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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사는 7월2일부터 7일까지 제37기 사법연수원생 10명을 대상으로 신문제작 실습과정을 가졌다. 유미디어랩과 윤전기 가동 모습 견학, 편집회의 참관, 현장 취재, 미니신문 제작 등의 과정을 밟았다고 한다. 이 정도야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조선일보의 역사를 왜곡하고 미화하여 미래의 법조인들을 '조선일보 사람들'로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조선일보 사보> 7월13일자에 따르면, 교육과정을 수료한 연수원생들 대부분은 "조선일보에 대해 갖고 있던 잘못된 선입견이 말끔히 해소됐다"는 의견을 내놓았다고 한다.

이재익 연수원생은 "조선일보가 지금까지 있을 수 있기 위해 많은 사람의 희생이 있었고 그 희생은 곧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한 희생의 초석이 되었음을 알았다"며 "간혹 조선일보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는 일부의 사실을 부풀려 전체로 매도하는 결과가 아니었나 하고 생각한다"고 했다고 한다. 이용천 연수원생도 "이번 실무수습 과정을 통해 조선일보는 친일과는 거리가 먼 자국적 자생신문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사법연수원생을 불러 역사를 왜곡·미화하고, 그 결과 연수원생들이 왜곡된 역사의식을 말하는 것을 버젓이 사보에 게재하는 뻔뻔스러움을 확인할 수 있다. 친일신문이 대한민국 독립을 위해 희생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대한민국 독립은 또 무슨 의미일까? 조선일보가 친일과는 거리가 먼 자국적 자생신문이란 얘기도 역사의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 모두 거짓말이다.

관련하여 7월25일 <조선닷컴>에 재밌는 기사가 하나 떴다. '거짓말 심은데 거짓말 난다 / 길러지고 되물림되는 피노키오 신드롬, 아이들 앞에서는 말조심부터'가 그것이다. <조선>이 역사를 왜곡하고 불공정한 보도를 자행하는 행위의 키워드는 '거짓말'이다. 그러니 이 기사는 <조선> 자신에게 해당하는 지침이다. 기사에서 소개한 최윤식 연세대 인간행동발달연구소 연구원의 진단이다.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은 구분이 별로 안 돼 있어서 자신의 거짓말이 진짜라고 최면을 건 뒤 오랜 시간 합리화시키며 페르소나를 만들어왔다면 거짓말이 들통 난 상황에서도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정확하게 '조선일보 사람들'의 모습이다. 기사의 서두에 소개됐듯이, 성인이 거짓말을 반복함으로써 더 이상 그의 삶에 진실이란 것이 없어지는 일종의 질병, 피노키오 신드롬(Pinicchio Syndrome)인 것이다. 조선일보사는 자신의 질병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염시키고 있는 셈이다.

<사보>에 따르면, 연수원생들은 이번 연수 프로그램이 언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높이고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며 후배들에게도 추천하겠다고 말했다 한다. 전염된 것이다. 조선일보를 통해 언론과 한국사회를 이해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조선일보는 언론의 정도에서 이탈해 있으며, 한국사회를 오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사는 대학의 학보 기자들을 대상으로 해서도 '교육'을 실시한 바 있다. <사보>에 따르면, 7월10일과 13일 전국의 학보 기자 128명을 대상으로 '조선일보 사람들' 만들기에 나섰다. 이들은 교수신문 주관의 '대학언론 기자학교' 참가자들로서 기자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조선일보사를 방문한 것이다. 교수신문이 왜 하필 조선일보사를 선택했는지도 유감이다.

교육내용은 연수원생들과 비슷했던 것 간다. 견학과 편집국장과의 간담회, 그리고 조선일보사 홍보영상물 시청 등이다. 홍보영상물에 대한 소개는 없고, "조선일보에 대한 막연한 선입견도 없지 않았는데, 여러모로 도움이 됐다"는 경상대 강대웅 편집국장의 반응만 소개하고 있다.

조선일보사는 학생들에게 조선일보사 발행의 <조선일보 사람들>과 <조선일보 역사 단숨에 읽기>를 기념품으로 전달했다고 한다. <조선일보 사람들>은 민족의 지도자들을 제 멋대로 '조선일보 사람들'로 끌어들여 이미지 순화를 시도한 책이고, <조선일보 역사 단숨에 읽기>는 조선일보의 역사를 왜곡한 책이다. 역사의식이 빈약한 학생들이 읽어서는 안 되는 책들이다.

예비법조인과 대학언론 기자들이 "조선일보에 대해 가졌던 잘못된 선입견들이 말끔히 해소됐다"고 하는 '사태'를 어떻게 해석하고 대처해야 하는가? 우리 사회 지식인들이, 조선일보는 일제의 식민통치에 저항하여 독립의 초석이 되었고, 공정한 보도로써 언론의 귀감이 된다고 믿을 때 한국사회와 민족의 미래는 없다. 언론운동진영과 진보·개혁진영이 방심하고 있는 사이 조선일보는 치밀하고 집요하게 '거짓의 성채'를 쌓고 있는 것이다.

태그:#조선일보, #사법연수원생, #교수신문, #기자교육, #역사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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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 한일장신대 교수, 전북민언련 공동대표, 민언련 공동대표, 방송콘텐츠진흥재단 이사장 등 역임, 리영희기념사업회 운영위원. 리버럴아츠 미디어연구회 회장, MBC 저널리즘스쿨 강사, 한국미디어리터러시스쿨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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