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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100분 토론>이 '<디 워> 과연 한국영화의 희망인가'란 주제로 10일 오전에 열려 뜨거운 도마에 올랐다. ⓒ MBC

"심형래 감독은 영화에 대한 철학이 없다. 애국주의 코드, 민족주의, 시장 코드, 인생극장에다 CG 하나다."

"<디 워>엔 기초인 플롯 전체가 없다. 바둑으로 말하면 대마가 잡힌 거다. 대마가 없는 상태에서 이 바둑알이 상아고 이 상아를 국산기술로 깎았다. 칭찬해줘야 한다고 말하는 상황이다."

"네티즌들이 그럼 '네가 직접 만들어라' 이러는데, 계란이 곯았는지 안 곯았는지 알기 위해서 직접 치킨이 돼서 알을 낳을 필요는 없는 거다."

"비평할 가치가 있어서가 아니라, 꼭지가 돌아서 (비평을) 썼다."


진중권씨는 용감했다. 문화평론가 진중권씨가 10일 새벽 0시 20분 시작한 MBC <100분 토론> '<디 워>, 과연 한국 영화의 희망인가?'에 참석해 <디 워>와 <디 워>를 둘러싼 분위기에 통렬한 독설을 퍼부었다.

이날 <100분 토론>엔 동국대 겸임교수이자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이사인 청년필름 김조광수 대표, 학벌없는사회 사무처장이자 전 서프라이즈 편집장인 문화평론가 하재근씨, 스포츠조선 영화전문기자인 김천홍 기자, 중앙대 겸임교수이자 전 '아웃사이더' 편집위원인 문화평론가 진중권씨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애초에 "심형래 감독 겸손이 필요하다"는 발언으로 도마에 올랐던 청년필름 김조광수 대표의 출연으로 기대감이 높았으나, 뜨거운 발언은 문화평론가 진중권씨에게서 쏟아졌다.

진행자 손석희씨는 "<그때 그 사람들> <괴물>에 이어 한국영화에 대한 토론은 세 번째"라며, "(<디워>에 대해 토론한다고 하니까) 게시판엔 7000건이 넘는 의견이 올라왔다. 토론도 시작 전에 이런 건 처음이다"며 뜨거운 반응을 예고했다.

애국, 민족, 시장주의, 인생극장 이 4가지 코드가 <디 워>

문화평론가 진중권씨는 대뜸 "<디 워>엔 애국코드, 민족코드, 시장주의 코드, 인생극장 코드, 이 네 가지 코드가 있다"고 지적하며 포문을 열었다.

진중권씨는 이 영화를 한국에서만 보겠다고 했다면 인기 없었을 텐데, 한국영화를 가지고 할리우드에 진출하겠다 해서 '애국코드'요, '아리랑' 들어가고 '디스 이즈 코리안 레전드' 들어가고 이걸 미국 사람들에게 보여준단 열망이 들어간 '민족 코드'요, CG를 예전엔 사서했는데 이젠 우리가 하게 됐다는 국산화의 자긍심이 들어간 '시장주의 코드'요, 마지막으로 심형래 감독의 '인생극장 코드'에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디 워> 포스터. ⓒ 쇼박스
진중권씨는 이어 "인터뷰를 다 분석해 보면 심형래 감독 자신이 영화에 대해 말하는 건 거의 없다. 영화 철학이나 영화 미학에 대한 언급은 없다"며 "내가 보기에 썩 좋은 영화는 아니다. 어떤 면에서는 엉망진창"이지만 "CG는 볼만하다. 대중들이 거기 감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진중권씨는 "가장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꼼꼼하게 지적하는 비평이 작가에 대한 최대한 예의라 생각한다"며 "(이 영화가) 엄청 허술하다. 영화 전체를 보면 주인공들이 하는 일이 없다"고 지적했다.

진씨는 "주인공들이 계속 도망만 다니고, 구해주는 것도 다 남들이 도와주고 마지막 결말에 그 많은 대군이 목걸이 하나로 날아간다. 그 목걸이를 작동시키는데도 또 주인공들이 한 일이 없다. 부라퀴를 물리치기 위해 선한 이무기를 불러주기 위해 주인공들이 한 일이 하나도 없다"며, "이게 뭐냐면 '데우스엑스 마키나'라고 '기계 장치를 타고 내려오는 신'이라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진씨는 "고대 그리스 작가들이 위기에 주인공을 몰아놓고 어찌 구할지 몰라, 신의 역할을 하는 배우가 기계 장치를 타고 내려와 주인공을 구한다, 신이 인간을 구해준다"며, "주인공이 위기에 처했는데 악당이 총을 쏘려고 하면 외계에서 날아온 별똥별에 맞아 해결이 된다는 이런 구조, 우연에 맡기는 구조는 피해야 한다는 게 극작술의 기초다. 2500년 전에 아리스토텔레스가 한 얘기다. 그런데 심형래 감독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한 일이 하나도 없다"고 신랄하게 꼬집었다.

