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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이전 반대 집회에 참석한 한나라당 이재오·박성범 의원.
ⓒ 김태형
줄다리기 놀음에 온 국민이 놀아나다니...

역사는 줄다리기가 아니다. 줄다리기는 동네민속놀이에서나 재미있는 짓거리가 될 수 있을지언정, 역사에서는 폐기되어야 하는 게임이다. 역사란 주어진 상황에서 그때그때 전략적 목표를 설정하고 누가 먼저 효율적으로, 악을 줄이고 선을 증대시키는 방식으로 그 목표를 달성하는가를 겨루는 게임이다. 우리의 현재 목표는 매우 명료하고 단순하다. 민생(民生)의 안정이다. 맹자도 무항산(無恒産)이면 무항심(無恒心)이라 했다.

개혁? 좋다! 뭐 때문에 개혁하자는 거냐? 개혁도 궁극적으로 민생의 안정이 없이는 무의미한 것이다. 지금 우리는 줄다리기를 할 때가 아니다! 빨리 줄을 놓고 양 팀이 모두 민생의 안정을 위해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뛰어가는 달리기를 해야한다. 행정수도를 이전해야 되느냐 마느냐? 이 따위 형편없는 줄다리기 노름에 온 국민이 놀아나고 있으니 통탄스럽고 한탄스럽고 개탄스럽다. 나 도올의 안목에서 볼 때 도무지 부끄러워 몸둘 바를 모르겠다.

[길다구요? 요약본 보기 클릭!] 락가수 데뷔하는 도올 "청와대 일대는 국민공원으로"

도시 문명론자 루이스 멈포드(Lewis Mumford, 1895∼1988)는 인간의 도시는 에오폴리스에서 폴리스로, 폴리스에서 메트로폴리스로, 메트로폴리스에서 메갈로폴리스로, 메갈로폴리스(Megalopolis)에서 네크로폴리스(Necropolis)로 진화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은 현재 메트로폴리스를 넘어선 메갈로폴리스다. 네크로폴리스란 모든 것이 해체되어 가는 죽음의 도시다. 서울은 죽음에 직면하고 있는 것일까?

태조 이성계는 무학대사의 권유에 따라 새 수도를 산태극 수태극이 겹치는 계룡산 기슭에 정하려했다. 내가 이런 말을 들먹이면 한학의 대가라고 신비로운 풍수로 우중을 현혹하려한다 말할 것이다. 걱정말라! 나 도올은 얄팍한 수를 쓰지 않는다. 행정수도이전문제는 당면한 구체적 우리의 현실의 문제로부터 치밀하고 치열하게 분석해 들어가야 한다. 그것은 지방분권이니 국토균형발전이니 하는 따위의 상투적 레토릭으로는 먹혀들어가지 않는다. 그것은 국제정세와 민족통일의 비젼 그리고 남북한 군축문제와 더불어 과학적으로 분석되어야 한다. 행정수도이전은 우리민족사의 필연이다!

박정희는 왜 수도를 이전하려 했나

많은 사람들이 북핵문제를 남북통일의 최대의 걸림돌로 생각한다. 그것은 오판이다. 플루토늄방식이니 고농축우라늄방식이니 하는 따위의 이야기들은 국제적 역학 속에서 북한이 고의적으로 빌미를 주었기 때문에 생겨난 단순한 "이슈"일 뿐이며 그것은 사실적이고 경험적인 판단에 기초한 언설이 아니다. 성공적인 핵실험도 없었으며 아무도 그 실상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계속 문제되는 것은 그 언설로 인하여 기묘한 동북아의 국제역학기류가 끊임없이 생산되며, 그것을 누가 자국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선취하냐에 따라 승패가 오가는 게임의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게임은 결국 국제적 역학 속에서 해결될 수밖에 없는 문제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국지전은 핵무기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더더욱 중요한 것은 남·북한 양국의 군사편제가 모두 핵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실제의 국지전은 모두 재래식 무기로 이루어지는 것이며 여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장사정포의 사정거리에 관한 것이다.

