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해 5월 1일 부시 대통령에 의해 이라크전 종전이 선언된 후 이라크 주둔 미군들의 사상자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라크전에 참전했던 미군들 가운데 52%가 사기저하에 처해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미 육군에 의해 25일 공개된 보고서는 지난해 8월초부터 10월 23일에 걸쳐 이라크와 쿠웨이트에서 전투에 참가했던 756명의 병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52%가 자신들의 사기가 낮다고 응답했으며, 70%는 동료들의 사기가 '매우 낮다' 또는 '낮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에서 '사기저하' 응답은 특히 계급이 낮은 병사들 사이에서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조사보고서는 응답자의 75%는 대대장급의 리더십이 매우 좋지 않았고, 자신들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다고 대답했으며 병사들 간의 결속력 또한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 결과는 지난여름 이라크 주둔 미군병사 자살자가 급증하게 되자 참전군인들의 정신건강을 조사하는 등 자살원인을 캐기 위해 미 육군이 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도출되었다.

워싱턴 포스트는 26일 '다발적으로 장기간 계속되는 전투가 현역군인들의 전역을 촉진시키게 될 것이라는데 대해 미 국방성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군 사기 문제에 대한 이번 국방성 조사 보고는 군인 신문인 성조지가 지난 여름 실시한 비공식 조사의 결과에 공신력을 불어 넣어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당시 성조지의 조사에서 설문에 응한 병사들의 약 반수는 자신들의 사기가 낮다고 응답했으며 그들은 병역 연장을 신청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번 조사를 지휘한 버질 패터슨 대령은 조사 결과에 대해 "다소 놀라운 것"이라고 밝히고, "그러나 그 조사가 실시됐던 때는 가장 뜨거운 이라크의 여름이었고, 그때 이후로 병사들은 종전보다 나은 군대생활을 누리고 있으며 가족들과의 연락체계도 개선되었다" 며 조사결과의 시의성에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번 육군의 조사결과에 대해 베트남 참전용사이자 퇴역 육군 대령인 로버트 킬브루는 "그들이 빈번하게 당하고 있던 폭탄 공격 등 힘들었던 당시의 상황을 고려해 보면 그것은 특별히 놀랄만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군의 사기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한 익명의 육군 고위 지휘관은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조사결과는 매우 우려스러운 것"이라면서 "조사에 응답한 병사들 중 반수 이상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는 (모두에게) 경종을 울려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전쟁기간동안의 미군들의 결속력과 리더십에 대해 두 권의 책을 쓴 바 있는 퇴역군인 정신치료 의사 조나단 쉐이도 인터뷰에서 "이번 조사결과는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병사들의 사기와 결속력이 심각하게 낮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이라면서 이번 조사결과를 "읽기에 아주 고통스러운 보고(a painful report to read)"라고 말했다.

이번에 발표된 보고서 내용 중에는 2003년에 이라크 주둔 병사들의 자살율이 비전투시 군인들의 자살율보다 높다는 육군 자체조사의 결과를 재확인시켜 주기도 했다. 조사 보고서는 2003년 이라크 주둔 미군 자살자수는 총 23명으로 비전투상황시의 평균 자살치인 십만명당 11.9명보다 높은 15.6명인 것으로 밝혔다.

한편 지난 15일 플로리다 출신 이라크전 참전 병사인 카밀로 메자는 휴가가 끝난 뒤에 이라크전 복귀를 거부하고 "이라크전은 오일을 (확보하기) 위한 전쟁이며 어떤 군인도 이 전쟁에 찬성해 참전하지는 않았을 것" 이라고 '양심선언'을 해 큰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그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동료 병사들과 매복해 있다 죄 없는 이라크 시민들을 향해 사격했고, 그들이 총에 맞아 쓰러지는 사건을 경험하고 분노하게 되었다"고 고백하고 "그것은 더 이상 공평(fair)하고 정당한(just) 전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에게 말해준 한 예에 불과하다"고 이라크전 참전 병사들의 심적 고충을 토로해 반전운동가들을 크게 고무시킨 바 있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