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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자 <중앙> 4면. 기사의 요지는 '남파간첩이 민주인사로 둔갑했다'는 것이다.
ⓒ 구영식

의문사진상규명위가 어제(1일) 1970년대 비전향수 장기수 3명의 옥중사를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하자 일부 보수언론이 "남파간첩과 빨치산이 민주인사로 둔갑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의문사진상규명위는 반박논평을 발표했다.

<중앙>은 1일 1면과 4면에서 "의문사진상규명위가 비전향 장기수들의 죽음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한 것은 국가기관이 자유민주체제를 부정하던 사람들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한 셈"이라고 위원회의 결정에 '반기'를 들었다.

특히 <중앙>은 의문사진상규명위가 1기의 기각결정을 뒤엎고 이들에 대해 민주화운동 인정 결정을 내린데는 한상범 위원장을 비롯한 '진보색채'의 위원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의문사진상규명위는 일부 보수언론들의 보도내용은 위원회 결정의 배경을 잘못 짚고있다고 반박했다. 즉 비전향 장기수 3명에 대해 민주화운동 결정을 내린 것은 그들의 간첩행위와 빨치산 활동을 인정한 게 아니라, 그들이 정권의 폭압적인 사상전향을 거부하고 인간의 기본권인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지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상전향 거부행위는 권위주의 통치에 항거한 것"

의문사진상규명위는 1기 때 1970년대 비전향 장기수 3명에 대해 "위법한 공권력에 의해 사망한 점은 인정되지만 이를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하기는 어렵다"며 기각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조사를 재개한 2기 위원회는 1기의 기각결정을 뒤엎고 비전향 장기수 3명에 대해 민주화운동 인정 결정을 내렸다. 재적위원 7명 중 4명이 '인정'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의문사진상위의 한 관계자는 2일 "위원회 안에서는 기각과 불능, 인정 등 다양한 의견이 있었지만 다수의 위원들이 인정결정에 동의했다"며 "사상전향제에 대한 그들의 저항행위가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확대하고 사상전향제를 폐지하는데 기여했기 때문에 넓은 의미의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의문사진상규명위는 비전향 장기수들의 사상전향공작 거부행위가 '의문사진상규명특별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민주화운동'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의 신체와 정신을 옥죈 사상전향제도가 "유신체제라는 국가적인 폭력상황에서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운영된 전형적인 권위주의적인 통치방식"이란 점을 감안했다.

즉 이들의 사상전향 거부행위는 권위주의 통치에 항거한 행위라는 적극적인 해석을 내린 것이다.

또 의문사진상규명위는 "이들을 비롯한 다수의 좌익재소자들이 전향공작에 항거한 결과 사상전향제도 및 이를 대체한 준법서약제도의 폐지를 가져왔다"며 "이를 통해 양심의 자유라는 국민의 기본권이 신장되었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이들의 사상전향 거부행위는 권위주의 통치에 항거해 민주헌정질서 확립에 기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문사진상규명특별법은 '1969년 8월 3선 개헌 이후 권위주의적 통치에 저항해 민주헌정질서 확립에 기여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킨 활동'을 민주화운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위원회의 결정은 어두웠던 과거의 잘못을 시정하고 민주화에 기여코자 한 것"

한편 의문사진상규명위는 2일 <조선>과 <중앙> 등의 보도와 관련 "위원회의 결정은 독재정권하의 정치탄압에서 발생한 의문사사건을 조사·심의·결정해 어두웠던 과거의 잘못과 모순을 시정, 민주화에 기여코자 하는 것"이라며 비전향 장기수들에 대한 민주화운동 인정 결정에 의미를 부여했다.

의문사진상규명위는 "인간에 대해서는 그 대상이 누구든 고문해선 안된다"면서 "더욱이 개인의 전력 때문에 그가 주장하거나 행한 행위가 모두 인권과 민주주의와 무관하다고 할 수도 없다"고 일부 보수언론들의 논조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의문사진상규명위는 특히 "<중앙>이 옥사사건 당사자들이 남파간첩과 빨치산 출신임을 위원회가 감추려 했던 것처럼 보도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며 그럴 의도도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현재 비전향 장기수 3명의 민주화운동 인정에 대한 최종결정문은 채택되지 않은 상태다. 의문사진상규명위는 최종결정문이 채택되면 노무현 대통령에게 이를 보고하고 '민주화운동심의위'에 명예회복과 보상결정에 대한 심의를 요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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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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