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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소속 회원들과 `미군기지확장반대 평택대책위` 주민들이 2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용산 미군기지 이전협상 타결 무효화를 주장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한미 양국은 지난 22~23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 국방부에서 열린 제10차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FOTA)에서 용산미군기지를 오산·평택으로 옮기는 데에 따라 대체부지로 349만평을 제공하기로 합의하는 등 협상을 완결지었다.

용산기지 이전은 올해부터 시작해 2008년 말까지 완료하기로 했으며, 유엔사와 한미연합사는 2007년 말까지 이전 완료를 추진하기로 했다. 국내 언론들은 10차 FOTA에서 가서명까지 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는 이뤄지지 않았다. 따라서 8월 초 가서명을 한 뒤 8월 말 정식서명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불평등하다고 비판받았던 지난 1990년 합의각서와 양해각서를 완전대체하는 새로운 포괄협정(UA)와 이행합의서(IA)를 만드는 등 큰 성과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정부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미국이 해외주둔미군을 재배치(GPR)함에 따라 용산기지 이전이 추진되는 데 한국이 비용을 전액 부담하기로 했다. 이는 본질적으로 '비용 전액 한국 부담'이라는 지난 90년 양해·합의 각서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더구나 주한 미군이 동북아 기동군으로 변화되면서 '새로운 임무와 기능에 맞게' 미군 기지를 지어주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개악된 것이다.

또 주한미군은 1만2000명이 감축되는데, 오히려 대체부지는 지난해 10월 합의했던 312만평에서 37만평이나 늘어난 349만평을 제공하기로 했다. 따라서 지난 1년간 주한미군 감축협상이 중단됐었다는 정부의 주장은 논리적으로 거짓이 된다.

정부는 "미국에 제공하는 모든 부지, 시설, 이사 비용 등에 대해 한미 양국이 공동으로 그 타당성을 검증(Validate)해야 제공할 수 있다"는 조항을 추가했다는 것을 자랑했다. 그러나 'validate'는 한국 쪽의 거부권이 없어, 만약 미국이 비용을 과다 청구하고도 이를 합리적이라고 주장할 경우 통제할 수 있는 아무런 장치가 없다는 논란도 여전하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 등 63명의 의원은 지난 22일 용산미군기지 이전협상이 적절했는지에 대해 감사를 청구하는 등 국회비준 과정에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토지 349만평을 수용당하게 된 오산·평택 주민들의 반발도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미군 감축 협상 1년 연기, 거짓으로 드러나

이전 비용 '30억~40억달러' 아무 근거없어

현재 정부는 2003년 한·미 공동으로 작성한 기본요구서(IMP)에 근거해, 한국 실무진이 '자체 판단'한 결과 이전 비용은 대략 30억~40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보다 정확한 비용은 시설종합계획(MP) 작성후 판단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즉 30억~40억달러라는 비용은 미국과 합의해 추정된 것이 아니라 한국 쪽 실무자가 자체 판단한 것일 뿐이다. 더구나 앞으로도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따라서 용산기지 이전 비용이 정확히 얼마나 들지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도 정부는 "기지 이전 비용 전액 부담"이라는 원칙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사 비용도 마찬가지다. 이전에는 현금으로 제공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지만 이제는 현물로 '용역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금으로 주든, 용역으로 제공하든 이사 비용 부담 원칙은 그대로다.

건축 기준을 미국 기준에서 미 국방부 기준으로 바꿨다는 것도 개선이라고 볼 수 없다. 90년 양해각서에서 기지 건물은 "'미 육군성 기준'에 따라 짓는다"고 했다.

그런데 미 육군성 기준이란 곧 미 국방부 기준이다. 더구나 지난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 국방부 기준이 더 강해졌다. 지난 90년 양해각서에 의한 건축비보다 더 많이 들 것이다. 즉 이사비용 부담이나 건물 건축 기준은 말만 바꿨을 뿐 개선된 것은 전혀 없는데도 정부는 '독소 조항'을 바꿨다고 자랑하고 있다.

지난 6월말 완공된 용산 미군 기지안 미군 아파트 2동의 경우, 원래 2002년 2월 한국 정부는 "미국 부담으로 짓는 것이며 한국의 부담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 아파트는 한국의 방위비 부담으로 지었음이 확인됐다. 미국 부담이라고 공언했으면서도 결국 한국이 부담했던 전례로 볼 때, 과연 정부 말로 30억달러가 들어가는 용산기지 이전에서는 얼마나 '퍼주기'가 진행될 지 알 수가 없다. / 김태경
미국에 기존 합의했던 대체부지 312만평이 아니라 349만평을 제공하기로 했다. 따라서 지난해 10월 올 여름까지 주한미군감축 협상을 1년간 연기했다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주장은 결과적으로나 논리적으로 거짓말이 됐다.