1975년 4월 30일 오전 10시 45분, 사이공 대통령궁의 정문을 월맹의 탱크 중대가 돌파했다. 2층의 집무실에서 민 장군(General Minh)은 항복문서를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월맹 탱크중대의 윙(Nguyen) 중위가 뚜벅뚜벅 들어왔다. 민 장군은 말했다: "그대를 기다렸다. 항복하노라." 윙 중위는 말했다: "그대는 항복할 자격이 없다. 그대는 이미 항복할 아무 것도 가지고 있질 않기 때문이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이 사건에 충격을 받았다. 미국이 월맹에 지다니! 미국이 사이공을 포기하다니! 아∼ 이럴 수가! 박정희 대통령은 그해 5월, 진해 휴가지에서 베트남공산화 미중관계의 격변 북한의 기습남침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대국의 장고를 시작했다. 그리곤 새삼 충격에 휩싸였다. "아니, 6·25전쟁을 치른 이승만이 어떻게 수도를 서울에 고집했단 말인가? 아니, 이것은 적의 총칼 끝에 모가지를 들이밀고 있는 형국이 아닌가?"

북한의 모든 전력은 휴전선 전방에 70%가 전진배치되어 있었다. 그것은 방어전략이 아닌 브릿츠크리크(blitzkrieg)의 기습적 공격전략인 것이다. 유사시엔 군사력을 집중시켜 단기간내 서울을 장악하고 그것을 인질삼아 협상을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서부전선 최단거리는 20㎞! 도봉산에서 영등포가는 거리밖엔 되지 않는다.

철원 삼각지 중부전선도 의외로 취약하다. 이승만은 휴전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에겐 승공·멸공통일이라는 이념적 픽션만 있었을 뿐이다. 현실적 전략적 고려가 전무했다. 박정희는 청와대 제2경제수석 오원철에게 극비의 명령을 내린다: "휴전선에서 평양이 떨어진 만큼은 수도가 남쪽으로 이전해야하네! 180㎞:40㎞! 이건 도대체 어불성설이야!"

오원철은 391명의 각계 전문가를 참여시키고 5년동안 장대한 국토개조계획에 들어갔다. 헬리콥터를 타고 연기와 공주군에 속한 장기지구를 내려다보았을 때 그는 무릎을 치면서 이와 같이 말했다. "하늘이 이 나라를 버리지 않았구나! 이토록 위대한 땅을 남겨놓았다니!" 오원철은 그곳을 중핵으로 4개의 환상선과 8개의 방사선을 연결해 거미줄 모양으로 간선망을 계획하고 국토 어디든지 최단시간에 도달하는 물류체계 개편의 구상을 완성한다. 79년 10월초였다. 그러나 10월 26일 밤 박정희는 궁정동의 총성과 함께 사라졌다.

▲ 행정수도 이전은 이미 박정희 정권 때 추진된 사안이다. 사진은 지난 79년 정부가 충남 공주 장기 지역을 후보지로 지정한 사실을 비화로 보도한 <경향신문> 기사(1990.2.20)
ⓒ 경향신문
행정수도 옮기면 북한군의 서울 올인전략 수정 불가피

