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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었지만 지켜봐 주셔서 감사하다. 그리고 김치찌개 사주기로 약속하셨던 분들 꼭 사주시기 바란다.”

4주간을 계획했던 한국판 '슈퍼사이즈 미' 실험이 24일 만에 끝이 났다. 24일간 매일 패스트푸드로 식사를 대신해온 윤광용(31) 환경정의 간사가 11일 '건강 악화'를 이유로 실험중단을 전격 선언했다.

한국판 '슈퍼사이즈 미' 실험은 하루 세 끼를 패스트푸드로만 해결하는 극단적인 조건 아래 이뤄졌지만, 윤 간사의 급격한 건강 악화를 통해 패스트푸드의 위험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적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윤광용 “지하철역에서 집까지 올라오는 데 숨이 많이 찼다”

▲ 한국판 '수퍼사이즈 미'의 주인공인 윤광용 환경정의 간사가 11일 건강악화를 이유로 실험중단을 전격 선언했다.
ⓒ 이민정
윤 간사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대학로 흥사단 강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패스트푸드가 건강에 얼마나 해로운가를 이미 확인했고 비만 증세, 간 수치(GPT) 과다 등으로 인해 당초 4주 예정이었던 한국판 '슈퍼사이즈 미' 실험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윤 간사는 "실험 시작 3일 후 몸이 무거운 걸 느꼈고, 특히 지난 주 등과 어깨가 결리고 가슴이 답답했다"며 "지하철역에서 집까지 계단을 올라오는 데 숨이 많이 찼다"고 패스트푸드의 위험성을 증언했다.

이어 윤 간사는 "한국판 '슈퍼사이즈 미'는 패스트푸드 섭취의 악영향을 조명하는 것뿐만 아니라 패스트푸드 업체가 고지방, 고열량 음식의 위험성을 전혀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시작한 실험"이라며 "패스트푸드 업체에서 영양가 있는 식품이라 선전하는 샐러드, 주스 등을 하루 한 번 이상 섭취했음에도 세끼 패스트푸드 식사는 건강을 해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윤 간사는 "중도 포기하지만 환경정의가 펼치는 '안티 패스트푸드 운동'의 취지를 많이 알렸기에 아쉬움은 없다"며 이 실험이 사회적으로 크게 주목을 받은 데 대해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오성규 환경정의 사무처장은 ▲건강 악화에 따른 담당 의사의 2차 중단 권고 ▲실험 지속에 따른 위험도 증가 ▲패스트푸드 섭취에 따른 건강상의 악역향 확인 등을 '슈퍼사이즈 미' 실험의 중단 이유로 거론했다.

윤 간사는 지난 10월 16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에서 한국판 '슈퍼사이즈 미' 제작발표회를 열고 다음날(17일)부터 패스트푸드로만 식사를 해결했다. 그는 하루 세끼 식사 이외에도 패스트푸드로 1~2회 간식을 먹음으로써 성인 남성 1일 열량권장섭취량(2500kcal)보다 25% 가량 높은 3348kcal를 섭취했다.

또한 패스트푸드 식사는 하루 평균 지방 권장량(24g~56g)의 3배에 가까운 142g의 지방을 공급해 윤 간사의 체지방률을 24일 만에 5.2%포인트 증가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윤 간사는 성인평균 걸음수(5000보)의 2배에 해당하는 하루 평균 9560보를 걸으며 건강을 유지하려고 했지만 간수치(GTP)와 체지방율 등은 오히려 올라갔다.

한국판 ‘슈퍼사이즈 미’ 실험이란?

'수퍼사이즈 미' 실험은 환경정의에서 진행하고 있는 '안티패스트푸드운동'의 하나로 동명의 미국 영화(감독 모간 스퍼록)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것이다. 한 달 내내 운동은 전혀 하지 않은 상태에서 패스트푸드로 세끼를 해결하는 영화의 내용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시작했다.

영화에서는 감독이 직접 미국 도시를 돌아다니며 패스트푸드를 섭취하고 의사, 영양사 등을 만나며 견해를 듣는다. 감독은 영화를 통해 패스트푸드 문화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국판 '슈퍼사이즈 미'실험은 패스트푸드 문화가 국내에 정착하는 것을 막고 어린이들에게 건강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됐다.
실험초기부터 윤 간사의 건상상태를 관찰해온 양길승 녹색병원 원장은 "고열량, 고지방 식사로 인해 초기 77kg였던 윤 간사의 체중이 80kg으로 약 3kg 증가하고, 체지방률이 16.7%에서 21.9%으로 5.2%포인트 증가했다"고 밝혔다. 양 원장은 실험 시작 전 상태가 양호했던 윤 간사의 간 수치가 정상인의 3배 이상 증가하자 지난 9일 실험 중단을 권고했다.

오성규 사무처장은 "4주간의 실험 일정을 다 마치고 싶었지만 생명존중이란 측면에서 비난여론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며 "평소 활동적인 성격인 윤 간사가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로 괴로워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이 힘들어 실험 중단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윤광용 간사의 일문일답.

- 한 가지 음식만 섭취하면 건강상의 문제가 생기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한국판 ‘슈퍼사이즈 미’는 패스트푸드 섭취의 악영향을 조명하는 것뿐만 아니라 패스트푸드 업체가 고지방, 고열량 음식의 위험성을 전혀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시작한 실험이다. 패스트푸드 업체에서 영양가 있는 식품이라 선전하는 샐러드, 주스 등을 하루 한 번 이상 섭취했음에도 세끼의 패스트푸드 식사는 건강을 해치는 결과를 낳았다. 만약 한식집에서 된장찌개만 계속 먹었다면 이러한 건강악화가 왔겠나. 한식도 세끼 이상 먹으면 편식이 되지만 패스트푸드의 악영향과는 다를 것이다."

- 실험 중 가장 힘들었던 점이 있었다면.
"영화 ‘슈퍼사이즈 미’에서처럼 꾸역꾸역 계속 먹기가 힘들었다. 실험 시작 3일 후 몸이 무거운 걸 느꼈고, 특히 지난 주 등과 어깨가 결리고 가슴이 답답했다. 지하철역에서 집까지 계단을 올라오는 데 숨이 많이 찼다."

- 예상한 실험종료 기한을 4일 남겨두고 그만뒀는데 아쉽지 않나.
"착잡하다. 생명을 존중하는 환경시민단체 일원으로서 건강을 해치면서 실험을 강행하려니 부담이 컸다. 실험 시작 때 의사 선생님과 한 약속도 있어 심각한 상태가 되기 전에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이미 많은 걸 얻었다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은 별로 없다."

- 패스트푸드를 즐기는 어린이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사람의 성인으로서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안티패스트푸드운동'의 시작은 미약하지만 계속해 나가겠다. 아이들이 먹을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은 좀더 사려깊게 생각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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