지난 해 초 미국은 대체부지로 540만평을 요구했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한미연합사와 유엔사의 용산기지 잔류를 전제로 312만평에 합의했다. 그리고 용산기지 안 연합사와 유엔사 부지로 미국은 28만평을 요구했고, 한국은 17만평을 제공하겠다고 협상을 벌였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말 한미연합사와 유엔사 전부를 오산·평택으로 이전하는 데 양국은 합의했다.

미국은 지난해 6월 이미 주한미군 1만2000명의 감축을 한국에 통보했기 때문에 그 해 10월 합의된 312만평은 애초 요구했던 540만평에서 미군 규모 축소를 감안해 조정한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여기에 한미연합사와 유엔사의 오산·평택 이전에 따른 대체부지 28만평, 미군 숙소 20만평 등을 합쳐 총 360만평을 요구했다.

그러나 한국은 지난해 10월 주한미군 감축을 1년간 연기하고 올 가을부터 협상에 들어가기로 했기 때문에 기존 합의된 312만평은 미군 규모 축소를 감안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지난 15일 NSC의 고위 관계자를 만났을 때 기자가 "만약 대체부지 규모가 312만평보다 훨씬 줄지 않으면 1년간 주한미군감축 협상을 연기했다는 NSC의 주장은 거짓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이 관계자는 "당연히 대체부지 규모를 줄여야 한다. 협상 결과를 보면 잘 됐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호언했다.

그러나 한국은 기존 312만평에서 37만평이나 늘어난 349만평을 제공하기로 해줌으로써 지난 1년간 주한미군 감축협상이 연기됐다는 NSC의 주장은 결과적으로 틀렸다. 만약 1년간 미군 감축 협상이 연기된 것이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349만평을 제공하기로 한 것이라면, 미국의 어거지 요구를 무조건 들어줬다는 말이다.

한국 쪽의 비용 통제 힘들 것

정부는 "신 합의서에서는 미국 측에 제공하는 범위를 '부지, 시설, 이사용역 및 기타비용'으로 명시하고, 모든 소요에 대해서 양국이 공동으로 그 타당성을 검증(Validate)해야 제공할 수 있다는 조항을 추가했다"며 "용산기지 이전과 직결된 부담에 대하여 단계별로 한국 측의 통제가 가능토록 함으로써 이전비용을 최소화시킬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validate'란 표현은 그동안 협상과정에서 정부 안팎에서 논란이 됐던 것이다. 즉 'validate'는 말 그대로 검증한다는 차원일 뿐, 미국이 과다한 비용을 청구하고 이것이 합리적이라고 우길 경우, 한국이 거부할 수 있는 거부권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한국협상팀은 지난해 말까지 "validate에는 당연히 거부권이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내부 문제제기를 받고 올 1월 처음으로 이 '단어문제'를 제기해 미국쪽에 "한국에 거부권이 포함되어 있음을 인정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제 와서 무슨 딴 소리냐"며 거부했다.

올 2월14일 당시 차영구 국방부 정책실장이 7차 FOTA를 마친 뒤 "이미 합의했더라도 완벽하지 못한 '단어' 때문에 빌미가 되어서 다른 문제가 야기될 가능성은 없는가 명확히 하려 했다"며 "그러나 미국 쪽이 이미 이전에 다 합의된 것을 다시 끄집어내는 것에 대해 당황스러워했다"고 협상 실패 배경을 설명했었다.

그는 "원래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미 양국은 비용문제는 다 해결된 것으로 생각했다"며 "그러나 지난 1월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 6차 회의 때 한국이 처음으로 혹시 문제의 소지가 될 만한 것을 이것 저것 끄집어내 문제제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 '단어 문제' 때문에 지금까지 용산기지 이전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던 것인데, 이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않고 이번 10차 FOTA에서 협상을 완료한 것이다. 이는 오는 9월이면 미 의회의 예산안이 확정되기 때문에 미국이 타결을 강력하게 요구했고, 이에 한국이 굴복한 것으로 보인다.

▲ 용산 미군기지
ⓒ 오마이뉴스 이종호
기타 비용, 환경 비용도 통제 가능?

