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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오는 8월 '오마이뉴스2.0' 개편을 맞아 '웹2.0' 대표기업들과의 인터뷰를 기획했습니다. 웹2.0을 이미 시작한 대표기업들이 갖고 있는 현재의 고민과 미래 전망을 통해 인터넷 세상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해봅니다. <편집자주>
▲ 블로터닷넷을 운영하고 있는 블로터앤미디어의 김상범 대표.
ⓒ 오마이뉴스 안홍기
지난 24일 오후 서울 성산동 블로터닷넷 사무실 근처 삼겹살 집에서 <오마이뉴스> 기자를 만난 김상범(41) 블로터닷넷(bloter.net) 대표는 "웹2.0 대표기업들이 많은데, 우리가 그 반열에 올랐나"라면서 겸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술이 몇 순배 돌자 "우리는 UCC보다는 PCC를 추구한다"며 "'전문성 있는 콘텐츠'가 블로터닷넷의 경쟁력"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PCC(Proteur Created Content)는 '프로추어', 즉 '프로같은 아마추어'가 만들어내는 콘텐츠라는 뜻. 이런 콘텐츠를 원하는 기업에 판매할 수도 있어 수익구조로도 연결된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블로터닷넷의 '블로터(bloter)'란 '블로거(BLOger)'와 '리포터(reporTER)'가 합쳐진 말로, 김 대표는 "블로거들이 리포터의 역할까지 해서 같이 만드는 뉴스공동체가 블로터닷넷"이라고 설명했다.

"좋아하는 주제로 글쓰기, 블로거의 힘이다"

1인 미디어인 블로그에 글을 쓰고 송고하면 블로터닷넷에서 이 글을 검토 ·편집해 뉴스로 게재하는 것이 블로터닷넷의 기사송고·편집시스템. 언뜻 시민기자의 기사를 검토·편집해 뉴스면을 구성하는 <오마이뉴스>의 구조와 비슷하다.

김 대표는 "블로거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주제의 글을 쓰기 때문에 그 분야의 전문성이 일반 취재기자들에 비해 높은 편"이라며 "이미 IT 영역에서는 블로터닷넷의 콘텐츠가 최고라는 소리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신문·한겨레앤·아이뉴스24 등에서 기자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김 대표가 블로터앤미디어를 설립해 블로터닷넷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9월 4일. 아직은 회원수 1700여명의 비교적 작은 규모에 다루는 분야도 IT에 한정되고 있다.

'왜 영역을 확장하지 않고 IT에만 한정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블로거들은 전문성이 생명"이라며 "블로터닷넷에 모여있는 사람들이 IT출신들이기도 하고, 무리하게 영역을 넓히는 것보다 IT 영역의 전문 미디어로 확실하게 자리잡자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김 대표가 꿈꾸는 블로그 세상은 더 컸다. 그는 "우리는 IT에 초점을 맞추겠지만, 다른 영역과 제휴한다면 블로그 미디어의 세상은 더 커질 수 있다"며 "각 전문 팀블로그들이 손을 잡아 같이 미디어를 구성했으면 좋겠다"는 구상을 내놓기도 했다.

다음은 삼겹살과 소주를 먹으며 김 대표와 나눈 인터뷰 내용이다.

▲ 지난 24일 김상범 블로터닷넷 대표와의 인터뷰에는 격의없는 대화를 위해 삼겹살과 술을 곁들였다.
ⓒ 오마이뉴스 안홍기
"신문사도 한 명의 블로거일 뿐"