우리는 이제 이러한 북한군의 올인(ALL-IN)전략과 박정희의 새로운 방어전략을 보다 긍정적인 남북통일의 평화전략으로 역이용해야 할 시점에 이른 것이다. 남북통일이란 무엇인가? 우선 통일의 의미를 정확히 규정하기 전에, 통일에로의 길이 남·북한 쌍무간에 군축의 협의가 없이는 무의미하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군축이란 단순히 군대의 파우어를 축소시킨다는 의미가 아니다. 나라 전체의 경쟁력을 제고시키기 위해서 한민족간에 서로를 죽이기 위한 대치구조를 해소시키고 군축을 통하여 국방력을 정예화시킬 필요성이 절실하다는 의미인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의 전방배치가 후퇴해야 한다. 서울을 향한 총부리가 돌려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가뜩이나 일산·파주에까지 신도시를 개발해놓았다. 과연 북한 군부는 전방배치의 총부리를 돌릴 것인가? 그것은 전혀 불가능하다! 북한군으로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수도 서울의 공략이점과, 유사시의 전격전 가능성, 남한의 대량살상무기가 그들과 서울이 뒤섞이기 때문에 결코 사용될 수 없다는 자기방위적 이점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50년 동안 구축해놓은 북한군부전략의 수정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대답은 너무도 명약관화한 것이다! 행정수도를 연기·장기지구로 옮김으로써 북한군부전략이 수정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하고 새로운 군축의 가능성을 탐색해야 한다. 수도가 후방으로 재배치되면 북한군부는 후방의 허전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으며, 아군의 정밀한 장사정포 공격이나 미사일공격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혹자는 노무현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구상이 선거득표용으로 개발된 정략적 논리래서 무조건 반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 누가 어떤 말을 어떤 의도에서 했든지를 불문하고 이 민족, 이 역사의 명운의 대세를 결정하는 호사라면 우리는 적극 수용해야 하는 것이다.

이미 육·해·공 3군본부가 계룡산 신도안에 이주되어 있으며 대전 대덕에 광대한 첨단과학 연구단지가 성공적으로 조성되어 있으며 우리나라의 리딩 기업인 삼성이 아산만 지역에 미래형 기업도시를 기획하고 있으며 군산항 아래의 새만금은 앞으로 황해문화권의 리딩롤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유기체적 갯벌 제방도시로 등장할 수 있다. 박정희시대의 경제개발 계획들은 대구·포항·울산·부산·김해·마산·창원의 유기적 어반클러스터를 형성하여 물류를 효율화시킴으로써 달성된 것이다.

앞으로 동북아시대의 새로운 경제개발계획은 아산·연기·대전·군산·새만금의 유기적 어반클러스터를 통해 600년 동안이나 죽어있었던 황해를 살려내고 대중국의 새로운 세계 물류센타를 영종도·인천·목포와 연결하여 확보함으로써 동북아중심의 새로운 황해문화 공동체를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다.

동북아중심 국가니 평화번영 정책이니 하는 따위의 허황된 레토릭에 함몰되지 말고, 구체적으로 티엔진으로부터 옌타이·칭따오·르자오·상하이·산터우·선추안·홍콩을 연결하는 중국해안문화의 발전에 대한 구체적인 대비책을 강구해야 하는 것이다. 그 허브에 섬세한 국제적 감각의 대제국이었던 백제의 수도 웅진(熊津)지역의 신행정수도가 새롭게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됨으로써 경상남북도 지역의 어반클러스터도 새로운 탄력을 얻게 된다. 이것은 우리민족사의 필연이다!

통일수도를 개성으로? 가소로운 망언!

▲ 행정수도 예정지인 공주시 장기면과 연기군 남면이 만나는 들녘.
ⓒ 장재완
혹자는 말한다! 통일한반도의 수도로서는 개성이 제일 적합하다. 그래서 지금 수도를 옮길 필요가 없다. 참으로 가소로운 망언이다! 우리는 여기서 통일의 구체적 의미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현재 한반도에 있어서 통일이란 이데올로기적 허명에 불과한 것이다. 입으로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남·북한 그 어느 누구도 마음속 깊이 통일을 갈망하는 자가 없다. 최소한 통일을 원하는 자보다는 통일을 원치 않는 자가 더 많은 것이 우리의 적나라한 현실이다.

통일을 원치 않는 기득권자들의 조소와 냉소와 방관 속에서 통일의 과업을 달성해야 한다는데 그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남·북한이 다 마찬가지다. 통일은 현실이 아닌 당위요, 자인이 아닌 졸렌이다. 우선 독일식 흡수통일(merging)은 불가한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통일은 우리만 원치 않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주변의 모든 강대국이 원치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통일의 현실적 방법은 무엇인가?

