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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기자실사건이 처음 오마이뉴스에서 보도된 지 5일이 지났다. 그간 오마이뉴스 관련기사와 관련기자 소속사인 YTN의 홈페이지, 심지어 인천공항의 홈페이지에 이르기까지 열띤 네티즌들의 반응이 있었다.

그런데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 수많은 기존매체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그 사건에 대해서는 못 본 척하고 있는 것이다. 기득권을 수호하기 위한 참으로 무서운 단결력이 아닐 수 없다.

조선일보? 비록 작은 기사지만 한겨레신문이 자사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까지 지면에 보도하고 있고 동아일보는 인천공항에 구두닦이가 없는 이유까지 자세히 보도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에 관해서는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겨레는 인터넷한겨레의 하니리포터 코너에 기사를 게재하고, 인터넷뉴스부장이 독자의 메일에 마지못해 답하는 형식으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런 한겨레는 입닫고 있는 다른 언론사보다야 낫다고 해도 현재의 '독자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심이 든다.

한겨레의 입장에는 기존 기자실에 안주해 온 취재관행에 대한 반성이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사건에 관심을 갖고 있는 네티즌들은 이 문제와 관련해서 한겨레의 입장이나 해명을 듣고자 하는 것보다 한겨레가 이 문제를 본지 지면을 통해 공론화하고 언론개혁의 차원에서 개선시켜나가는 실천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뉴스부장이 밝힌 '입장'은 "한겨레가 모든 기자실로부터 철수한다는 것은 현실적 대안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고 말한다. 그렇다. 누구도 한겨레가 모든 기자실에서 당장 철수하라고 이야기하진 않는다. 또 그렇게 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단지 그 동안 특혜의 밀실에서 안주해 온 관행을 과감히 공론화하여 논의해서 바꾸어나가자는 이야기이다. 그것이 제대로 된 언론의 역할일 것이며 내부로부터의 언론개혁일 것이다.

인천공항 사건 당시 한겨레기자는 현장에 없었다든지, 신생기자단이 가입을 원할 때 한겨레는 가입할 수 있도록 지지해 주지만 기자단의 한 표일 뿐이라는 한겨레의 변명은 그 동안 보여준 한겨레의 모습과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구차함으로 다가온다. 언제부터 한겨레가 현실적 제약 때문에 이상을 접기 시작했던가?

대한매일 임병선 기자의 기자칼럼은 비록 정식기사는 아니지만 대한매일신문의 뉴스넷에서 비교적 비중있게 취급된 경우이다. 현직기자가 실명으로 자신의 경험을 빌어 기자실의 폐해와 개선필요성을 이야기한데에 많은 네티즌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 생각한다.

오마이뉴스의 이번 보도에 대해 '현직기자'들의 비난의 의견 또한 적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누구 하나 공론화된 장에서 실명으로 비판의견을 개진하는 경우는 없는 것에 비해 임기자의 글은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을 비판하는 용기있는 글이라 할 수 있다.

(경향신문은 4월2일자 미디어비평란에서 장호순 교수의 칼럼을 통해 이번 사건을 다루고 주로 한겨레 신문의 침묵을 비판했다...편집자주)

결국 인천공항기자실사건은 기득권을 가지고 있고 특혜의 단맛에 길들여진 기존 언론사로서는 피해 가고 싶고, 하나의 해프닝으로 치부하고픈 사건일 따름이며, 기자실의 폐해와 부작용에 더 많은 공감을 가지고 있는 기자들로서도 과연 기자실에 끼지 않고서도 취재가 가능할 것인가 하는 현실적 제약을 감안하여 침묵할 수밖에 없는 듯하다. 치열한 싸움과 투쟁 끝에 기자실에 끼게 된 한겨레로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미 이번 오마이뉴스의 관련보도로 기자실 또는 기자들의 취재관행에 대해 많은 부분이 벗겨진 상태다. 오마이뉴스가 기자실에 한몫 끼어보겠다고 이 사건을 이슈화한 것은 아닐 것이다. 사실 오마이뉴스는 고정된 기자실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단지 기존의 기자실의 관행 때문에 자유로운 취재가 방해받지 않을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벌써 시대가 초고속정보화의 시대, 인터넷의 시대로 급속히 변해가고 있는 바에는 폐쇄적, 배타적 관행을 고집하는 기자실이 앞으로도 온존하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한참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이다. 그런 면에서 대안언론, 인터넷언론을 표방하는 오마이뉴스에서 이 문제가 쟁점화되는 것은 당연한 시대의 요구이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얼마나 우리 언론이 기자 내부의 개혁이나 폐쇄적 기득권 깨뜨리기에서 애써 눈길을 거두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혹자는 말한다. 오마이뉴스가 기자실에서 쫓겨난 분풀이로 화면을 도배하고 있다고, 이제 그만 하면 되지 않았냐고도 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오마이뉴스와 같은 대안언론이 아니면 자기 눈의 들보를 빼내는 이런 문제를 쟁점화할 기존 언론매체가 없다는 사실을 요 며칠간 여실히 볼 수 있었다. 또 이런 패쇄적 취재관행을 깨야지만 인터넷신문과 같은 대안언론이 기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제도적 개선방안이 도출될 때까지는 지속적으로 이 문제가 제기되어야 한다. 기자실을 폐쇄한 지역 관공서의 사례에서 보듯 개별적으로 이런 관행을 바꾸기에는 너무 많은 희생이 따르고 개인의 의지로 지속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미 오마이뉴스는 기존 언론매체의 기자실운영의 폐쇄적 관행에 도전장을 던졌다. 침묵의 카르텔, 무관심의 카르텔에 지쳐 무릎을 꿇는다면 앞으로 우리의 언론에 희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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