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밤 MBC <100분 토론>에 참석해 영화 <디 워>에 대한 신랄한 비판으로 단박에 화제에 오른 문화평론가인 진중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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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미쳤다. 이게 정상이냐?" 지난 9일 밤 MBC <100분 토론>에 나가 영화 <디 워>에 대해 비판한 뒤, 일어난 일에 대해서 진중권 교수가 꼬집었다. 진중권 교수는 10일 하루종일 인기검색어 1위였다. <100분 토론> 시청자게시판과 <100분 토론> 관련 기사마다 진중권 교수를 비난하는 댓글이 빗발쳤다. 진중권 교수는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조그만 영화 한 편 보고, 영화가 후졌다고 말했는데 그게 사회적 사건이 되는 게 말이 되냐?"며 "완전 미쳤다. 황우석 사태라면 이해가 간다"고 비판했다. MBC <100분 토론> '<디 워>, 과연 한국영화의 희망인가'에 출연해 영화 <디 워>에 대해 신랄한 비판으로 뜨거운 도마에 오른 문화평론가이자 중앙대 겸임교수인 진중권 교수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이 인터뷰는 심형래 감독의 팬카페가 공식 입장을 밝히기 전에 이뤄졌다. 진중권 교수는 인터뷰 기사가 나가기 직전 전화를 걸어와, "심형래 감독 팬카페에서 밝힌 공식 입장엔 차후 입장을 정리해 밝히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진중권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방송 나간 뒤 반응이 보통이 아니다. 네티즌 반응을 보거나 방송을 봤나. "심형래 감독 팬 카페와 MBC <100분 토론> 시청자게시판 반응을 봤다. 예상한 대로다. 새로 괜찮은 반론이라도 몇 개 건질까 해서 봤는데 없더라. '싸가지 없다', '예의가 없다', 주로 내 태도에 대한 술어들이다." - 기분 나쁘지 않나. "내가 기분 나쁠 게 뭐 있나. 자기들이 제풀에 화가 나서 씩씩거리는데. 제대로 된 논리를 가진 단 한 사람이 무섭지, 논리 없는 수십만의 감정 덩어리는 나한테 아무 인상도 못 준다. 감정 덩어리가 아무리 뜨겁게 달아올라도, 그런 거 갖고 눈 하나 깜짝할 사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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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중권 교수가 <100분 토론>에서 말을 험하게 했다고 말들이 많다. 내용은 맞는데 표현 때문에라도 동의하기 어렵다는 말도 있더라. "'내용은 맞는데'라고 했다면, 그건 이미 동의한 거다. 언제 내가 표현 방식에 동의해 달라고 했나? 내용에 동의했으면 그만이지. 누군가 말하기를 2+2=4라고 한다. 그런데 그 녀석 말하는 싸가지가 마음에 안 들어서 동의 못 해주겠다? 옳은 얘기에 동의하는 게, 나를 위해서 동의를 해주는 건가? 자기 자신을 위해서 동의하는 거지. 동의 안 하고 틀린 생각을 계속 갖고 있겠다면, 결국 자기들만 손해지……. 2+2의 값이 무엇인지 따지는 자리에서, '막말한다', '싸가지 없다',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다'를 계산의 값으로 얻어내는 사람들은 도대체 뇌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을까?" - 토론하면서 <디 워>의 결말을 누설했다고 또 말들이 많다? "영화 결말? 인터넷에 시놉시스 다 공개되어 있던데…. 결말이야 뻔한 거 아닌가? 나쁜 이무기는 죽고, 착한 이무기는 용 되고. <식스 센스>처럼 무슨 대단한 반전이 있는 영화도 아니고. 괜히 트집 잡는 거다. 그 정도 이야길 왜 못하냐. 영화가 무슨 일급비밀이나 되는 것도 아니고." - MBC <100분 토론>이 나간 뒤 인터넷 포털에서 진중권 교수 이름이 인기 검색어 1위에 오르더니 하루종일 1위에 머물며 화제다. 어떤가. "이게 정상이냐? 