여기에 바로 6·15공동선언 제2조의 현실적 감각과 그 비젼의 위대성이 있는 것이다: "남측의 연합제와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의 공통점을 인정하고 그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간다." 이것은 무슨 뜻인가? 이것은 양국체제를 일단 명확히 인정한다는 뜻이다. 행정·군사·외교의 폴리테이아를 독립적으로 인정하고 경제·문화·환경·보건·교육·재해대책 등의 공동사안을 위해 협력하고 교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류의 전제는 양 체제의 인정이다.

우리나라는 휴전중이다. 휴전이란 전쟁중인데 잠깐 쉬고 있다는 뜻이다. 가소로운 일이다! 이승만이라는 비젼 흐린 독재자에 의하여 남북상잔의 비극은 무책임하게 끝나버리고 만 것이다. 그리고 휴전협정의 당사자로 참여치도 못한 것이다. 우리의 당면과제는 하루속히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시키며, 전쟁의 종료를 선언하고 더 이상 유엔군이 휴전선의 당사자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북한과 남한이 서로의 체제를 인정함으로써 주체적으로 자주적으로 우리 스스로의 운명을 우리가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남·북의 체제인정이란 곧 양국의 수도를 건강하게 활성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백두대간의 형국을 보라! 백두산에서 뻗쳐 내려오는 대간은 묘향산을 스쳐 금강산·설악산·오대산·대관령을 거쳐 지리산까지 내려오다가 다시 300리 금남정맥을 타고 올라와서 계룡산에서 끝난다.

그 곳 산태극과 수태극이 감싸도는 지역에 장기·연기가 있다. 묘향산 끝자락에 평양, 계룡산 끝자락에 신행정수도! 그것은 백두대간 지세의 필연이다. 여기에 우리는 남북 두 행정수도의 제3의 교류지점으로서 서울과 개성을 연결하는 새로운 평화회랑(Peace Corridor)을 구상해야 하는 것이다.

서울에서 개성까지는 역사·문화·경제의 화해벨트로

▲ 백두산에서 시작해 지리산에서 멈춘 백두대간.
ⓒ 박주형
앞으로 다가올 남·북 정상회담의 물밑 접촉으로써 우리는 거창한 군사문제나 복잡한 외교문제를 건드릴 필요가 없이, 서울과 개성지구를 군사적 대결이 배제된 순수한 역사·문화·경제의 화해벨트로 만드는 문제를 정상회담의 상징적 컨텐츠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개성의 왕궁터를 복원하여 서울-개성 연계관광을 활성화시키고 육로·철로의 왕래를 자유롭게 하며 남북한 경제번영의 상징인 개성공단을 약진시킴으로써 21세기 인류의 평화공존의 새로운 모델로서의 평화회랑을 만방에 선포하는 것이다.

이것은 결코 꿈이 아닌 현실이다. 북한은 2002년 7·1조치가 3년차로 접어들면서 중국의 승포제를 도입하여 기업에 경영자율권을 허락하였으며, 부실기업을 통폐합하여 기업집단을 창출하고, 지방기업에까지 대외무역권을 허락했다. 이것은 중국이 20여년간 발버둥쳤던 노력을 단기간내 압축적으로 달성하겠다는 포부의 표현이다. 북한이 변치 않고 있다는 푸념은 단순한 무지의 소산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관료들은 타성적 관념과 실제변화에 대한 몰지각으로 민족을 앞세우며 대북사업을 하겠다고 나서는 낭만적 기업인들을 모두 좌절시키는 행위만을 일삼았다. 수출금융지원이 있다면 당연히 대북사업 금융지원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부질없는 특검으로 정몽헌과 같은 인물을 저승으로 휘모는 짓만 일삼았던 것이다. 어찌되었든 그는 대치하기 어려운 권위로운 접촉통로였다. 이 나라처럼 대북채널과 같은 전문적 성격의 국가자산을 보호하지 않는 우매한 나라도 없다. 민주가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인지를 모르고 있다. 자유와 개방의 배면에는 반드시 보호되어야 할 은밀한 소통의 체계가 축적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소중한 자원과 통로가 다 노출되고 파괴되면서 그 자리를 동북공정(東北工程)을 주도하는 중국세력과 북·일관계 정상화를 준비하는 일본세력이 메꾸어가고 있는 것이다. 어찌 통탄스럽지 아니한가!