<디 워>야말로 하느님의 뜻으로 갑자기 모든 게 해결된다며, 진중권씨는 "아무리 스토리 구조가 허술하더라도 결말에서 주인공이 한 역할이 없는, 그렇게 허술한 구조를 갖는 영화는 사실 없다. 당연히 평론가들의 평이 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문화평론가 하재근씨가 "원래 평론가는 냉정하달 수 있지만 난 거기 동의가 안 된다"며 "내가 속한 공동체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 대해 말하자, 또 진중권씨는 "평론하고 응원을 착각하는 것 같고, 영화하고 축구를 착각하는 것 같다"며 "'잘 한다, 잘한다'가 평론가가 할 일이 아니다. 평론가라는 건 예술 커뮤니케이션에서 피드백 시스템으로, 잘못했을 때 지적해서 다음 제작할 때 제대로 나와야 한다"고 설명한 뒤 "지적하고 잘해라 해야 하는데, 잘한다, 잘한다 하면 제대로 나오겠냐?"고 반박했다.

영화 막판에 관객이 안 우니까 대신 용이 울고 지나가더라

이어서 진중권씨는 <디 워>에 "기초인 플롯 전체가 없다"며 "바둑으로 말하면 대마가 잡힌 거다. 대마가 없는 상태에서 이 바둑알이 상아고 이 상아를 국산 기술로 깎았다. 칭찬해줘야 한다고 말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또 "배우들이 하나도 할 게 없다보니까 연기할 게 없는 거고, 배우가 뭘 해야 할지 모르니 당연히 연기가 어색할 수밖에 없고, 아무리 일급배우를 갔다 써도 변변히 연기할 게 없으니까 캐릭터를 드러낼 수가 없고, 개성이 없다"며 "이렇게 할 일이 없으면 연애라도 해야 하는데 연애도 안 한다. 그러니 마지막에 키스할 때 황당하다. 심지어 '어우. 쟤네 촬영하다 감독 몰래 사귀었나보다'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고 비꼬았다.

이어서 진씨는 "그러니 막판에 둘이 헤어질 때, 슬프지 않고, 슬퍼야 되는데, 관객이 울어야 되는데 관객이 안 우니까 대신 용이 울고 지나간다. 이게 이런 문제"라며 "배우가 연기를 못한 게 아니라, 일급 배우를 갖다 놔도 대본이 안 되면 연기가 나올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도마에 오른 '평론가'의 역할에 대해서도 진중권씨는 따끔하게 반박했다.

진중권씨는 영화마다 평론가들 평이 다른데 "이 영화가 엉망이라는데 대해선 모든 평론가들이 일치하는데, 이 정도 합의가 영화 내에서도 찾기 힘들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에 대해서 대중들이 몰려와서 난리를 친다"며, "지금 어떤 분위기냐면 말을 못하는 분위기다. 옛날 황우석 때 말 못한 것처럼, 심형래 감독에 대해 말하려면 지금 모험이다. 지금 이게 제대로 된 평가냐?"고 지적했다.

▲ 문화평론가 진중권씨는 MBC <100분 토론>에 참석해 영화 <디 워>와 <디 워>를 둘러싼 분위기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 MBC

또 진중권씨는 "이게 모 인터넷 사이트 대문에 칼럼으로 올라온 글인데, 칼럼 제목이 뭐냐면 "<디 워> 전쟁이 시작됐다. 충무로를 타격하라"다. 진군나팔 빵빠바방 울려가는 이런 분위기에서 심약한 평론가는 말 못한다"며, "<디 워> 평가 받아야 한다. 아주 냉정하게 평가 받아야 하는데 심 감독도 피드백이 들어오는데, 지금 '와! 끝내줘요. 감동 했어요' 이러느라 냉정한 논의가 하나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씨는 이어서 "영구아트가 개발한 그래픽 소프트웨어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 얘기가 하나도 안 된다"며, "영화평론가들은 안 좋은 영화에 대해선 혹평을 해댔다. 그런데 왜 이 영화에 대해서만 이런 수난을 겪어야 하냐. 이게 정상적인 상황이냐"고 되물었다.

비평 좀 하게 냅둬라

<100분 토론>에 참여한 한 시민논객이 "심형래 감독에 대한 깊은 글들은 없었다. 평론의 부재 아니냐"는 지적하자 이에 대해서도 진중권씨는 열변을 토했다.

진중권씨는 "제 말도 10자로 하면 '애들아. 비평 좀 하게 냅둬'"라며 "이무기가 LA에 나타난 것도, 여자를 잡기 위해서 대군단이 나타난 것도 다 CG를 보여주기 위해서"요, "보철이 자꾸 변신하고 자기 정체를 숨기는 것도 메타몹 기술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며 "필연성을 시나리오 안에 심어놔야 하는데 그게 없다. 그러니 우린 황당하다"고 꼬집었다. 또 "오로지 CG 하나면 된다는 심형래 감독 생각이 작품에 드러난다"며, "평론가들이 볼 때 평론하기가 민망하다"고 털어놨다.