- 블로터닷넷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사실은 <오마이뉴스> 때문이다. '블로거+리포터', '블로거들이 리포터의 역할까지 해서 같이 만드는 뉴스공동체' 이렇게 설명을 하면 처음에 단번에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 설명을 더 자세히 하고 나면, '그럼 <오마이뉴스> 같은 거네?'라는 반응이 돌아오곤 한다.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를 블로거들이 대체했다고 보면 된다. 개인적으로 기자생활을 좀 했는데 <오마이뉴스>가 연 시민저널리즘에 대해 공감과 동경을 했고 좋은 모델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뭘 한다면 저런 컨셉으로 새로운 모델을 꾸려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기자와 블로터의 차이점은 뭔가.
"블로거들은 정보의 수집과 분석능력이 일반 취재기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깊이가 있다. 일단 전문 블로거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 대한 글을 쓰기 때문에 그 분야의 전문성은 기자들에 비해 높다. 그러나 현장 취재능력은 기자들을 따라갈 수 없다고 본다. 그래서 블로거들의 정보수집·분석 능력에 기자들의 현장감각이 결합된다면 아주 좋은 새로운 유형의 콘텐츠가 나올 것 같고 새로운 저널리스트들이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 이 인터뷰가 '웹2.0' 대표주자 인터뷰다. '웹2.0'이라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오마이뉴스>가 하고 있는 시민기자라는 개념이 웹2.0이다. '열어놓고 참여하는 것'이 웹2.0이다.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가 큰 역할을 했고, 그 다음 발전 단계는 블로그라고 생각한다. <오마이뉴스>가 시민기자와 블로그를 어떻게 연결시킬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많은 기대를 했는데, 딱히 보여준 게 없었던 것 같다."

- 이미 웹2.0은 실행되고 있었다면서 '웹2.0은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것엔 동의할 수 없다.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을 말로 개념화하는 것은 큰 의미를 가진 것이다. 저기 보이는 것을 '꽃'이라고 불러줄 때 나에게 의미로 다가온다. '웹2.0'이라는 말이 등장하면서 인터넷 세상에 많은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 아닌가."

- 기존의 언론사닷컴 등도 '웹2.0'을 표방하면서 개편을 하고 있는데, 블로터닷넷과 협력을 모색하진 않았는가.
"오프라인 미디어들에서 블로그를 중심으로 개편을 한 곳, 하고 있는 곳들이 많다. 그러나 대개 기존의 것을 고수하면서 블로그도 어떻게 좀 붙여보려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 같이 뭔가를 도모하기가 쉽지 않다. 기존의 편집시스템은 그대로 두고 메인화면에 블로그 코너를 하나 만들어서 회원들에게 서비스 차원으로 제공하고 있다. 포기해야할 부분은 포기해야 한다, 이것도 갖고있으면서 저것도 해보겠다는 식으로 해선 내가 도와 줄 것이 없다."

- 그러면 김 대표가 생각하는 웹2.0형 미디어는 어떻게 생긴건가.
"블로그 기반의 새로운 미디어를 창간한다고 생각하고 접근해야 한다. 신문 사이트에 블로거가 중간중간 끼는 것이 아니라, 많은 블로거들이 송고하는 페이지에 신문사도 한 명의 블로거로서 중간중간 낀다고 생각해봐라."

▲ 지난 24일 서울 성산동의 한 삼겹살 집에서 <오마이뉴스>기자들을 만난 김상범 블로터닷넷 대표.
ⓒ 오마이뉴스 안홍기
"전문적 IT콘텐츠 생산으로 수익 올린다"

- 그동안 '웹2.0' 화두 중의 하나로 UCC가 강조돼왔다.
"블로터닷넷이 추구하는 것은 흔히 얘기하는 UCC보다는 PCC다. 검증된 UCC 생산자들을 특별히 관리해 전문성있고 검증된 콘텐츠로 채우는 것이다. 지금도 'IT 분야에서는 최고의 콘텐츠'라는 평을 듣고 있기도 하다."

- 수익모델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블로터닷넷이 잘 되려면 수익이 확보돼야 할텐데.
"'웹2.0'이라고 하면 수익모델 면에서도 남들이 상상하지 못한 뭔가가 있겠구나 생각들 하시는데 사실 새로운 것은 없다. 미디어를 하나 만드는데, 그 미디어에 참여해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기자가 아니라 열린 편집국 시스템 하에서 만드는 것이다. 다시 말해 콘텐츠 생산조직이 좀 달라지는 것이지 미디어가 가질 수 있는 수익모델이란 것이 크게 다르지 않다."

