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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두 건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표결에 붙여졌으나, 모두 과반의 찬성을 얻지 못해 각각 부결 처리됐다. 자신이 주도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부결되자,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본회의장에 앉아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기사 대체 : 7일 오전 10시]

(서울=연합뉴스) 맹찬형 기자 =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6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그의 향후 거취와 행보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잠재적 대선주자로 거론돼온 유 장관의 사의가 과연 수리될 지, 수리된다면 그가 별 저항없이 열린우리당에 복귀할 수 있을 지, 당 복귀 후에는 대선행보에 나설 지 등이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유 장관은 이날 저녁 노 대통령과의 만찬에서 국민연금법 개정안 부결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알았다. 두고보자"며 일단 사의 수용 여부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언급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청와대 주변에서는 노 대통령이 사의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며, 단지 "수용의 시점은 내게 맡겨달라"는 뜻을 내비친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내각잔류보다는 정치권 원대복귀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가 장관 취임 직후부터 국민연금제도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워왔다는 점에서 복지행정 '개혁'을 미완으로 남긴 채 내각을 사퇴하려는 결정을 당내에서는 의아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그래서 그의 사의 표명에는 표면적인 이유 외에 몇가지 숨은 의미가 담겨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우선 유 장관이 사의 표명을 통해 국민연금법 개정안 부결의 부당성을 알리는 일종의 '1인 시위'를 하면서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김근태 전 복지부장관 시절 추진되지 못한 국민연금법 개혁을 밀어붙인 유 장관으로서는 국회 표결을 통한 부결이라는 예기치 않은 사태를 장관직 사퇴로 '응전'하겠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유시민이 미워서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찬성하지 않았다"는 의원들이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열린우리당 탈당파 중에서도 상당수 포함된 점에 유 장관이 환멸을 느껴 스스로 장관직을 접겠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또 '원포인트' 개헌안 발의를 앞두고 유 장관을 당에 복귀시켜 개헌에 미온적인 우리당의 분위기를 추스르는 중심축으로 삼겠다는 노 대통령의 의중과의 교감을 통해 사의를 표명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고, 범여권의 잠룡(潛龍)들이 하나 둘 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유 장관도 서서히 대선행보를 시작해야 한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정도 있다.

어쨌든 유 장관의 사의가 수리되고 당 복귀가 현실화할 경우 우리당은 물론 범여권 대선구도에도 적잖은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유 장관은 우선 우리당 친노세력의 수장 역할을 해온 만큼 2월 전당대회 이후 흩어진 친노그룹의 재결집을 이뤄내면서 대선행보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문제는 유 장관에 대한 당내 '비토'세력이 워낙 완강하고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냉엄한 현실. 이 때문에 그의 당 복귀를 놓고 당내에서 분란이 일어날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당에 복귀하더라도 추가 탈당의 원인을 제공해 오히려 범여권 통합에 저해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다.

한 초선의원은 "노 대통령이 사표 수리를 하지 말아야 한다. 당에 복귀하지 말고 장관을 그대로 하면서 정치적 책임을 노 대통령과 끝까지 함께 해야 한다"며 "당에 복귀하면 혼란스러워지고 유시민이 다음 시대를 책임지겠다고 하면 복잡해지기만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초선의원도 "지금 당에 복귀하면 '실패한 장관'에 불과하고 대권행보를 하든 뭘 하든 아무 의미도 입지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고, 당 핵심인사는 "유 장관이 복귀하면 탈당하려는 사람들에게 빌미만 주고 분열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대선행보를 하더라도 범여권 대선구도에 도움은 안되고 이미지만 나쁘게 만들 것"이라고 혹평했다.

반면 노 대통령 측근 의원은 "국민연금법 개정 불발이 유 장관의 잘못도 아니고 그가 이에 대한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지고 당에 돌아오는 만큼 복귀에 대해 문제 삼는 분위기는 별로 없을 것"이라며 우호적인 전망을 내놨다.

mangels@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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