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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욱 실종사건에 연루됐던 당시 관계자들이 양심고백을 고민중이다."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이하 국정원 진실위)의 한 핵심 인사는 지난 13일과 26일 두 차례 <오마이뉴스>와 만나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을 프랑스 파리 외곽의 한 양계장 분쇄기에 집어넣어 살해했다는 특수공작원 이모씨(가명)의 주장을 사실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핵심 인사는 <시사저널>을 통해 "내가 김형욱을 죽였다"고 밝힌 이모씨의 주장과 달리, 1979년 '김형욱 실종사건'의 전모를 알고있는 당시 관계자들이 이 사건의 전말에 대한 양심고백을 고민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인사는 또 "과거청산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이 관계자들이 스스로 양심고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면서 "스스로 밖으로 나오려는 달팽이를 국정원 진실위가 손으로 쳐서 도로 집으로 숨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때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의 이같은 발언은 국정원 진실위측이 김형욱 실종사건에 대해 상당부분 조사를 진척시켰고, 적어도 양계장 분쇄기 살해 주장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정황 또는 증언 등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국정원 진실위는 7대 의혹 사건을 선정해 과거사 진상 규명 활동을 벌이고 있고, 김형욱 실종사건은 이중의 하나다.

"사료는 마른 것... 인간의 젖은 시신 가능한가?"

이에 앞서 정희상 <시사저널> 기자는 21일 저녁 CBS TV <정범구의 시사토크 '누군가'>에 출연해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을 암살했다고 주장한 특수공작원 이모씨(가명)는 국정원 진실위원회의 '김형욱 실종사건' 조사에 임할 방침임을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국정원 측은 이씨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현재까지 국정원으로서는 그가 중앙정보부가 운영하던 특수공작원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근거가 없다"며 "관련 설이 많은 만큼 진실위 활동이 마무리되면 진위여부가 자연스럽게 규명될 것"이라고 전했다.

오충일 국정원 진실위 위원장도 26일 오후 KBS <라디오 정보센터 박에스더입니다>에 출연, "양계장에서 분쇄했다는 부분은 현장조사까지 해봐야겠지만 현 단계에서는 아닌 것 같다"고 실체적 진실여부에 대해 의구심을 표했다.

오 위원장은 또 "이모씨 본인이 직접 살해했다고 주장하는 것도 검증해야 한다"며 "사료는 마른 것을 갖고 만드는데, 젖은 인간의 시신... 두개골을 비롯 딱딱한 부분이 있는 것을 양계장 정도 수준에서 분쇄하는 게 가능한가"라며 말을 줄이기도 했다.

영화배우 최지희씨, <시사저널> 고소

이어 오 위원장은 "양계장 분쇄기 살해설에 대한 신빙성도 문제지만 지금으로서는 다른 방향으로도 조사해봐야 한다"며 "여하간 시신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파리 외곽 양계장에 증거가 없든가, 시신이 없을 경우에는 또 다른 의혹, '제3국에서 잘 살고 있다'는 등의 말도 성립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오 위원장은 "이씨 한 명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관련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사람들을 전부 다시 만나 재구성해봐야 한다"고 일축했다. 또, 여러 설 가운데는 '청와대 납치 살해설' 등도 있는데, 이런 풍문을 따라다니면 진실위의 조사는 미궁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한편, 영화배우 김경자(65·예명 최지희)씨는 25일 '김형욱 실종사건'을 보도한 <시사저널> 정희상 기자와 김씨를 살해했다고 주장한 공작원 이모씨, 최씨가 김씨를 만났다고 확인해준 김경재 전 의원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최씨는 고소장에서 "1979년 10월 프랑스 파리에 간 적도 없고, 김형욱씨는 물론 공작원 이씨를 만난 적이 없다"며 "김씨가 중앙정보부장일 때 몇 번 만난 적은 있지만 1973년 일본으로 건너간 뒤에는 김씨의 망명은 물론 1979년 실종사실도 모르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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