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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 300여명은 25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부정경선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 후보 자리에서 끌어내리자"고 한목소리를 냈다.
ⓒ 오마이뉴스 이민정

"우리의 결의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이기 위해 저와 몇몇 동지들은 삭발을 단행했습니다. 오늘 다시 맹세를 하려는 분들이 많아 삭발을 할 것입니다. 우리의 맹세는…"

정광용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장은 무대 위에서 말을 잊지 못했다. 울먹임을 참느라 얼굴은 붉게 상기됐다.

300여명의 참석자들이 박수를 보내자 정 회장은 "어느 누구도 우리를 무너지게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죄 지은 자들은 모두 이 땅을 떠날 지어다. 진실의 편에 선 우리는 그들을 결코 용서하지 않으리라"고 비장한 한 마디를 남기고 무대를 내려왔다.

'죄 지은 자들'에 대한 분노는 삭발로 이어졌다. 박사모 부회장 '진주성'과 조직위원장 '솔비알'(인터넷 카페 닉네임)은 1분도 되지 않아 각자 삭발을 끝내고, 태극기로 몸을 감쌌다. 이를 지켜보던 참석자들 사이에서 울먹임이 새어 나왔다.

침울한 분위기도 잠시. 정 회장과 서석구 변호사(국민희망연대 상임의장) 등이 무대에 올라 "이명박 후보를 반드시 법정에 세우겠다", "부정 사기 경선에 굴복한 한나라당은 우리의 당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참석자들은 "시원하다"며 맞장구를 쳤다.

당사 앞 도로에 가득한 '태극기 바람' 덕분인지 참석자들은 섭씨 30도를 웃도는 찜통 더위를 잊은 듯했다. 박근혜 대표는 경선 결과에 승복한다고 밝혀지만, 그를 지지하는 이들의 분노는 경선 이후 5일이 지났어도 사그라들지 않았다.

박사모 회장 "이명박 후보를 반드시 법정에 세우겠다"

박사모의 '분노의 화살'은 자연스레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결정된 이명박 후보와 그를 지지한 일부 국회의원들을 향했다. 박사모 회원들은 지난 20일 열린 경선 다음날부터 당사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있을 정기모임에 맞춰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부정경선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불법, 부정, 금권이 난무한 지난 경선은 원천 무효"라면서 "위헌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이명박 후보의 허위사실 공표 ▲'희망산악회' 운영, 휴대전화 카메라를 이용한 투표 용지 촬영 등 이명박 후보의 불법 선거 운동 등을 들어 경선을 '불법·부정 선거'라고 규정했다.

정광용 박사모 회장은 "이 후보는 TV 토론회에 출연해 '걸프전쟁이 터졌을 때, 자신은 근로자를 모두 철수시키고 자기는 최후에 나왔다'고 말했지만, 이것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며 "이는 5년 이하 징역에 해당하는 허위사실 공표죄"라고 주장했다.

정 회장은 "희망산악회라는 사조직 운영, 호남 유권자에게 대규모 식사 대접, 여론 조사 조작 등은 중대한 범죄 행위"라며 "이 후보에게 선거법 위반에 대한 책임을 물어 반드시 법정에 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회장은 이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우세를 보인 데 대해 "조사 방법, 허용 오차, 결정 과정 등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다"며 "아프리카 부시맨 추장 선거도 이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 박사모 회원들은 이날 행사 도중 경선 결과에 불복한다는 의미로 삭발을 단행했다.참석자들은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 등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 오마이뉴스 이민정

"박근혜 대표의 승복을 훼손하려는 것 아니다"

참석자들은 이 후보 이외에도 그를 지지한 국회의원들에 대한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들은 대회사를 통해 "이재오, 정두언, 박형준 의원 등 당의 분열에 앞장선 이들의 지역구에 출마하는 정치인에게 공개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참석자들은 특히 이재오 의원의 이름이 거론되자 "빨갱이"라는 등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다. 이 의원이 지난 23일 한 인터뷰에서 "대통령 후보가 결정됐으면 도와야 한다, 당사 앞 박사모부터 철수시켜야 한다"면서 박근혜 후보와 '박사모'에 직격탄을 날렸기 때문.

박사모 회원 정운창(50)씨는 이 의원의 발언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주 기분이 나쁘다"며 "이 의원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우리는 순수한 마음으로 박 대표를 지지하고 존경하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 후보와 당 지도부를 강하게 비난하면서도, 자신들의 분노의 배경이 박근혜 후보와 연결되는 것에는 선을 그었다.

박사모는 대회사를 통해 "오늘 우리가 모인 것은 박 대표님의 아름다운 승복의 숭고함을 손톱만큼도 훼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며 "도둑이나 강도 등 범법행위에 눈감지 못하듯, (부당한 경선 결과에 대한) 국민 저항권"이라고 강조했다.

주최측은 당사 건물 1층 현관에 "박근혜 대표님, 죄송합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나서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단 한 번만 박 대표님의 뜻을 거스르게 됨을 용서해주십시오"라고 적힌 대형 플래카드를 내걸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2시간 반 동안의 집회를 마친 뒤 정기모임이 열리는 한강둔치까지 행진했다. 오는 28일에는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극우단체 회원들이 당사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태그:#박사모, #박근혜, #이명박, #한나라당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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