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기사 수정 : 25일 오전 9시 7분]

H그룹 회장 아들이 술집에서 사소한 시비 끝에 폭행을 당하자 아버지가 직접 나서 아들의 '복수'를 해줬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국내 10대 그룹 중 하나인 H그룹 K회장이 경호원들을 동원해 아들을 폭행한 이들에 대해 보복성 폭행을 가했다는 첩보가 입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조사 결과 K회장은 아들을 대동해 현장에 나타나 가해자로 알려진 이들을 붙잡고, 자신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들이 '복수'를 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이 일어난 것은 지난 3월 7일 밤. K회장의 둘째 아들인 대학생 K씨(20대)는 서울 청담동 A룸살롱에서 술을 마시다 옆자리 손님 3명과 시비가 붙었다. 다툼 끝에 K씨는 계단으로 굴러 떨어졌고, 이 때문에 얼굴에 10여 바늘을 꿰매야 하는 상처를 입었다.

K씨를 다치게 한 손님들은 서울 중구 북창동의 B룸살롱에서 일하는 종업원들. 아들의 부상 소식을 들은 K회장은 곧바로 '가해자'의 신원을 파악하도록 지시했다. 이들이 북창동 술집의 종업원들임을 알게 된 K회장은 다음날인 8일 경호원 20여명을 대동하고 '출동'했다.

K회장이 등장한 북창동 골목은 마치 영화에서 보는 조폭 보스의 출현을 방불케 했다고 한다. 당시 한 목격자는 < YTN >과의 인터뷰에서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업소로 들어갔고, 몇몇은 무전기를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북창동 술집 앞 골목에는 검은색 '에쿠스' 승용차 7대가 줄지어 서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경호원들은 K회장 아들을 폭행한 종업원들을 데리고 나왔고, 북창동 술집 사장도 따라 나왔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K회장은 이들을 모처의 창고로 끌고 가 아들로 하여금 직접 '복수'하도록 종용했다. 아들인 K씨는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이들 3명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했다는 것.

그룹 관계자 "화해시키려 술 한잔 한 것"

그러나 아들이 아닌 K회장이 직접 이들을 폭행해 '징벌'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도 있다. <연합뉴스>는 "어떤 창고로 데려간 뒤 경호원들이 무릎을 꿇리자 K회장이 폭행했고, 한 동료는 잠시 실신했다 깨어나자 또 폭행당했다"고 보도했다. 마치 마피아 영화에서 보듯 아들의 복수에 아버지가 직접 나선 셈이다.

한편 경찰 관계자는 "K회장이 폭행 뒤 아들과 가해자들의 화해를 주선하며 함께 술을 마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아들로 하여금 폭행을 시킨 뒤 화해를 주선했다는 얘기다.

K회장의 그룹사측은 '보복성 폭행'으로 알려진 사건을 인정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K회장이 (가해자들이 일하고 있는) 현장에 나간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K회장이 직접 폭행했다는 주장은 부인하고 있다.

그는 또 "K회장이 간 것은 사과를 받고 화해를 시키려고 했던 것"이라며 "그 친구들(가해자들)하고 그냥 술을 한잔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후에 더 이상 시끄러운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서로 화해하고 넘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 경찰이 (종업원들에게) 첩보를 받고 내사중이라 더 이상 말할 수 없다"고 입을 닫았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29일 첩보를 입수해 내사 중이지만 당사자들이 입을 열고 있지 않아 수사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보복성 폭행 사건의 파문이 확산된 만큼 조만간 당사자인 K회장과 아들을 소환해 조사를 벌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