부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수도권 일부 지역에선 무주택 서민들을 위해 공급되는 임대아파트의 근본취지가 무색하다고 할 정도로 불법 거래와 전대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웃돈 거래 빈번, 불법 임차 거래 가능성 높아

수도권 최대 택지지구로 꼽히는 안산고잔지구. 2001년부터 주공 임대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해 현재는 주공 16 ∼18단지에 2883세대가 들어서 있다. 이중 16단지와 17단지는 20년 만기 국민임대주택이고, 18단지는 5년 뒤 최초계약자에게 분양가를 산정해 분양하는 공공임대다.

두 곳 모두 주택공사와 계약을 맺은 최초계약자가 보증금과 매달 월세를 내는 상황으로, 임의로 제 3자에게 임대를 놓는 것은 불법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2002년 1월 임대주택관리령이 개정돼, 직장이전에 따른 이주, 해외이전, 이혼, 병력에 따른 요양 등 최초계약자가 불가피한 사정이 발생할 경우엔, 관련 증빙서류와 함께 주택공사가 허가할 경우 제 3자에게 전대가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최초계약자는 제3자에게 당초 주택공사와 계약한 보증금과 월세만 내도록 하고 있고, 최초계약자의 임대권리는 그대로 유지된다. 하지만 현장에선 이런 전대 예외 규정을 교묘히 활용해 불법 전대하는 것은 물론 웃돈을 받아 월세로 거래된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모 부동산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안산고잔 18단지 월세매물을 살펴보자. 5년 공공임대 18단지 15평형 A 타입의 경우 보증금 1000만 원에 월 35만 원에 거래가 가능하다고 버젓이 올라와 있다.

19평형 A타입은 보증금 2000만 원에 월 25만∼35만 원도 있고 보증금을 1000만 원으로 낮추면서 월세는 40만 원을 받는 매물도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주택공사는 이 아파트에 대해 15평형은 보증금 1400만 원에 월 8만9000원, 19평형은 보증금 2000만 원에 월15만 원 선에 공급한 상태다.

설령 전대 예외 사항에 따라 제 3자에게 임차가 불가피하다손 치더라도, 최초계약자는 당초 주택공사가 제시한 금액에 맞춰 매물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나 이 매물 내용만 따지면 최초계약자들은 15평형은 계약 월세의 3∼4배, 19평형은 2배 이상 웃돈을 받는 조건으로 매물을 내놓고 있는 셈이다.

'서민 내집 마련'의 최후 보루인 임대아파트가 재테크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제3자 임차 규정에 따라 예외 전대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의문시되는 대목이다. 안산주택관리공단 사무소 측은 11월 한 달 동안 규정에 맞춰 제3자 임차가 이뤄진 건수가 11건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아파트의 월세 매물은 12월 9일에만 15평형과 19평형 월세 매물이 20개 이상 올라와 거래가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이중 불가피한 상황으로 이주를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하루 매물량만 20건 이상 올라와 있다는 점은 적법 절차에 따른 거래라고 납득하기는 힘든 대목이다.

이는 현장 중개업소 취재에서도 확연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인근 A 중개업소 관계자는 "최초 당첨자가 월세 방식으로 불법 임대 매물을 내놓는 사례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웃돈 보증금의 경우 5만 원 정도의 공증 비용만 내면 문제는 없다"고 불법 거래가 성행하고 있음을 일부 증언했다.

문제는 공증을 통한 불법 임차나 웃돈 거래가 이뤄진 상태에서 적발될 경우 제3자의 경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주택공사 관계자는 "만약 제3자에게 불법 임차로 적발할 경우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라며 "설령 공증관계를 통해 최초계약자와 제3자가 거래가 이뤄져도, 이 부분에 대한 보호장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저렴한 분양가 5년 공공임대아파트 불법 거래 관행으로 굳어져

임대아파트 불법거래도 활개를 치고 있다. 화성시 태안읍 병점리 10블록에 들어서고 있는 주공 5년 공공임대아파트의 경우 입주가 2004년 9월로 분양가도 확정되지 않았지만 현재 프리미엄이 23평형의 경우 3400만 원, 32평형은 5000만 원이 붙어 매물로 나와 있다.

이 아파트는 5년 공공임대아파트로 입주 후 5년 뒤인 2009년 9월에 최초계약자가 분양을 받은 후에나 거래가 가능하고, 이전에 불법 거래할 경우엔 3000만 원의 벌금과 자격이 박탈된다.

공공임대를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현지 K 공인 관계자는 "공증뿐만 아니라 가등기 신청까지 해 별다른 문제가 없고, 이 일대에선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라며 큰 문제가 없다는 어조로 대답했다.

또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찾는 사람이 있으니 거래를 해주는 것이고, 최근 들어선 가뜩이나 부동산 시장이 침체돼 거래가 힘든 상황인데, 굳이 이 문제를 들고 나오는 이유가 무엇이냐"라며 반문할 정도다.