또 진중권씨는 "자꾸 (심형래 감독을) 무시한다고 하는데,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말한 걸 갖고 이야기한 것이다. (관객들이) '아리랑' 나와서 눈물 흘렸다. 엔딩 크레디트 올라갈 때 '인생극장'이라 찡하다. CG 볼만하다. 이것 빼곤 없다"며, "문제는 그러면서도 애국 코드가 아니다, 민족 코드가 아니라고 하니 황당하다. 영구가 '영구 없다' 하는 것과 똑같다"고 비판했다.

이런 진중권씨의 비판에 대해 <100분 토론>의 한 시민논객이 "진중권씨가 과거에 영화 <300>을 평가하면서 '이건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플롯의 전개가 단순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처럼 <디 워>도 이런 식으로 이해할 수 있지 않느냐"고 비판하자 진중권씨는 이건 다르다고 반박했다.

진중권씨는 "<300>은 너무 단순해서 문제지, 기본적으로 서사가 있다"며, "장르 영화도 기본적으로 지킬 게 있는데 인과 관계에 의해 결말이 와야 한다. <300>엔 그게 있는데 <디 워>는 그게 없다"고 꼬집었다.

또다른 시민논객이 "냉정하거나 분석적인 비평을 쓰지 않았다"는 지적에 진중권씨는 "<씨네21>에 비평을 썼다. 왜 썼냐면 비평할 가치가 있어서가 아니라 네티즌들이 하는 걸 보고 꼭지가 돌아서 썼다"며 "네티즌들이 하는 이야기가 '네가 직접 만들어라' 이런 이야기인데, 계란이 곯았는지 안 곯았는지 알기 위해서 직접 치킨이 돼서 알을 낳을 필요는 없는 것"이라고 통렬하게 반박했다. 진씨는 이어서 "'충무로의 사주를 받았냐' 이런 건데, 충무로와 저와의 관계는 어떤 관계냐면 한 달에 한 번 지하철 갈아타는 관계"라고 덧붙였다.

나와 충무로? 한 달에 한 번, 지하철 갈아타는 관계

▲ 문화평론가 진중권씨는 MBC <100분 토론>에 패널로 출연해 영화 <디 워>에 대해 특유의 독설로 비판했다. ⓒ MBC

이어서 시민논객이 "어떤 영화든 비평할 가치가 있지 않냐? 비평할 가치가 없는 영화인데 댓글 때문에 화가 나서 달았다고 했는데 굉장히 위험한 발언이다"고 지적하자 진중권씨는 "뭐가 위험하냐? 심형래 감독 영화에 대해서 그렇게 말하는 게 왜 그렇게 위험하냐? 그게 국가보안법인가?"라며 "그런 발언 자체가 상태의 비정상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진중권씨는 또 "꼼꼼하게 다 찍었지 않냐"며, "여러분들이 심형래 감독 도와준다고 하는 게 하나도 도움이 안 되는 게, 심형래 감독은 영화에 대한 철학이 없다. 암만 인터뷰를 봐도 없다. 애국주의 코드, 민족주의, 시장 코드, 인생극장에다 CG 하나"라고 꼬집었다.

진씨는 이어서 "여러분이 환호한 이 철학이 작품 어떻게 망치냐면 이런 것"이라며, "조선 남녀가 LA에 환생하는데 이유가 제시 안 된다. 영화 외적인 필요성을 그냥 삽입한 애국주의 코드다. LA에서 미국 배우를 데리고 갑자기 '아리랑'이 흘러버린다. 민족주의 코드"라고 지적했다. 또 " (심형래 발언이 담긴 자막) 엔딩이 불필요하게 올라간다. 바로 인생극장 코드"라며, "그건 진짜 세계 영화사상 코미디인데 그거 빼야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런 걸 지적하는 게 평론가의 임무"라고 덧붙였다.

또 진중권씨는 "(스포츠조선) 김천홍 기자도 '화려한 CG를 보면서 자랑스럽다'고 썼는데, <트랜스포머>를 보고 자랑스럽단 느낌 못 받는다. 이렇게 애국주의 코드를 쓰면서 왜 아니라고 하냐?"고 반박했다.

<100분 토론> 진행자인 손석희씨가 "다른 영화도 애국주의 코드를 쓰는데 형평성에 어긋나는 거 아니냐"고 묻자 진중권씨는 "<괴물>에 대해 욕했을 때, '봉준호 감독 만세, 우리가 봉준호 감독을 지켜줘야 해' 이런 건 없었다"며, "애국주의 코드, 민족주의 코드, 인간극장이 미국에서 통하냐? 거기서도 <무릎 팍 도사> 할 거냐? 안 통한다. 우리가 만든 CG에 관심 갖냐? 안 갖는다. 우리는 <용가리>랑 <디 워>를 비교하지만, 그 사람들은 <디 워>를 <트랜스포머>랑 비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진중권씨는 "중요한 건 CG 기술인데 이것만 갖고 버틸 수 있냐는 것"이라며, "앞으로 우리 영화가 나갈 때 심형래 감독이 이런 건 취하고 이런 건 보충해야 한다로 논의가 가야 하는데 얘길 못 꺼내게 한다"고 덧붙였다.

태그:#디 워, #100분 토론, #진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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