지금 우리에게는 사회과학적 엄밀성보다는 인문학적 상상력이 필요한 것이다. 개성은 고려의 수도다. 서울은 조선의 수도다. 고려는 고구려의 진취적 기상을 이었으며, 숭무정신에 불탔으며, 서경을 복원하여 고대사의 정신을 승계하고 광개토왕의 고토회복을 획책하였다. 전형적인 대륙형 왕조였다. 조선왕조는 이와는 달리 세련된 숭문의 나라였으며 문아(文雅)의 극치를 달렸으며 성리학적 이념으로 당대의 보편적 질서를 수용하려 하였다. 그러나 대륙적 기상을 위축시키고 사대주의적 외교감각에 매달림으로써 민족주체의 상실이라는 문약(文弱)의 비극을 초래하였던 것이다.

이와 같이 개성과 서울간에는 보이지 않는 역사적 텐션이 있다. 조선 초 한양의 인구가 3만이 될 때에도 개성은 20만의 인구가 예성강 하구로부터 바글거린 국제감각의 대도시였다. 그러나 이들은 극도의 탄압을 받았다. 그래서 생계를 모색하기 위해 보따리장사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소위 송상(松商)의 유래다. 올해 안으로 남북정상회담에서 서울과 개성을 평화회랑으로 선언할 수만 있다면 그것은 곧 고려와 조선의 화해를 의미하는 것이며, 남북의 통일만이 아닌 진정한 조선역사정신의 대통합을 의미하는 것이다.

락가수 데뷔하는 도올 "국민이여, 미래 향해 행진하자"

청계천을 복원하는 것은 매우 정당한 것이다. 버스노선을 정비한 것도 매우 잘한 일이다. 당장의 불편을 이야기하기 전에 이전의 서울버스 상태가 얼마나 쓸모 있었던 것인지를 생각해보라! 우리는 긍정적 사고를 해야 한다. 터키의 앙카라, 브라질의 브라질리아, 오스트랄리아의 캔버라, 이 모든 수도이전이 실패한 사례로 꼽히지 않는다. 미국은 보스턴에 교육을, 뉴욕에 경제·금융·물류를, 와싱턴에 행정을 분화시킴으로서 유럽과는 다른 새로운 모델의 문명기축을 형성시켰다.

이 작은 나라에서 한 시간도 안되는 거리에 행정부가 빠진다고 뭐 경제파탄이니 이런 허튼 소리를 일삼고 있단 말인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행정수도를 어떻게 건설하는가? 그 청사진에 관한 건강한 의견을 제출하는 것이다. 이제 줄다리기 줄을 놓고 희망찬 미래를 향해 행진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9월 5일 장충체육관에서 전인권과 단 둘이서 락 콘서트를 연다. 나는 락가수로 데뷔한다. 우리의 제목은 "행진하는 거야!" 전국민이여! 미래를 향해 힘차게 행진하자!

추비(追備)

▲ 도올 김용옥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 글은 원래 기존의 힘있다 하는 특정매체에 기고할 목적으로 집필된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글을 쓸 때 머리 속에서 순간순간 검열이 행하여진다. 글은 그 글을 모셔가는 사람들의 입장을 어느 정도 배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나는 그러한 자체검열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그래서 집필 당시 내 머리 속에서 짤려나간 부분을 여기 보충하여 놓는다....필자 주

1. 나는 한양의 주산인 백악(白岳)의 혈자리에서 광화문 앞으로 이순신 동상을 지나 시청 앞까지 뻗쳐있는 세종로를 바라본 적이 있다. 경복궁 근정전의 웅장한 위용을 그토록 강렬하게 느껴본 적이 없다. 삼봉 정도전이 정한 그 주산 혈자리에서 좌청룡·우백호의 날개짓과 명당 전경을 바라보는 감회는 남달랐다. 그때 난 뭔 생각을 했을까?