- 그렇다면 결국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사이트를 만드는 것이 수익모델의 관건일 텐데, 현재의 블로터닷넷은 IT 분야에만 한정돼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동안 '왜 IT만 하느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 블로거들은 전문성이 생명이라고 생각했다. 블로터닷넷에 모여있는 사람들이 IT 출신들이기도 하고, 무리하게 영역을 넓히는 것보다 IT 영역의 전문 미디어로 확실하게 자리잡자는 생각이 있었다. 다른 영역도 하고 싶지만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는 욕심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수익모델은 광고와 콘텐츠생산, 두 개의 축으로 이뤄진다. 광고는 다 알 것이고, 콘텐츠생산이라고 하면, '전문적인 콘텐츠 생산그룹'이라는 개념이다. 블로터닷넷이 추구하는 IT 관련기사는 기술 용어만 늘어놓는 게 아니라 일상생활에 초점을 맞춰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잇는 '고급 콘텐츠'의 개념이다. 기업으로부터 이런 콘텐츠에 대한 생산 의뢰를 받아 수익을 올리는 것이고 현재 그런 의뢰들이 있다."

- 블로거들이 '전문적인 콘텐츠 생산그룹'을 형성해 수익이 창출되면 그들에게도 돌아가는 게 있나.
"블로터닷넷을 시작할때 '수익공유'에 대해 이미 공지했다. 광고수익에 대해선 '블로거들이 열심히 포스팅을 하면 블로터닷넷은 광고를 수주해 참여한 만큼 계산해 블로거들에게 나눠주겠다'는 것이고, 콘텐츠 생산 부문의 수익은 '블로터닷넷이 브로커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참여하고 있는 블로거들에게 부끄럽고 미안한 얘기지만 솔직히 공유할 수 있는 수익이 아직 없다. 그러나 블로터닷넷은 '수익공유'에 대한 방침을 유지하고 있고, 앞으로 그렇게 할 것이다."

"2008년의 화두는 팀블로그"

ⓒ 오마이뉴스 안홍기
- IT 분야에만 집중하는 이유는 알겠는데, 블로거를 중심으로 한 미디어의 역할을 하려면 영역의 확장은 필수적인 것 같다.
"우리는 IT에 초점을 맞추겠지만, 다른 영역과 손을 잡는 방식을 통해 블로그 미디어의 세상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영화 전문 팀블로그가 생기면 같이 미디어를 구성하는 것이다. 미국의 테크크런치가 대표적인 팀블로그 사례인데,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팀블로그가 생겨나고 있다.

팀블로그가 모이는 미디어가 생기면 좋을 것 같다. 제휴 형식이나 또다른 방식을 통해 서로 손을 잡고 시장을 같이 키웠으면 좋겠다. 그런 저변의 확대가 지금 IT 분야의 화두라고 본다. 개인적으로 2007년의 화두는 팀블로그라고 생각했는데 아직은 미약하고 2008년에는 분명히 그렇게 될 것이다."

- 블로터닷넷의 대표로서 지금 갖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은 뭔가.
"내가 비즈니스를 모른다는 것이다. 사실 처음 시작할 땐 세금계산서가 뭔지도 몰랐을 정도로 둔감했다. 돈이 왔다갔다하는 것에 대해선 전혀 몰랐고 영업도 몰랐다. 지금은 영업·관리를 담당하시는 분이 있지만 난 지금도 익숙치가 않다.

사업을 하다보니까 '다른 기업에 이렇게 제안을 하면 좀 되겠다' 싶은 것들이 있는데, 아이디어까지만이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부분은 아직 어려움이 많다."

태그:#블로터닷넷, #웹2.0, #블로거, #팀블로그, #김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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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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