비단 임대아파트의 불법거래는 공공임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민간이 공급하는 민간임대아파트나 도시개발공사가 공급하는 재개발 임대아파트도 불법거래와 전대가 공공연하고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서울도시개발공사 불법전대기동단속반이 파악한 불법전대건수는 2000년에 18건에 불과했지만, 2001년도에 155건, 2002년도에 183건으로 늘었고, 2003년도의 경우 상반기에만 110건으로 불법전대가 확산 일로에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도시개발공사 관계자는 "최근엔 불법 전대를 해주고 마치 5년 공공임대처럼 몇 년 뒤에 분양 전환을 받을 수 있다는 식으로 돈을 받아 거래해 검찰에 고발한 경우도 있다"며 "단속을 꾸준히 하고 있지만 10여명의 인력이 서울 시내 8만여 세대를 단속하기란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임대아파트의 불법 거래가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먼저 임대아파트가 임차를 하거나 재테크 투자로 적격이기 때문이다.

현재 안산고잔지구 내 15평형 원룸 월세의 경우 대략 보증금 3000만 원에 월 20만∼25만 원 선이다. 이 일대 임차를 희망하는 수요자 입장에선 다소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주공임대아파트에 입주하는 게 보증금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

반면 국민임대아파트 최초계약자 입장에선 제3자에게 임차를 하는 게 이득이다. 대다수가 영세민인 최초계약자들은 매달 납부하는 관리비와 월세가 부담스럽다. 결국 제3자에게 임차를 할 경우엔 자금 부담에서 벗어날 뿐만 아니라 웃돈의 보증금과 월세를 받는 게 낫다는 인식이다.

임대아파트 불법 거래도 마찬가지이다. 공공임대아파트의 분양가격은 인근 민간아파트보다 저렴하다. 결국 분양 전환 후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공공아파트를 선점하려는 수요가 있고, 이런 과정에서 불법 거래는 물론 웃돈 거래가 가능한 것이다.

두 번째는 최초계약자와 실제 거주자 확인, 그리고 전대에 따른 거주자 전환 등의 확인 작업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관행을 들 수 있다. 현재 대한주택공사가 공급한 공공임대 및 국민임대아파트의 관리는 주택관리공단에서 전담하고 있다.

따라서 주택관리공단이 운영하는 관리사무소에서 임대아파트 입주자의 사전 확인 작업과 사후 관리가 이뤄진다. 주택관리공단측에 따르면 임대아파트 입주시 세대주의 가족사진은 물론 주민등록등본 제출을 의무화해 원칙적으로 제3자 입주는 불가능하다.

물론 불가피한 전대에 따른 입주도 관리사무소에서 소명 이유서와 제 3자에 대한 인적사항을 점검하고, 월세 등에 대한 확인과 허가가 난 뒤에야 입주가 가능할 정도로 까다롭다.

아울러 관리사무소에서 최초 당첨자나 전대 이후 확인된 제 3자가 직접 입주해 살고 있는지 분기별 확인작업과 비정기적 일제 점검도 수시로 진행하고 있다. 이 설명대로라면 불법 임차는 물론 웃돈 거래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셈이다.

그러나 현장 중개업소의 이야기는 다르다. 즉 웃돈의 월세 거래가 이뤄져도 애초 금액에 맞춰서만 내면 관리사무소에서 확인할 방법이 없고, 입주 후 실제 입주자 확인도 일부는 형식적으로 이뤄져 제 3자 입주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게 중개업소측의 설명이다.

실제 안산고잔지구 국민임대아파트의 경우 전대에 따른 이주건수는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최초 당첨자와 실거주자가 다르거나 웃돈 거래에 따른 이주 박탈 등의 이유로 강제 퇴거된 사례는 거의 없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현지 모 중개업소 관계자는 "불법 거래나 웃돈을 받고 제3자가 입주하는 사례가 한두 건이 아니기 때문에 관리사무소에서 모두 강제 퇴거를 명령할 수 없는 게 현실" 이라며 "민간 건설사가 지은 임대아파트도 최초계약자의 불법 전대가 더욱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고 이에 대한 관리사무소의 확인도 수박 겉 핥기식"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이런 부분에 대해 대한주택공사 관계자는 나름대로의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한다. 주택공사 관계자는 "조사권이 없는 상황에서 서류상 하자가 없을 경우엔 단속할 수가 없다"라며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사실상 선도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공공임대 아파트 청약 자격 논의해야

임대아파트 불법거래와 전대는 현장에서 관행이라고 할 정도로 고질적인 문제다. 그만큼 대책 마련 역시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다만 현행 5년 공공임대아파트 청약제도의 개선은 시급하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현행 임대아파트 청약제도는 공급 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 세대주 중 청약저축 가입기간에 따라 1순위와 2순위로 구분하고 있다.

그러나 2순위까지 임대아파트 계약이 완료되지 않을 경우 3순위 청약자격은 단순히 '무주택자 세대주'이면 가능하다. 결국 미계약이 이뤄질 경우 무주택자 세대주가 '일단 당첨되고 본 뒤 임대로 주자' 라고 할 개연성이 높다.

이와 함께 불법 거래를 용인하며 눈앞의 수수료만 챙기려는 일부 중개업소와 시세 차익을 노린 계약자들의 도덕 불감증도 문제점으로 꼽히는 만큼 관계 당국의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

국민의 소중한 혈세로 모은 연간 수조 원의 국민주택기금이 상당부분이 임대주택으로 쓰여지고 있다. 또한 일부 주민들은 국민임대주택에 들어가고 싶어도 못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임대주택 건설 총량 못지 않게 체계적인 사후관리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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