영화를 본 다음에는 대개 '좋았다', 혹은 '나쁘다'고 말을 하게 된다. 그래서 특정한 영화를 보고 '수준이 많이 떨어진다'고 했더니, 이게 졸지에 사회적 사건이 된다. 이게 정상적인 사회인가? 자꾸 돈, 돈 그러는데, 기업으로 따지면 400억짜리 자산 갖고, 300억짜리 제품 수출하는 중소기업이다. 그런데 그 일개 중소기업에 대한민국의 운명 전체가 걸린 것처럼 온 사회가 떠들썩하다. 황우석 사태라면 이해라도 간다. 적어도 사람들은 그 액수가 330조라고 믿고 있었으니까. 지금은 300억의 제작비, 혹은 700억의 투자비를 회수하고, 얼마나 이윤을 남기느냐가 문제 되는 상황인데, 거기에 대한민국 운명이라도 걸렸냐? 대한민국 전체 GDP 대비 몇 퍼센트나 된다고. 그런데 그거 가지고 온 나라가 떠들썩하고……. 그러니 안 이상한가?" - <디 워>는 언제 봤나. "두 번 봤다. <씨네21>에 원고를 쓰기 위해 한번, <100분 토론> 나가기 위해 또 한 번 봤다. 사실 이 영화에 대해 평을 할 생각은 없었다. 네티즌들이 처음엔 (이송희일) 감독 조리돌림 한다는 소식을 듣고, 꼭지가 돌았다. 몰려다니면서 행패 부리다가 허탈해진 거, 황우석 사건 때에 이미 한번 겪어보지 않았던가? 포유류라면 신체 속에 최소한 실수를 통한 학습능력 정도는 갖추고 있어야지. 타인에게 피해를 줘가며 왜 그런 못된 짓을 자꾸 반복하는지.
 9일밤에 열린 MBC <100분 토론>에서 영화 <디 워>를 비판한 문화평론가 진중권 교수가, 방송 뒤 격앙된 분위기에 대해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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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영화이길래 그걸 비판하면 신성모독이 되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정작 보고 나니, 허탈하기 짝이 없었다. 조지 루카스나 스티븐 스필버그와 맞먹겠다고 공언하는 감독이 만든 영화의 구조가 아마추어 감독 것보다 못했기 때문이다. 신문 기자들도 그렇다. 한 개인이 조용히 자기 블로그에 쓴 넋두리를 무슨 목적으로 기사화해서 퍼뜨리냐. 그거 읽고 달려와 난동 부릴 거 뻔한데. 이렇게 해서 사람 하나 죄인 만들어놓고, 난동 부리는 네티즌 무리들과 더불어 '사과'를 하라는 둥 웃기지도 않은 짓거리를 한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그렇게 별것 아닌 것으로 트집 잡아 난동 부릴 때마다, 떼거리가 무서워서 자꾸 사과를 해주고 그러니, 이런 일이 자꾸 발생하는 거다. 집단 속에서만 용감한 그 사람들, 정작 떼거리 밖으로 나와 개인이 되면 면전에서 한마디도 못한다." - 이번 <100분 토론>에 원래 심형래 감독도 초대했는데 안 나왔다고 하더라? "그건 난 모른다. 그 자리에 심형래 감독이 있건 없건, 영화에 대한 평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내가 보기에 영화가 수준이 떨어지면 '형편없다'고 하는 것이지, 그 형편없는 영화 보고 감동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많다고, 내가 그들의 견해를 말해야 할 의무를 갖는 것은 아니다. 웬만한 영화들은 그래도 평론가들끼지 평이 서로 어긋나곤 하는데, 적어도 <디 워>의 영화적 수준에 관해서는 평론가들 사이에 견해가 거의 보편적으로 일치한다." - 진중권 교수가 <100분 토론>에서 구구절절 <디 워>를 평했다. 그런데 평론가들이 요즘 구구절절 <디 워>를 평한 게 보기 드물다. 평할 게 없어서라기보다, 혹시 몸을 사리는 거 아닌가. "명색이 평론가인데 대중에 편승하여 허점투성이임에 분명한 영화를 칭찬하게 되면, 평론가들과 그들의 평론을 진지하게 읽어주는 독자들 사이에서는 바보가 된다. 그렇다고 대중을 거슬러서 이 영화의 질이 떨어진다고 조목조목 지적하게 되면, 대중들의 분노를 사서 그들에게 주리돌림 당한다. 그러니 칭찬도 못하고, 비판도 못 하고…. 침묵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진중권 심형래 100분 토론 <디 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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