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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30일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열린 노무현 후보 선대위 출범식에서 노 후보가 대선승리를 향해 정정당당하게 매진할 것을 선언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청와대 및 정부청사 충청권 이전 공약이 대선정국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현재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찬반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한편, 학계와 공무원들도 각각 '찬성', '반대' 의사를 내놓음으로써 지지후보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노무현 후보가 오늘(30일) 출범식에서 밝힌 행정수도의 충청권 이전 공약은 노 후보의 '지방분권화 구상'의 일환으로 국민경선 이전부터 발표를 계획해 왔던 정책이라고 측근들은 설명했다. 노 후보쪽이 제시하고 있는 행정수도 이전 정책의 골자는 행정 기관을 시작으로 사법·입법부의 충청권 이전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명실상부한 지방분권화시대를 열겠다는 것. 이미 일본의 신수도 건설 사례를 참조해 구체적인 프로그램까지 마련해 놓은 상태이다. 물론 공무원들의 반발에 염두에 둔 대책 수립도 현재 연구가 거의 마무리됐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일부 "통일시대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 네티즌들의 지적에 대해서는 "남북한 통일 문제는 장기적 과제라는 점과 통일도 분권화된 체제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점 등이 고려된 사항"이라고 노 후보쪽 관계자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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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후보의 행정수도 공약 소식이 알려지자 전문가들은 "말만 있고 실천은 없었던 행정수도 이전이 다시 제기돼 다행"이라며 반기는 분위기이다. 김일태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그간 기득권층의 주장에 의해 끌려나기만 했던 지역균형 발전 문제가 대통령 후보의 공약으로 제기된 것은 바람직하다"며 환영의 뜻을 전했다.

김 교수는 이어 "서울과 수도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집중돼야 한다는 반대 목소리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지적하며 "이는 수도권과 지방간의 지역격차를 공고화하고 기득권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주장에 다름아니므로 끈기 있게 밀고나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성경륭 한림대 교수도 서울과 지방의 고른 성장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행정수도 이전은 시급히 이뤄져야한다고 주장했다. 성 교수는 "당위의 문제에 아직도 실현가능성을 묻는다면 그들은 기득권일 확률이 높다"며 "서울 청사의 매각 자금으로도 지방이전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노 후보 공약에 찬성의 뜻을 표했다.

그는 또 "순전히 경제논리로만 봐도 청와대 및 행정기관의 이전은 토지비용 즉 생산비용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온다"면서 "이는 결국 국민경제의 향상과 지역투자 활성화로 이어져 서울 및 수도권 경쟁력을 상승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성 교수는 이전 대상 지역이 기존 대도시로 지정돼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성 교수는 "고속 통신망과 교통망을 염두에 두면서 행정타운이 들어설 수 있는 농촌지역으로 옮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럴 때에 분산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무원 '주택', '교육' 문제 들어 대체로 반대

반면 서울 세종로 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갑작스런 생활 패턴의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특히 자녀의 교육 문제와 주택 문제가 주된 반대이유인 것으로 파악됐다.

행정자치부 자치행정과에 근무하고 있는 한 공무원(6급)은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교육문제가 가장 걱정된다"며 조심스럽게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어 "공약은 실천가능한 것이어야 하지 가능하지 않은 것을 내세워서는 안된다"며 실천가능성의 여부에도 회의적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외교통상부에 근무하고 있는 한 여성공무원도 "그쪽에 가면 이곳의 생활기반을 옮겨야 하므로 반대한다"며 "오히려 과천지역처럼 인근 지역의 땅값만 부채질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정부청사의 이전보다는 대기업 본사의 지방이전이 지역균형 발전에 더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육부 지방교육과에 근무하고 있다고 밝힌 30대의 한 공무원은 "국내적 여건을 봐서 그런 발상은 바람직하지만 북방외교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남쪽으로 이전하는 것은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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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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