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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27일자 <한겨레> 1면. '"김승연 한화 회장이 직접 때렸다"' 기사는 그동안 익명으로 보도됐던 사건의 전말을 속 시원히 밝혔다.
ⓒ <한겨레> PDF

킬러본능.

단칼 혹은 한방에 끝낸다. 정확하게 목표를 포착하고, 확실하게 목표를 타격한다. 아마도 킬러의 속성이자 핵심 자질일 것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아들의 유흥주점 폭행사건의 '전모'를 드러낸 오늘 <한겨레> 기사를 보며 '킬러본능'을 떠올리게 된다.

<한겨레>는 오늘 1면 머리기사 '"김승연 한화 회장이 직접 때렸다 (특별취재반)"'와 관련 기사를 통해 며칠 동안 화제가 됐던 '김승연 한화그룹 아들 폭행사건'의 전모를 명쾌하게 드러냈다.

'의혹'에는 침묵, '사실'에는 단칼

바로 이 사람이 'K'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일단 이 기사에서 <한겨레>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직접 아들 폭행 사건 가담자들을 보복 폭행한 사실을 밝혀냈다.

김승연 회장 아들과 시비가 붙었던 종업원들은 한밤 중에 청담동 인근 야산으로 끌려가 피투성이가 될 정도로 두들겨 맞고 생명의 위협까지 느꼈던 것으로 드러났다. 보복 폭행에 동원된 경호원들 가운데는 '회칼'을 차고 있는 사람도 있었던 것도 드러났다.

경찰이 사건 다음날 구두 진술 등을 통해 사건의 전모를 거의 파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숨겨왔다는 새로운 의혹도 제기됐다. 관할 경찰서인 남대문 경찰서의 소극적인 대응은 물론이고 서울경찰청 광역 수사대에서 내사를 하던 중 석연찮은 이유로 내사가 중단된 사실도 드러났다.

어제 그제, 다른 신문과 방송들이 이 사건을 '의혹' 차원에서 보도할 때 <한겨레>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미디어비평 전문지 <미디어오늘>은 이를 두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다른 신문들이 다 보도하고 있는데도 왜 <한겨레>만 보도하고 있지 않느냐는 의혹 제기였다.

충분히 제기할 만한 의혹이었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한겨레>의 답변도 분명했다.

<한겨레> 사회팀장은 "사실 확인이 안된 상태에서 소재가 솔깃하다는 이유만으로 보도하긴 어렵다"며 "시점상 한 발 늦더라도 정확한 사건 전모를 보여주자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다른 신문이나 방송들에 대해 "의혹제기 수준이거나 첩보를 근거로 쓰는 면도 있다고 본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약속지킨 <한겨레>, 그 근성을 기대한다

그리고 <한겨레>는 그 언약을 지켰다. 시점상 한 발 늦었지만, 사건의 전모를 명쾌하게 드러냈다. 사건 보도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구차하게 'A그룹' 'H그룹' 'K모 회장' '김 모 회장'이라는 익명과 가명의 너울을 벗겨버렸다(일부 인터넷 언론에서는 <한겨레> 보도 이전에 실명을 쓰기도 했다). "K모 회장이 직접 때렸다는 말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말도 있다"는 식의 어정쩡한 의혹제기도 단숨에 뛰어넘었다. 경찰의 사건 은폐 의혹도 구체적으로 제기해 재벌과 금권의 힘이 수사에 영향을 미쳤음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정면승부와 킬러본능. <한겨레>는 이번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아들 폭행사건 보도를 통해 그 가능성과 힘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바로 '집중력'과 '근성'의 또 다른 말이기도 할 것이다.

꿈틀대기 시작한 <한겨레>의 킬러 본능이 어떻게 분출될지 흥미롭다.

▲ <한겨레>는 1면에 이어 2·3면에서도 사건 정황을 자세히 보도하고 경찰의 석연치 않은 수사행태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 <한겨레> 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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