삼봉은 610여 년 전 바로 내가 선 자리에 서있었다. 그는 하륜의 무악주산론과 무학대사의 인왕주산론을 물리치고 백악주산론을 고집했다. 그는 임좌병향(壬坐丙向)의 남향을 주장했던 것이다. 삼봉의 구상은 탁견이었다. 무학대사의 저주에도 불구하고 조선왕조는 이 자리에서 한 오백년을 버티었다. 그리고 그 조선왕조의 혈맥은 조선총독부 그대로 이어졌고, 8·15해방이후에는 조선총독부의 바로 그 돌난간에서 대한민국정부수립이 선포되었다. 그리고 일제총독의 관사에 경무대가 들어섰다. 그리고 그것은 박정희 군사독재의 상징인 청와대로 모습을 바꾸었고 그 수호신으로 불세출의 장군 이순신의 동상이 들어섰다. 그리고 5공·6공·문민정부·국민의 정부·참여정부가 대를 이었다.

조선왕조의 개창에 대하여 우리는 그 나름대로 혁명의 정당성을 부여해야 하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왕조의 정당성이요, 우리가 새롭게 개창해야 할 민주사회의 정당성은 아니다. 그것은 고려말까지 이어져 내려오던 광활한 조선민중의 대륙적 기질을 반도적 기질로 축소시키고, 숭무의 쾌활함을 숭문의 세련미로 억압시키고, 독자적 하늘님의 신관을 유교적 윤리의 이법으로 대치시켰다. 그리고 수직적인 모든 권위주의를 조장시키며 사대(事大)의 복종과 인종을 강요했다. 그 문약(文弱)의 결과 우리민족은 최악의 사태를 맞이하였다. 옥새가 분쇄되고 국체(國體)가 상실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한 조선왕조의 권위주의·수직주의·관료주의의 모든 이념이 그대로 백악으로부터 뻗친 천명(天命)의 융단길 그 한자리에 오늘까지 계승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리민족의 의식구조 속에서는 청와대자리로부터 시청 앞 광장까지 이르는 그 대로야말로 모든 권위주의와 수직주의의 상징이며, 우주의 중심이다. 그들의 우주는 아직도 왕정의 우주인 것이다.

왕정적 멘탈리티에 사로잡혀 있는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그 우주의 축이 흔들리거나 딴 곳으로 이동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 축이 빠지면 자기들이 생각하는 우주 전체가 붕괴해버리고 말 것이라는 불안감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바로 그 우주의 권위로운 축의 길목을 우리나라 양대 언론사가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축이 이동하면 양대 언론이 근원적으로 무기력해지고 만다. 정신적 공허감이 엄습한다. 여기에 한국언론이 사력을 다해 그 축을 유지시키려고 하는 근원적 소이가 있다.

그러나 한국사회가 진심으로 왕정적 권위주의를 청산하려고 한다면 행정수도이전처럼 효율적인 대안은 없다. 한국인의 마음에 자리잡고 있는 그릇된 권위의 축이 근원적으로 붕괴되어 버릴 뿐 아니라 모든 권좌의 심상이 사라져버린다. 새 술은 새 푸대에! 태조 이성계가 개성이라는 구도(舊都)에서 버틸 수 없었듯이, 민주의 새 세상은 용감한 신세계의 새로운 축을 마련해야 한다. 행정수도이전을 반대하는 모든 사람의 맨탈리티에는 권위주의와 과거 왕정에 대한 향수가 배어있는 것이다.

2. 이명박 시장의 청계천복원이 모든 유위의 센타들이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무위의 구심점을 창출하며, 참(Fullness)보다는 빔(Emptiness)을 추구하며, 고층건물과 교통체증으로 사자(死者)의 도시가 되어가는 것을 막고 유교적 풍류의 도시낭만을 회복하며, 과도한 밀집을 분산시켜 물류의 소통이 원활이 이루어지는 경제적 활성의 도시를 만들려하는 포괄적 구상의 일환이라고 한다면, 행정수도이전은 반드시 성취되어야 한다. 수도 서울을 주예수 그리스도 하나님께 봉헌할 생각을 하지 말고 조선민중의 대지의 하느님께 봉헌해야 한다.

