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1일부터 <오마이뉴스>와 한국청년연합회(KYC), 대한불교청년회, 한국기독청년협의회, 한국청년단체협의회 등 4개 청년단체가 공동으로 진행된 '파병반대, 하자!하자! 평화단식' 공동캠페인이 지난 11일 저녁 광화문에서 열린 촛불문화한마당을 끝으로 마감됐습니다.

열흘 남짓되는 캠페인 기간동안의 모금액은 평화단식 캠페인 창을 통해 모인 밥값이 총 885만7730원(12일 오전 9시30분. 단식 참가자는 대략 900여명)이며, 정확히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해외(일본 '재일코리안청년연합') 송금액과 무통장 입금 약정액까지 합하면 1100여만원이 넘습니다. 이 모금액은 '지구촌나눔운동'을 통해 이라크 어린이에게 전달될 예정입니다.

평화단식에 참가해주신 네티즌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편집자 주


관련
기사
[하자! 하자! 평화단식] 총장부터 학교 식당 아주머니까지...자발적인 생활속 실천


▲ '파병반대 하자!하자! 평화단식'에 참여한 박용익씨 가족이 11일 저녁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열린 '촛불의 힘' 행사에 참석해 촛불을 붙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11일 저녁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열린 '하자!하자! 평화단식' 참가자 한마당 '촛불의 힘' 행사에 참석한 가수 손병휘씨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아이들을 위해 쓰였으면 좋겠어요. 텔레비전 뉴스에서 다쳐서 병원에 누워있는 이라크의 아이들을 봤는데 가슴이 아파서 눈물이 나더라구요. 그 아이들에게 희망과 힘을 주고 싶어요. '멀리서도 이렇게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구나'하는." 이정민(37. 노래모임 '아줌마' 대표)

"쌀이나 물이 없어서 죽어가고 있는 이라크의 아이들이 모두 내 아이나 내 동생이라고 생각해보세요. 그 아이에게 쓰이게 되길 바랍니다." 신은미(31. 미술학원 강사)


'하루 단식'을 통해 평화를 소망했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하자!하자! 평화단식' 캠페인(이하 평화단식 캠페인) 마지막날인 11일 저녁 8시30분, 선뜻 자신의 밥값을 내놓았던 이들은 촛불을 들고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 촛불을 밝힌 채 '평화의 마음'을 나눴다.

지난 열흘간 계속된 평화단식 참여자들을 위해 마련된 문화행사인 '촛불의 힘'에 모인 시민 100여명은 모두들 "내 밥값이 평화로운 미래와 전쟁으로 고통받는 이라크인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인터넷에서 뉴스를 보고 이날 낮 1시께 참여했다는 이진경(27)씨는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국익을 얻으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행위"라며 "파병을 꼭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동참하고 하루치 밥값을 냈다"고 말했다.

한국청년단체연합(KYC)에서 간사로 일하는 우미정씨는 "오늘 2끼를 단식했는데 그동안 일상생활을 통해 남을 돕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며 "많은 시민들이 이날 벌인 캠페인을 통해 왜 파병하면 안 되는지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거리를 오가다 캠페인의 취지에 동감해 발길을 멈춘 시민도 있었다. 회사원 김양희(28)씨는 "파병에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오늘 참여하게 됐다"며 "미리 캠페인을 알았더라면 밥값 모금에도 참여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정부가 전투병 파병을 '치안유지군'이나 '비전투병'과 섞어 보내는 등의 방법으로 포장해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이제라도 명분 없는 침략전쟁에의 파병결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후들거리는 다리...음식냄새 피해 하루종일 사무실에
촛불집회장의 인사 "괜찮아?"

▲ 11일 저녁 8시30분부터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열린 '하자!하자! 평화단식' 캠페인의 문화행사인 '촛불의 힘'에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10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했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괜찮아? 난 지금 다리가 후들거려…."

'촛불의 힘' 행사장에서는 평소와는 다른 인사가 오갔다. 이날 평화단식에 참여한 시민들 사이에서 '괜찮냐, 배고프지 않느냐'는 말이 흔한 인삿말이 된 것.

하루를 꼬박 또는 두끼씩을 굶은 시민들은 서로 "다리가 후들거린다" "되도록 음식냄새를 맡지 않으려 하루종일 사무실 안에만 있었다" 등 단식을 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나눴다.

이날 사회를 본 회사원 박유진씨는 다음과 같은 일화를 전했다.

"으레 점심시간이 되면 팀별로 식사를 하러 나가는데 오늘은 꿋꿋이 자리를 지켰다"며 "팀장의 '밥 안먹느냐'는 질문에 고민을 하다가 당당히 '이라크 파병 반대를 위해 금식중'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돌아오는 팀장의 대답은 이것이었다. '난 니가 라마단 지키는 줄 몰랐다'"

뿐만 아니다. 평화단식 참여자 릴레이 인터뷰의 첫번째 주자였던 '장비와 단무지'(박명인·박용익 부부)씨도 이날 '단식전쟁'에 대해 일화를 전했다.

