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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폭격을 맞은듯 강원도 양양군 일대에 발생한 대형 산불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낙산사 경내에서 6일 오전 잔해처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낙산사 '원통보전'이 전소되어 잔해만 남아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6일 오전 군인들이 잔해 정리 작업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기사 대체 : 6일 낮 12시 40분]

6일 오전에 찾아간 신라 고찰 낙산사의 화재 현장은 처참했다. 낙산사 경내의 낮은 건물들은 별 탈이 없었지만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중요 건물들과 보물들은 큰 피해를 입었다.

낙산사 경내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화재 피해는 심각했다. 낙산사의 중간에 위치해있는 보타전은 화재에 의한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낙산사 제일 윗쪽인 사천왕문을 지나니 처참한 광경이 그대로 눈에 들어왔다.

원통보전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지나야 하는 일주문은 완전히 불에 타 폭삭 주저 앉았다. 주지실도 완전히 타서 원래 방안에 있던 문서보관 캐비닛 만이 덩그러히 남아 있었다.

주지실 옆에 있어야할 보물 제479호 낙산사 동종은 완전히 녹아내려 큰 짐승의 배설물 마냥 시커먼 금속 덩어리로 볼썽사납게 굳어 있었다. 낙산사 동종은 조선 예종 원년에 주조된 것으로 조선시대의 범종 중 임진란 이전에 속하는 귀중한 사료적 가치가 있는 보물이다.

낙산사의 대웅전 격인 원통보전도 잿더미로 변했다. 다만 세조 재위시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보물 제499호 낙산사 7층 석탑만이 불이 와도 끄덕없다는 듯 폭삭 무너져 내린 원통보전 앞에서 그 건재함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런 7층 석탑도 온전히 무사할 순 없었던지 청동으로 만든 탑의 뾰족한 윗부분인 상륜부의 일부가 녹아내린 흔적이 목격됐다.

낙산사의 명물 '달고 깨끗한 물' 감로수에도 많은 재가 섞여, 마실 수 없는 잿물로 바뀌어 있었다.

낙산사의 이런 처참한 광경은 현장을 찾은 신도들에게 큰 슬픔을 안겨주고 있다. 아침 일찍 화재 현장을 찾아온 어떤 여신도는 일주문을 들어서면서부터 눈물을 훔쳤다. 다른 여신도도 경내 이곳저곳을 가리키며 "어떡해"라는 말을 연발하면서 안타까워했다.

이날 오전 8시40분경 낙산사에는 오영교 행자부장관, 이용희 국회 행자위원장(열린우리당), 정문헌 한나라당 의원 등이 찾아와 처참한 화재현장을 20여분간 둘러보기도 했다. 이들을 맞은 낙산사 정념 주지스님은 "다 제 수행이 모자라 이렇게 되었다"고 자책했다.

정념스님은 황망한 표정으로 "소화기 200여개를 동원해 불을 껐는데도 이렇게 됐다"며 "불가항력적인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오 장관은 도관스님의 손을 맞잡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하자"고 답했다.

한편 6일 오전 군 장병과 소방관들이 낙산사에 투입돼 잔불을 끄면서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조계종 종단에서 긴급 투입한 현장조사단이 피해 상황 등을 조사하고 있다.

흉물로 변해버린 보물 제479호 '낙산사 동종'

▲ 보물 479호인 '낙산사 동종'이 거센 불길에 완전히 녹아버렸다.(오른쪽) 왼쪽은 불타기 전의 모습.
ⓒ연합뉴스/오마이뉴스 권우성

보물 제 479호인 '낙산사 동종'은 화재로 인해 흉물스럽게 변해있었다. 이 동종은 지난 1968년 12월19일 보물로 지정됐다.

1469년(예종 1)에 조성된 동종은 높이 158cm, 입지름 98cm, 보살상의 높이 36.8cm의 구리종이다. 동종은 낙산사의 앞뜰 한 구석에 마련한 종각에 위치해 있었다. 종신(鐘身)에는 중앙에 세 가닥의 굵은 선으로 띠를 돌려 상하로 구분하고, 상부에는 4구의 보살상이 양각(陽刻)되었으며, 그 보살 사이에 범자(梵字)가 4자씩, 또 보살상의 어깨 근처에는 16자가 각각 새겨져 있었다.

동종의 정상에는 좌우 2마리의 용이 서로 반대쪽으로 연결됐고, 발과 몸의 일부가 끈을 다는 부위를 이루어 매우 사실적이고 웅대한 기품이 넘쳤다.

이 종은 조각 장식에 있어서 그 형태가 뚜렷하고 아름다우며, 보존상태도 비교적 양호하여 조선시대의 걸작품으로 손꼽혔다. 중앙의 가로띠 밑의 물결무늬 사이에 장문의 명(銘)이 양각됐다. 또한 세조 때에 중수하였다는 사실이 몸체에 기록되어 있었다.

하지만 동종은 이번 화재로 인해 완전히 녹아내려 세인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조계종, 낙산사 화재 피해액 300억원 추산

이번 화재로 낙산사는 동종 등 보물을 포함해 전체 37동의 건물 중 22동이 전소되는 피해를 입었다. 6일 조계종 총무원측은 피해액을 300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낙산사에 보물로 지정된 것은 제479호 '동종', 제499호 '낙산사 7층 석탑', 제1362호 관음보살좌상 등 3개이다.

가장 크게 피해를 입은 것은 '동종'으로, 이번 화재로 인해 전각과 함께 완전히 녹아내렸다. 하지만 7층 석탑은 큰 피해 없이 불에 그을린 정도인 것으로 조계종측은 파악하고 있다. 또 전소된 원통보전안에 있던 보물 제1362호 관음보살좌상은 화재 발생 직후 낙산 해변 쪽으로 옮겨져 화를 면했다.

강원도 문화재로 지정된 홍예문은 전소됐지만, 같은 도 문화재인 원통보전 담장은 불에 그을린 정도의 피해에 그쳤다.

한편 낙산사의 화장실을 포함해 총 37동의 건물중 원통보전, 종각, 홍예문, 고향실, 모설전, 무이당 등 22동이 전소됐다. 의상기념관, 홍련암 법당 등 14개 건물은 피해가 없거나 경미했고, 해수관음상 법당은 절반 정도 소실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 산불이 낙산사로 번지면서 경내에 있는 '감로수'에 시커먼 재가 떨어져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낙산사 경내에 있는 소나무와 느티나무 등 수백그루도 피해를 입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낙산사를 방문한 오영교 행정자치부장관이 정념 주지스님으로 부터 피해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6일 오전 낙산사를 찾은 신도가 처참한 잔해들을 보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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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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