3. 조선의 군대를 통솔하는 무장이 사대문안에 버티고 서있을 수는 없다. 국민 여러분이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알 것이다. 어떻게 무관이 나라를 버리고 사대문안으로 피신하여 왕의 궁궐문만을 지키고 있는가? 이순신 동상이 세종로 한복판에 서있는 것은 참으로 잘못된 군사독재의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순신은 세종로에서 최소한 남대문 밖으로 나가야 한다. 내가 생각키에 이순신 동산은 부산의 자갈치시장 한복판에 세워놓는 것이 제일 좋다. 차선책은 미8군 자리의 용산공원 한복판에 세워놓는 것이다.

4. 행정수도 이전을 모든 국민이 "경제"와 관련시켜 생각하는데, 행정수도가 빠져나감으로써 서울사람들이 못살게 된다든가 대한민국의 경제가 나빠진다든가 하는 따위의 모든 언설은 얄팍한 언론의 조작에 국민이 놀아난 데서 기인하는 기만적 편견이다. 결국 서울이라는 메갈로폴리스의 "도시경쟁력"의 문제로 압축될 것이지만, 행정수도가 빠져나가 도시경쟁력이 악화된다는 보장은 아무 것도 없다. 그것을 입증할 자료는 아무 것도 없다.

행정수도가 빠져나가게 되면 서울의 도시경쟁력은 여러모로 강화될 것이며, 보다 더 쾌적한 서울시민의 삶의 환경이 마련될 것이며, 대한민국의 전체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다. 여러 가지 구체적인 자료와 확신을 가지고 말하는 이 도올의 간절한 호소를 국민들이여 믿어달라! 사상가는 오로지 시대적 양식에 따라 판단할 뿐이다. 열린우리당도, 한나라당도, 노무현도, 박근혜도 생각치 않는다. 오로지 이 나라의 앞길만을 생각할 뿐이다.

5. 한나라당은 과거사 청산이나 행정수도 이전과 같은 문제를 대적적으로 대처하기보다는 그러한 문제를 수용함으로써 오히려 상대방의 허점을 노출시키고, 그것을 뛰어넘는 민생에 관한 미래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과거의 타성이나 기득권의 보호에 얽매이지 말고 진취적인 정책으로 미래를 선취하는 의젓한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6. 열린우리당은 지나치게 우리사회의 개혁이라는 좁은 문제에만 얽매이지 말고 그것을 가능케 하는 모든 폭넓은 부대적 함수를 포괄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한국은 더 이상 조선반도에 국한된 한국이 아니다. 구체적 국제역학관계 속에서 한국의 미래를 개척함으로써 우리사회의 진보의 계기를 끊임없이 창출해야 한다. 집권당이라는 현실에 만족하지 말고 국가의 구원한 미래를 위한 장기적 포석을 만들어가야 한다. 국민들에게 열린우리당 사람들은 진지함이 결여되어 있으며 사고력이 너무 아마츄어 수준이라는 느낌을 주고 있다.

7. 청와대가 빠져나간다고 벌써 그 주변의 고도제한 풀고 난개발을 구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청와대가 빠져나가도 그 지역의 규제는 함부로 풀어서는 안된다. 미래의 도시는 비울수록 경쟁력이 생긴다. 청와대 일대를 아름다운 고궁과 자연의 국민공원으로 만들어야 한다.

8. 餘言未盡而肩膀酸疼! 할 말은 많은데 어깨가 아프다!

(이 글의 외래어 표기는 C·K System(최영애·김용옥 표기법)을 따른 것이며 띄어쓰기·맞춤법 등도 필자 나름대로의 원칙을 존중하였습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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