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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란교회의 김홍도 목사는 지난 8일 주말예배 설교에서 "기왕이면 예수님을 믿는 장로가 대통령이 되도록 기도해야 한다"며 '이명박 지지' 성향을 드러냈다.
ⓒ 오마이뉴스

한 대형교회의 '반공목사'가 특정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설교로 구설수에 오르게 생겼다.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금란교회의 김홍도 목사는 지난 8일 주말예배 설교에서 "친북·친공·반미·좌파세력이 정권을 잡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기왕이면 예수님을 잘 믿는 장로가 (대통령이) 되도록 기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서 "예수님을 잘 믿는 장로"란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를 가리킨다. 이 후보는 현재 소망교회의 장로이다.

이러한 노골적인 특정후보 지지는 '사전선거운동'에 해당돼 선거법 위반 논란이 예상된다.

김 목사는 지난해 5월, 공금 횡령(32억여원)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750만원의 유죄가 확정되었다. 그는 유죄 확정 직후 아들인 김정민 목사에게 금란교회 담임목사직을 세습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붉은 용에 짓밟히느냐, 선교대국으로 축복받느냐"

이날 김홍도 목사의 설교는 '반공'과 '정치색'이 뒤섞여 있었다. 먼저 그는 월남의 패망을 언급하면서 "종교지도자들은 티우 대통령 사퇴를 강요했는데 공산화 통일이 되자마자 (공산당이 종교지도자들을) 먼저 잡아다 죽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무도 월남이 망하리라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다가 그 꼴이 되고 말았다"며 당시 월남의 상황을 '2007년 한국의 상황'에 대입시켰다.

"우리나라에도 국회(의원), 정부기관 각료 중에 얼마나 빨갱이 많습니까? 옛날로 치면 총살시켜야 할 사람들이 큰소리 땅땅 치고 있습니다. 수많은 양민을 학살한 간첩, 빨치산들에게 훈장을 주고 보상금을 주고 기념비석까지 세워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반공설교'의 주요 메뉴는 사실과 주장이 뒤죽박죽인 색깔론이다. 김 목사의 색깔론은 현재 보수진영의 최대 관심사인 '좌파정권 교체론'으로 이어진다.

그는 "금년 말 대선은 이 나라의 운명을 결정한 순간이요, 그 전에는 한나라당의 경선후보를 결정하는 일"이라며 "어쨌든 친공·친북·반미의 좌파가 다시 정권을 잡지 못하도록 기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우리는 붉은 용의 세력에 짓밟혀 처참하게 망하느냐, 사탄을 격파하고 승리하여 선교대국이 되어 축복을 받느냐의 기로에 달려 있다"며 "적화통일 즉 붉은 용이 지배하는 나라가 되지 않으려면 목숨 걸고 기도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또 김 목사는 "적화통일이 되면 6만 교회가 다 파괴되고 대학살이 자행되고 경제가 몰락해 거지의 나라가 된다"며 "공산주의는 남의 것을 빼앗아 골고루 나눠 가지자는 사상이기 때문에 거지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숨겨둔 여자·사생아 있다고 해도 밀고 나가야"

▲ 지난 2005년 3월 보수단체들 주최 집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는 김홍도 목사. 하지만 김 목사는 지난해 5월 교회 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유죄를 확정받았다.
ⓒ 오마이뉴스 안홍기
'반공설교'는 서서히 '정치설교'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김 목사는 "전자개표기 조작이나 부정선거를 통해서 친북·친공·반미·좌파세력이 정권을 잡아 적화통일을 획책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이렇게 자신의 정치색을 드러냈다.

"엊그제 신문을 보니까 '킴노박이 합세해서 이명박을 죽이려 한다'고 했습니다. 무슨 미국 배우 이름이 나오나 싶었는데, 김대중(킴), 노무현(노), 박근혜(박)가 합세해서 (이명박) 죽이기 작전을 편다는 것입니다. 전에 이회창씨를 죽이듯 온갖 계략과 거짓으로 (이명박 후보를) 공격하고 때리는 것입니다."

그는 "오죽했으면 전에 장관 지내던 사람과 이덕화씨를 비롯한 수십 명의 연예인이 발 벗고 나섰겠느냐"며 '이명박 방어'에 적극 나섰다.

"(이명박 후보의 경우) 숨겨둔 여자·사생아 (얘기도) 있지만, (설사) 있다고 해도 우리는 상관하지 않겠다, 마음 흔들리지 말고 밀고 나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김 목사가 행한 '정치설교'의 종착역은 분명했다. "후보 경선과 대선을 위해서 목숨 걸고 구국의 금식기도를 해야 한다"는 것. 물론 최선의 목표는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다.

"친북·좌파세력은 이명박씨를 대선에 못나오게 하려고 온갖 일을 다해서 치우려고 합니다. 그 다음에 박근혜씨라도 대통령이 되면 다행이지만 (친북·좌파세력은) 포문을 박근혜씨로 옮겨 또 잡아치웁니다. 그 사람이라도 되면 다행이지만 여자라고 더 얕잡아 보지요. 우리는 구국 금식기도를 선포하는 바입니다. 위기에 처한 우리나라, 붉은 용이 이 나라 지배하지 못하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그런 가운데 김 목사는 "(한나라당을) 차떼기당이라고 하지만 공산당보다 낫다"는 극언까지 쏟아냈다. 그는 "빨갱이들하고 가까운 사람들은 몇 천억, 몇 조원을 해먹었다고 한다"며 "차떼기보다 더 무서운 것"이라고 말했다.

▲ 소망교회 장로인 이명박 후보.
ⓒ 오마이뉴스 권우성
"경선과 대선을 위해 '주여'를 세 번 부르짖자"

끝으로 김 목사는 "적화통일 된 공산치하의 정치범 수용소에서 뱀이나 쥐를 잡아먹기보다는 죽은 셈치고 목숨 걸고 후보경선과 대선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며 이렇게 설교를 끝맺었다.

"나라의 위기가 보통이 아닙니다. 공산화가 되지 않도록 '주여'를 세 번 부르짖읍시다. 나라를 위해서, 경선과 대선을 위해서 세 번 이상 '주여'를 부르짖고 기도합시다."

한편 지난 6월 21일 '기독교계의 뉴라이트'인 한국기독교개혁운동(대표 한성진 교수, 한기운)이 '이명박 지지'를 공식 선언한 바 있다. 정치설교로 유명한 이수영 고문(새문안교회 담임목사)은 '개인적으로는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지만, 공식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지지자 명단에서 이름을 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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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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