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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천의 5일 장날인 27일, 재래시장에서는 ‘수성이냐’ ‘탈환이냐’ 하는 재보선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졌다.

이날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지도부는 4․30 재보선 최대 관심지역인 경북 영천 지역을 돌며 지지를 호소했다. 열린우리당은 ‘당원 번개모임’을 통해 ‘장보기운동’을 펼치며 ‘굳히기’에 들어갔다. 또 한나라당은 ‘박풍’(박근혜 바람)이 서서히 효과를 보고 있다고 보고 ‘막판 뒤집기’를 장담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여당후보가 여전히 큰 차이로 앞서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오차범위 안에서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실제 박근혜 대표의 ‘영천 올인’이 서서히 효력을 발휘하면서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을 맹추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지원유세를 마친 뒤 영천시민들과 악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정희수 후보 "박근혜 대표가 대권 잡을 수 있는 시발점 돼야"

▲ 정희수 한나라당 후보가 연설을 하며 지지를 당부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양당의 후보들은 이날 오전 영천 시내의 수덕예식장 앞에 각자의 선거운동 차량을 나란히 세워두고 ‘근접전투’를 벌였다.

정희수 한나라당 후보 지원에 나선 김재원 의원은 “여당 후보에 표를 줘야 한다는 사람이 늘어가고 있는데 (열린우리당이) 계속 여당 하나”라며 “2년 지나면 우리가 대권을 잡아 한나라당이 여당이 될 것”이라고 ‘여당후보 지지론’을 반박했다.

이어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연단에 올라선 박근혜 대표는 “한나라당이 제대로 보답을 못해 죄송하다”고 말문을 연 뒤 “영천을 저의 ‘제2지역구’라고 생각하고 영천의 발전을 위한 예산 등을 직접 챙기겠다”고 여당의 ‘지역발전론’에 맞불을 놓았다.

박 대표는 “우리나라만 이렇게 어려운 것은 노무현 정권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며 “(노무현 정권이) 서민을 위해 한 일이 뭐냐”고 ‘여당 책임론’을 제기하자 청중들이 “쌍꺼풀 수술했다”고 호응해 폭소가 터졌다.

박 대표는 “이번 재보선을 통해 (여당에 대한) 중간평가를 해달라”며 “(여당이) 남은 2년여 동안 잘 할 수 있도록 경고해 달라”고 호소했다.

박 대표는 “재보선은 2007년 대선의 예비선거”라고 강조한 뒤 “이번 선거의 결과가 2007년 대선에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한나라당에 힘을 모아 달라”며 “2007년에는 반드시 정권을 찾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연설 막바지에 “기호가 바뀐 걸 아느냐”고 물은 뒤 “기호를 헷갈려 엉뚱한 사람 도와주는 일을 해주면 안된다”고 ‘기회 2번’을 강조했다.

정희수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군 대구․경북 경제를 DJ와 노무현 정권이 다 망가뜨렸다”며 “박 대표가 대권을 잡을 수 있는 시발점이 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

박근혜 대표의 인기는 여전히 높았다. 정희수 후보가 연설중임에도 불구하고 지지자들은 박 대표와 악수하기 위해 악착같이 그를 따라 움직이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후보’보다 ‘대표’가 주목받는 분위기다.

▲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이 지원유세를 마친 뒤 시장을 돌며 상인들과 악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정동윤 후보 "박 대표가 언제 영천 먹여 살렸나?"

▲ 정동윤 열린우리당 후보가 연설을 하며 지지를 당부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또한 정동윤 열린우리당 후보 지원에 나선 김부겸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번에 바꿔서 다 죽어가는 영천을 살려야 한다”며 “집권여당 후보가 당선되면 영천이 바뀐다”고 ‘여당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정동윤 후보도 “박근혜 대표가 언제 영천을 먹여 살렸느냐”며 “박 대표는 서울로 올라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후보는 “제가 기업신도시를 만든다고 했더니 박근혜 대표가 예산 때문에 안된다고 하는데, (참모들이 박 대표에게) 메모를 올리려거든 똑바로 올리라”며 “정부는 정책을 만들어 추진하고, 대기업들이 예산을 투자하면 되는데, 안된다고 하는 것은 기업신도시를 하지 말자는 말이냐”고 역공을 폈다.

지원유세에 나선 문희상 의장은 “4월 30일 재보선은 영천이 지난 30년간 맺힌 한을 풀고 다시 태어나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날”이라며 “정 후보가 당선되면 100년간 영천의 발전을 보장받을 수 있지만, 떨어지면 영천은 한 맺힌 세월을 그대로 지내야 한다”고 호소했다.

문 의장은 이어 “정 후보는 학식이 뛰어나고 두 번에 걸쳐 국회의원을 지냈기 때문에 이번에 당선되면 바로 건교위원장이 될 사람”이라며 “후보와 함께 당을 봐야 하는데, 열린우리당은 집권여당으로서 앞으로 3년을 책임질 것”이라고 말해, 정 후보가 여당 소속임을 강조했다.

특히 문 의장은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이 해체되고, 돈 안드는 선거를 만들었고, 이제 남은 것은 없애려고 해도 없어지지 않는 마귀같은 지역감정을 없애는 것”이라며 “영천에서 정동윤 후보가 당선되면 온 국민이 ‘지역감정이 해소됐다’며 만세를 부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천 출신인 최기문 전 경찰청장도 정동윤 후보 지원에 가세했다. 문 의장은 최 전 청장을 소개하며 “정 후보가 당선되면 최 전 총장과 쌍두마차가 되서 영천이 뒤집어 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 4.30 재보선을 사흘앞둔 27일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장이 열린 영천시장에서 양당 대표가 직접 나서 유세전을 벌였다. 장에 나온 시민들이 후보들의 연설을 듣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누가 이겨도 큰 표차이는 나지 않을 것"

한편 영천시 대전동에 살고 있는 정모(57)씨는 “박헌기 전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10년동안 해놓은 게 없고, 혈연으로 가까운 정동윤 (열린우리당) 후보에게 마음이 가지만, 정희수(한나라당) 후보도 경상도당에서 출마했기 때문에 아직 누구를 찍어야 할지 결정을 못했다”고 말했다.

정연수(69.영천시 임고면)씨는 “예전부터 한나라당을 줄곧 지지해 왔지만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여당 후보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많더라”며 “누가 이겨도 큰 표차이는 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이 연설을 하며 지지를 당부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연설을 하며 지지를 당부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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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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