정부는 "'기타 비용'은 우리가 부담하는 부지, 시설 및 이사용역의 어느 한 항목에 포함되지 않으면서도, 이전으로 인해 직접 발생한 불가피한 잡비로서, 양국이 그 타당성을 공동검증(Validate)하여 집행토록 했다"고 밝혔다. 역시 validate의 해석 문제가 있다. 미국이 근거 있다고 주장하면 그대로 들어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 기타 비용 항목은 소파 합동위원회에서 얼마든지 미국에 유리하게 비용 산정을 할 수 있다는 비판은 여전하다.

"미군 기지의 환경 오염 피해를 양국 공동 조사해 오염이 발견되거나 발생하면 이를 소파 및 관련합의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조항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2003년 5월 한미 양국간 합의된 소파 합동위 합의문인 '반환·공여지에 대한 환경조사 및 오염치유관련 협력절차'를 적용한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미군이 저지른 환경오염을 발견한다 해도 복구나 보상에 나서도록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아무런 구속력이 없다. 전적으로 미국의 '선의'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군이 1조원대의 환경 피해를 입힌 뒤 100억원만 부담한다고 해도 한국으로서는 더 부담하라고 강제할 권한이 없다.

용산 미군 아파트 2동이 용산기지 협정의 발단?

정부는 "국제 관례도 기지이전을 요구한 국가가 부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상당히 다르다. 지난 1988년 노태우 대통령이 당시 대선공약으로 용산미군기지 이전을 얘기했다. 이 와중에 90년 양해각서와 합의각서를 만들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기존 용산기지를 '복사하듯이' 그대로 옮겨주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1993년 김영삼 정권 초기, 기지 이전 비용이 애초 추산 17억달러를 훨씬 넘는 9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비용 부담 때문에 한국이 기지 이전에 난색을 표했고 결국 중단됐다.

이러던 중 지난 2001년 12월 미군이 용산기지 안에 아파트 2동을 짓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반영구적인 아파트를 짓는 것은 미군의 영구주둔 음모라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나 한편으로 기지 이전은 바로 착수한다고 해도 10년이 걸리는 만큼 부족한 미군 숙소를 짓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왔다.

결국 한국이 용산 기지를 다른 곳으로 옮겨주기로 했다. 지난 2002년 1월18일 당시 차영구 국방부 정책실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용산기지의 대체부지를 경기도 수원, 성남 남성대, 서울 강북 등지 중 한 곳에서 물색 중"이라고 말했다.

이때의 용산기지 이전은 기존 시설을 '복사하듯이' 그대로 옮겨주는 것이었으며, 오산·평택은 거론되지도 않았다. 오히려 일부 언론에서는 "이미 90년대 초반 오산·평택은 부적합하다고 판정이 났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물론 이때는 한강 이북의 미 2사단의 한강 이남으로의 재배치는 전혀 언급도 없었다.

그런데 2003년 3월부터 시작된 용산기지 이전협상은 한강 이북의 미 2사단의 재배치, 오산·평택으로의 이전 등 전혀 다른 차원, 즉 GPR에 따라 진행됐다.

따라서 지난 2001년 말에서 2002년 초 용산기지 아파트 문제로 불거진 용산기지 이전과, 2003년 초부터 시작된 GPR에 따른 용산기지 이전은 전혀 별개 차원의 사건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같은 연속선상에 있으며 한국이 먼저 용산기지를 옮겨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에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GPR에 따라 주한 미군은 동북아 기동군으로 변한다. 그들에게는 새로운 임무와 기능이 부여됐다. 그런데 용산기지 이전 협상은 한반도 안에서의 미군 작전활동을 근거로 만들어진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소파를 그대로 준용하고 있다. 이는 이번 용산기지 이전 협상 타결이 90년 합의각서와 양해각서를 벗어나기는커녕 그 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직접적인 증거다.

이번에 왜 가서명을 하지 못했나?

애초 이번 10차 FOTA에서 용산기지 이전 협상이 타결되고 가서명까지 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가서명은 8월 초로 미뤄졌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용산기지 이전의 문제점이 여러 번 강력하게 지적됐기 때문에 일단 타결한 뒤, 국내의 반발 강도를 봐가면서 가서명과 본서명을 마무리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이전에 제기됐던 문제점을 거의 고치지 않은 상태에서 이번에 타결된 배경도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즉 오는 9월이면 미 의회에서 예산을 확정짓는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번 10차 FOTA에서 타결해야만 미 의회 일정에 맞출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은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이라며 한국에게 타결을 압박했고, 수많은 문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고치지 않은 채 그대로 미국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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