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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자금 청문회가 오는 10일부터 열린다. 이름하여‘불법대선자금 의혹 등에 대한 진상조사 청문회'. 그러나 이름대로 '진상조사'를 하는 청문회가 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현재로서는 새로운 사실의 규명보다는, 총선을 앞둔 정치공세의 장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일 국회법사위가 의결한 증인채택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같은 얘기가 기우가 아님을 알게된다. 이번에 채택된 증인 가운데는 송광수 검찰총장,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 남기춘 대검 중수1과장 등, 대선불법자금 수사를 책임졌던 검찰간부들이 포함되어 있다.

불법자금과 관련하여 조사를 받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수사를 맡은 사람들을 불러내서 심문을 하겠다는 것이다. 가히 해외토픽감이다. 그 광경이 국민들 눈에 어떻게 비쳐질지도 생각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이러다가는 도둑이 경찰을 불러다가 조사하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을까 모르겠다.

불법자금을 받은 죄로 '무더기 구속'이라는 수모를 받아야했던 정치권의 한이 얼마나 깊을지는 짐작할 수 있다. 그들의 어법대로 '존경하는 선배 동료의원들'이 검찰심문을 받으면서 쌓였던 한과 분노가 모두 모여, 아마도 이번 청문회에서 거침없이 터져나올지 모르겠다.

그런데 정말 경악할 일은 다른 곳에 있다. 한나라당 불법자금 관련 증인들은 2일의 증인채택에서는 다 빠졌다는 사실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반대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회창 전총재야 그렇다치고, 서정우 변호사도, 김영일 의원도, 최돈웅 의원도, 심지어 실무 당직자들까지도 모두 다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이번 청문회에 한나라당 불법대선자금도 대상에 포함시킨다던 한나라-민주 양당의 합의조차 파기된 셈이다.

내가 청문회의 목적을 잘못 알았나 싶어서 청문회의 이름을 신문에서 다시 확인해보았다. 분명 앞에 쓴대로 '불법대선자금 의혹 등에 대한 진상조사 청문회'로 되어있다.

불법대선자금을 조사하겠다면서 '차떼기'를 제외시켜놓다니. 불법대선자금 하면 뭐니뭐니 해도 차떼기의 실체가 우선 아닌가. '차떼기'를 제외시켜놓고 불법대선자금을 조사하겠다는 것, 이 또한 코미디가 아니고 무엇인가.

검찰의 편파수사를 그렇게 비판하던 야당들이 아니었던가. 그러던 사람들이 한쪽의 사람들은 증인에서 다 제외시켜주고 청문회를 하겠다니, 이거야말로 '편파청문회'가 아니고 무엇인가.

이번 청문회를 둘러싸고 정치공세용 청문회라는 논란이 따랐다. 특히 검찰이 수사를 진행중인 사안에 대해 청문회를 한다는 것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그럼에도 기왕에 국회 법사위가 청문회를 의결했다면 그 결과는 존중할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국민의 상식에 맞는 청문회를 해야 할 것이 아닌가. 자신들을 수사하는 검찰 사람들이나 불러내서 화풀이하는 청문회, 차떼기의 주역들은 다 빼주고 상대편 사람들만 줄줄이 증인으로 불러세우는 청문회. 이건 상식을 잃은 청문회이다. 이런 식으로 하니까 총선용 청문회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청문회를 하려면 제대로 하라. 차떼기에 관련되었던 사람들도 모두 불러내서 진상을 조사하라. 그러면서 노 대통령측의 불법자금도 청문회에서 조사해야 사리에 맞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국회 법사위는 오늘이라도 한나라당측 관련인사들을 증인으로 채택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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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 수술 이후 방송은 은퇴하고 글쓰고 동네 걷기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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