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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권의 한 홈에버 매장에서 운영중인 기도실 내부의 모습.
ⓒ 오마이뉴스 김정훈
현재 32개 홈에버 매장은 물론이고, 뉴코아를 비롯한 이랜드 소속의 거의 모든 매장에는 기도실이 설치되어 있다. 이는 나눔·바름·자람·섬김 등 기독교적 가치를 경영 이념으로 표방하는 회사 측의 방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실제 이 곳을 이용하는 직원을 그다지 많지 않다고 한다. 뉴코아 일산점 노조지부장 김인식씨는 기도실 운영에 대해 한숨부터 내쉰다.

"기도실에 가서 기도를 해야만 그게 정말 기도인가요? 꼭 기도실이 아니더라도 자기가 있는 곳에서 하나님을 위해 기도하면 그것이 기도인데 이것은 남에게 보여주려는 시설이라고 밖에는…."

자신도 종교인이라고 밝힌 김씨는 회사를 강하게 비난했다. 문제는 기도실만이 아니라 그 공간에서 이뤄지는 '하나님과의 경건하고 소중한 대화'라는 것이다.

"기도실엔 여러 개의 기도주문이 걸렸는데 첫 번째가 '세후 이익 6% 달성'입니다. 세후 이익 6% 달성은 각종 비용과 세금을 제외한 이익을 6%로 끌어올리자는 거에요. 이것은 종교를 회사 경영에 이용하는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새벽기도에도 나가던 집사 직원이었지만...

까르푸와 홈에버를 거치며 6년째 일하고 있는 임지은(가명)씨 역시 답답함을 호소한다. 한때 집사 직분도 받고 새벽기도도 헌신적으로 나가는 등 독실한 신앙생활을 해왔다고 자부하는 그녀는 지금 교회에 나가지 않는다.

"까르푸에서 홈에버로 바뀌면서 수면실을 없애고 휴게실을 축소시키는 대신에 없던 기도실을 강제적으로 만들었어요. 예전엔 장시간 일을 하다 보면 피곤해서 잠시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수면실은커녕 휴게실마저 축소된지라 기도실에라도 잠시 누울라 치면 바로 불러내는 실정이에요."

장시간 서서 일하는 특성 때문에 하지정맥류나 불규칙한 화장실 사용으로 인한 방광염을 앓고 있는 동료들이 종종 고통을 호소한다는 임씨는 직원의 건강을 거의 고려하지 않고 대신 종교와 이익에만 천착하는 회사의 이기적인 태도에 결국 자신이 믿는 종교에도 회의를 느꼈다고 한다.

"예전에는 직원들 사이에 관계가 좋았어요. 힘들면 잠시 내려가 쉬다 오라고 서로 격려도 하면서 인간관계가 돈독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외부 용역을 통해 직원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해요. 인간이 인간을 감시한다는 것이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요."

이랜드 노동조합의 이미애씨는 "'우리 회사를 더 성장하게 해달라'거나 '매출 10억 달성' '층 매출 1억 달성' 등의 보다 노골적인 내용들이 기도문으로 제시되기도 한다"고 말한다.

"회사는 기도실 운영이 자발적인 활동의 공간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제 주변에서도 승진문제를 고민하다가 기독교로 개종하는 분도 봤고 심지어 협력업체 직원들조차 눈치를 보며 기도회에 참석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 기도실을 운영중인 이랜드 계열 매장들.
ⓒ 오마이뉴스 김정훈
사목실 "직원 불만 없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이랜드 사목실의 김윤섭 사목의 말은 달랐다. 김윤석 사목은 "이랜드 계열 모든 매장에 기도실이 운영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운영은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진다"고 말한다.

"기도실은 사내 기독교 신자들을 위한 기도 공간입니다. 업무상 휴일 종교활동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만들었고 이 외에 직장생활 간의 고충상담이나 사고나 질병을 얻은 직원들의 정신적·심리적 상담을 위해 존재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홈에버 매장으로 바뀌면서 수면실과 휴게실을 폐쇄하거나 축소하고 대신 기도실이 신설된 문제에 대해 김 사목은 "일부 매장에서 점포 상황에 따라 축소되거나 폐쇄된 경우가 있지만 이는 이전엔 없던 직원식당이 함께 만들어지면서 불가피한 면이 있는 것일 뿐 내가 알기로 직원들의 불만은 없는 걸로 안다"고 밝혔다.

'세후 이익 6% 달성'이라는 기도주문과 관련해서도 "회사니까 그럴 수 있지 않느냐"라고 반문한 뒤 "그렇다면 동국대의 미션 스쿨도 같은 문제로 지적받아야 하느냐"며 '미션컴퍼니'라는 기업문화의 특성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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