박명인씨는 "아침을 꼬박꼬박 먹던 아이들도 한끼 단식에 참여하는 의미에서 아침을 굶었는데 막내는 밥을 못 먹어 결국 울었다"며 "나도 세끼를 굶은 상태인데 다리가 후들거린다"고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이들이 평화단식을 통해 얻은 소득은 '배고픔' 이상이었다. 박씨는 "그간 가슴 속에 잠자고 있는 '뜨거운 기운'을 잊고 살았는데, 이번 단식을 계기로 현실을 바로 보고 살자는 자성을 하게 됐다"며 "우리 아이들에게도 의미 있는 기억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종석 의원, 배우 권해효씨도 동참

▲ 최근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며 단식농성을 벌였던 임종석 열린우리당 의원이 11일 '촛불의 힘' 문화 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날 행사에는 전투병 파병에 반대하며 지난 19일부터 13일간 단식 농성을 벌인 임종석 열린우리당 의원과 평화단식 캠페인 발기인 19명 중 하나인 배우 권해효씨도 참석했다. 임 의원과 권씨는 이날 촛불을 든 시민들 사이에 앉아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부인 김소희씨와 딸 동아양과 함께 참석한 임 의원은 한눈에 보기에도 한층 야윈 모습. 지난 6일 병원에서 퇴원한 임 의원은 "단식 기간동안 약 8㎏이 빠졌다"며 "지금도 완전히 회복된 상태는 아니지만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지난 해 딸과 함께 광화문 촛불시위에도 참여했었다는 임 의원의 부인 김소희씨는 "남편과 함께 촛불시위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온 가족이 같이 참여해서 훨씬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임 의원은 시민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변함없는 '전투병 파병 반대'의 뜻을 밝혔다. 그는 "유세장이 아닌 '현장'에서 마이크를 잡은 것은 거의 10년 만"이라며 "역사를 통해 경험했듯 이와 같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실천이 큰 힘이란 것을 알기에 이런 자리가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임 의원은 이날 언론을 통해 보도된 차영구 국방부 정책실장(육군 중장)의 '치안유지군(전투병) 파병 주장'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임 의원은 "전투병 파병논리들이 나오고 있지만 이번 전쟁이 미국의 명백한 침략전쟁이라는 본질은 그대로"라며 "강경한 파병론을 주장하는 국방·외교 라인의 전면 쇄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장'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배우 권해효씨도 마이크를 잡았다. 권씨는 "어제(10일) 저녁 7시30분부터 아무 것도 먹지 않았으니 24시간이 넘게 단식을 한 셈"이라며 "내가 단식을 하니 아들녀석도 따라해 '언제부터 먹을 수 있느냐'는 전화가 걸려 오고 있다"고 말해 시민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권씨는 "아들은 지금 왜 단식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나중에 크면 꼭 얘기를 해줄 것"이라며 "나는 무엇이 국익인지 잘은 모르지만 총칼로 얻는 국익은 국익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안다"고 말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지난 3월부터 4개월간 이라크에 머물면서 평화운동을 벌였던 유은하 한국 이라크반전평화팀원은 이라크인들이 한국민에게 보내는 편지를 소개했다. 검은색 차도르를 두른 채 참석한 유씨는 이라크인들이 쓴 편지 5통을 소개하며 "이라크인들이 원하는 것은 군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유씨에 따르면 이라크인인 아부 알리씨는 지난 10월 직접 쓴 편지를 통해 "우리는 한국 정부가 이라크에 전투병을 보낸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그들은 미군과 똑같을 것이고 이라크 국민을 위해서가 아닌 미군을 보조하기 위해 파병될 것이기 때문"이라며 한국정부가 파병요구에 거부하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역시 이라크인인 대학생 쉐이마씨는 "이라크 사람들은 다른 국가에서 파견된 그 어떤 군대의 간섭없이 평화와 자유, 안전을 원하고 있다"며 "이라크를 위해 무언가 주고 싶다면 사회간접시설을 복구하는 것과 같은 활동을 해달라"고 썼다.

유씨는 이라크인들의 편지를 낭독한 후 "나는 우리에게도 이라크인들이 원하는 심장이 우리 안에 있다고 믿는다"며 "우리가 이라크인들을 위해 해야할 말은 '사랑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에는 노래모임 '아줌마'·'나도나도', 가수 이지상·손병휘씨가 축하 노래를 불러 흥을 돋궜다. 약 2시간 동안 계속된 '촛불의 힘' 행사는 단식에 참여한 이들이 손에 들고 있던 촛불을 땅에 세워 '평화마크'를 만드는 상징의식으로 마무리됐다.

"평화단식 참여 네티즌의 글 속에 '평화'가 있다"
[인터뷰] 박홍근 KYC 공동대표

지난 열흘 간의 '평화단식 캠페인'을 공동주최했던 박홍근 한국청년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캠페인에 대해 "밥값을 나누는 일을 통해 평화가 '나눔'을 통해 이뤄진다는 진리를 아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박 대표는 "참여 네티즌이 캠페인 게시판에 남긴 글을 빼놓지 않고 읽어 봤다"며 "'고사리 손'과 함께 참여한 교사, 가족과 함께 참여하는 부부, 용돈을 아껴서 낸 학생의 글 속에는 한결같은 따뜻함이 묻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네티즌의 의견 중에는 앞으로 매월 하루씩 '평화단식일'을 정해 밥값으로 만드는 '평화기금'을 설립하자는 좋은 의견도 있었다"며 "이런 의견들을 모아 앞으로의 활동에 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박 대표는 "조금더 치밀하게 준비하고 활발히 홍보했더라면 훨씬 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했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박 대표는 캠페인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박 대표는 "캠페인이 끝나면 참여한 네티즌에게 감사의 글과 함께 향후 이라크 지원 계획을 설명하는 이메일을 보낼 생각"이라며 "가능하다면 우리가 모은 밥값을 전달받은 이라크인이나 어린이의 메시지도 직접 전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태그: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