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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평화가 깨지고 생명이 죽어가는 현장 중 도로가 으뜸이다. 교통사고는 여전히 세계 수위를 오르내린다. 사람만이 아니다. 이른바 로드킬(Road Kill)의 희생자로 각종 야생동물이 죽어간다. 서울대환경계획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2004년 7월부터 2005년 6월까지 1년 동안 지리산 권 도로 123킬로미터 구간에서만 3000마리의 야생동물이 죽어갔다고 한다.

자동차를 타지 않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겠고 그 다음은 자동차 사고를 줄이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자동차 사고를 줄이기 위한 계도형 또는 훈계형 활동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처벌을 강화하자는 것도 아니다.

길 위에서 생명과 평화를 지키기 위한 자기성찰과 스스로 모범이 되는 운동을 벌이고자 한다. 누가 뭐래도 교통사고는 운전자 각 개인이 굳게 다짐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다. 도로여건 개선과 법규의 정비, 야생동물 이동통로의 개설 등도 중요하다. 운전자 스스로 길 위에서의 참 생명, 참 평화를 누리는 운동은 더 중요하다.

그래서 '이름있는자동차' 운동을 하고자 한다. 이른바 자동차실명제운동이다. 더 이상 이름 있는 자동차는 크고 비싼 자동차를 말하지 않는다. 더 이상 그런 차가 좋은 차 일 수 없다. 이름표가 붙은 자동차가 '이름있는자동차'다. 이제부터 그런 차가 좋은 차다.

자동차에 이름표를 붙이자.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과 이웃에게 거는 약속을 적은 이름표를 자동차에 붙이자. 권유형, 요구형, 권고형 나아가 협박성 구호를 붙일 것이 아니라 자기 다짐 형, 자기 성찰 형, 솔선수범 형, 긍정 형 문구로 이름표를 만들자. 길 위에서 생명과 평화를 지키는 이름표.

2년 전부터 나는 내 1톤 트럭에 '우리농산물로 학교급식을'이라는 스티커를 붙이고 다닌다. ‘전북학교급식조례제정을 위한 연대회의’에 참여 하면서부터다. 이때부터 내 운전습관에 가히 혁명적인 변화가 왔다. 운전이 조심스러워지고 다른 자동차나 보행자를 더 배려하게 되었다. 교통법규를 잘 지키게 되었다. 차마 학교급식조례제정운동에 먹칠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내 운전대를 지배했던 것이다.

지난달에 내 아름다운 후배 하나가 죽었다. 길을 걷다가 자동차에 받혀 그 자리에서 숨졌다. 마흔셋의 후배 영정 앞에서 나는 통곡을 했다. 눈물범벅으로 얼굴이 퉁퉁 부어 있는 그의 아내와 초등학생 두 자녀 앞에서 떠 올렸던 생각이 바로 '이름있는자동차' 운동이었다.

이름표에는 이런 글귀가 씌어지면 좋겠다.

- 차는 제자리에 세우고 운전은 똑바로 하겠습니다.
- 옆 자동차나 보행자를 편안하게 하겠습니다.
- 길 위에서 생명과 평화를 지키겠습니다.
- 먼저 가십시오.
- 속도와 차선과 신호를 지키겠습니다.


이 문장들 중에 망설이게 된 문장이 두 개다. ‘옆 자동차나 보행자를 놀라게 하지 않겠습니다’와 ‘과속이나 차선위반 신호위반을 않겠습니다’라는 문장이었다. 부정형 문장이 매우 강한 힘을 가진 것으로 보이지만 긍정 형으로 고쳐 썼다. 강렬한 부정형보다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긍정이 상황을 개선시킬 것이라는 신념에 따른 것이다.

글을 쓸 때만이 아니라 읽을 때도 우리는 긍정 형으로 읽을 것이다. 자기 성찰의 기회로 모든 글을 대할 것이다. 길 위에서 만난 덕담과 덕행을 널리 전파 할 것이다.

이름표에는 다짐글귀와 함께 명의를 표시하고 운전자의 실명 또는 한글 아이디를 넣는다. 참여자의 결의수준을 고려하여 처음에는 명의나 실명(또는 아이디)을 빼고 문구만 적힌 스티커도 사용한다. 그러나 이름을 넣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일부 회사의 자동차와 택배트럭에 운전자 이름과 함께 손전화 번호와 사진이 박혀 있는 경우가 있다. 회사 영업과 운전자에 대한 통제수단일 망정 아주 좋은 일이다. 우리의 '이름있는자동차' 운동은 길 위에서 생명과 평화를 실현코자하는 자발적 운동이다. 자기성찰을 사회화하기 위한 시도이다. 더 이상 운전대 위에서 남의 반감을 사지 않겠다는 다짐이고 남을 위협하지 않겠다는 공개적 약속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생명평화결사 홍보위 자료실에 먼저 올린 글입니다.
생명평화결사(www.lifepeace.org)와 다음카페 <이름있는자동차(cafe.daum.net/namecar)>에서 먼저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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