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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이태원동에 위치한 이슬람사원. 경찰은 일반인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 최재인
"탈레반이 코란을 진정으로 믿는다면 납치극은 발생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이슬람의 가르침을 어겼다."(식당경영인 와히드)

지난 20일 아프간 무장세력인 탈레반에게 피랍된 배형규 목사가 5일 만에 피살됐다. 아프간 현지에서는 피랍된 22명 가운데 일부가 곡기를 끊고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 들어오고 있다.

이 가운데 <오마이뉴스>는 26일 서울 용산 이태원동에 위치한 이슬람사원을 찾았다. 국내 체류중인 이슬람교도들이 바라본 이번 사건은 어떤 것인지 인터뷰하기 위해서다.

매일 20~30명 이슬람교도들이 사원을 찾는다고 했지만 비교적 한산했다. 한국경찰들이 이슬람사원 앞을 가로막으며 오가는 이들의 자유로운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배 목사의 피살 이후 서울이슬람교중앙회 사무실로 협박전화를 하는 한국인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사원을 폭파하겠다" "돼지 피를 뿌리겠다" 등의 전화 협박으로 서울이슬람교중앙회 사무국장은 간밤에 한숨도 제대로 잠들지 못했다고 기자들에게 토로했다.

서울에 머무르고 있는 이슬람교도들은 2004년 피랍됐다 살해된 고 김선일씨의 악몽이 되살아날까 두려워하고 있는 눈치이기도 했다. 배 목사의 살해 직후 이슬람교도들의 발길이 급거 뜸해진 것이 그것을 대신 웅변하고 있었다.

"23명, 선교위해 '불' 속에 뛰어든 셈"

5년째 한국에 살고 있는 샤비르 칸(42, 파키스탄)은 "누가 당신에게 100만원을 주고 불 속에 뛰어들라고 한다면 그렇게 하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한국 기독교도들이 이란과 아프간이라는 불 속에 뛰어든 것"이라고 다소 은유적으로 말했다. 이어 그는 "누구도 무슬림(이슬람교도)들에게 종교를 바꾸라고 강요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샤비르 칸은 한국 기독교도들의 공격적인 해외선교활동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태어날 때부터 이슬람교리를 배우고 익힌 사람들에게 아무리 기독교정신을 강요한다고 해도 갑자기 자신의 종교를 바꿀 수는 없는 것이라는 항변이기도 했다.

서울 이태원동의 한 파키스탄음식점에서 만난 방글라데시인 해싼(27)도 "한국 사람들이 아프간에 간 것은 잘못이 아니지만 종교를 강요한다면 그것은 기분 나쁜 일"이라며 "무엇보다 그런 선교활동은 이슬람교도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결코 무엇으로도 이슬람교도들의 신앙을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날 서울 용산 이태원동 근처의 한 이슬람식당에서 만난 김아람솔(16)군은 이슬람교도들의 처지에서 좀더 구체적인 말을 건네기도 했다.

김군은 터키 이스탄불에서 중학교를 다니다 방학이 되어 잠시 귀국한 학생이다. 그는 "이슬람국가에서 한국식으로 기독교 선교활동을 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라고 이렇게 말했다.

"터키 현지에서 운영되는 교회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십자가를 천으로 가려 놓아서 교회라는 걸 알아볼 수 없었다. 이슬람국가에서 기독교도임을 공공연히 밝히는 일은 그것조차로 매우 위험한 일이다."

▲ 경찰은 이슬람교도들에 대한 우발적 행동을 우려해 일반인들의 이슬람사원 출입을 금하고 있었다. 사진은 기자들의 신분증을 검문검색하는 경찰.
ⓒ 김주현

무슬림, "탈레반 인질 납치는 평화에 반하는 행동"

탄비르 아흐메드(36, 파키스탄)는 서울 용산 이슬람사원 근처에서 컴퓨터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우리 무슬림이 보기에 탈레반은 이슬람교인이 아닌 테러리스트"라며 "탈레반 세력은 이슬람교인도 죽이고 파키스탄 사람도 죽인다"고 우려했다.

또한 그는 "탈레반이 코란을 믿는다면 그런 사건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들이 이슬람의 가르침을 무시했기 때문에 이같은 일이 발생됐다"고 안타까워했다.

파키스탄 음식점을 운영하는 와히드(30, 파키스탄)는 "지난달 파키스탄에서도 이번과 같은 인질사건이 일어났다"며 "이슬람교의 경전 코란에는 사람을 납치하고 죽이라는 가르침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탈레반은 이슬람을 믿는다고 하지만 사실상 종교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는 행동"이라며 "이슬람교인들은 원래 평화를 사랑하며 싸우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탈레반 세력이 아프간에서 파키스탄으로 이동하여해 사고를 저질러도 사람들은 파키스탄에서 탈레반을 키운 줄 오해한다"며 "말레이시아에서는 이런 사건이 생기면 아프간 사람들과 파키스탄인들을 강제출국시킨다"고 걱정했다. 그는 이번 경우에도 탈레반에 의한 추가 살상이 벌어질 경우 한국에 머물고 있는 이슬람교도들에게 불똥이 튈까 걱정하는 눈치였다.

무엇보다 그는 "이 때문에 탈레반의 행동에 대해 많은 파키스탄 사람들(특히 아프간과의 국경지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반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탈레반 때문에 모든 이슬람교인들을 매도해서는 안 된다"며 "그들은 교육을 받지 않은 불법적인 세력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탈레반=무슬림? 한국인들 손가락질에 상처받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자그마한 점포를 운영한다는 하산(32·방글라데시아)은 "이슬람교인들은 '평화'를 가장 중시하는데 탈레반은 이슬람교의 믿음과 다르게 행동한다"며 "탈레반 세력이 대체 뭘 믿고 싸우는 건지 모르겠다"고 서글퍼했다. 피랍은 잘못된 행동이라는 지적도 덧붙였다.

이어 하산은 "국민의 80% 정도가 이슬람교도들인 방글라데시에 다른 종교가 선교활동을 왔다는 말만 들어도 우리는 분개하는데, 한국 교회가 선교활동 차원에서 아프간에 간 것이라면 매우 잘못된 행동"이라며 "선교활동을 해도 종교를 바꾸는 무슬림은 거의 없을 것"이라 말했다.

그는 2004년 고 김선일 피살 이후, 길을 걸어갈 때 "알라 알라, 조심해라. 죽일 것"이라는 한국인들의 손가락질을 당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탈레반 세력이 일으킨 문제임에도 같은 이슬람 교인이라는 이유로 그런 대우를 받을 때는 매우 속상하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오마이뉴스> 인턴기자들의 공동취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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