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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불정책(고교등급제·본고사·기여입학 등 금지)을 둘러싼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21일 서울대 장기발전계획위원회가 정부의 `3불정책'을 암초같은 존재로 비유하며 강도 높게 비판한 데 이어, 전국 158개 사립대 총장들로 구성된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회장 손병두 서강대 총장)가 22일 오전에 회장단 회의를 열고 3불정책 폐지를 요구하고 나서 파장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과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서로 상반된 주장을 펴며 3불정책 논란에 뛰어들었다.
노 대통령 "3불정책 폐지하면, 가난 대물림"
먼저 노무현 대통령은 3불정책 폐지 불가 의견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은 22일 대전에서 열린 '과학기술부의 국민과 함께 하는 업무보고'와 뒤이은 과학기술인과의 오찬에서 "경쟁 환경에서 더 유리한 사람들이 3불 정책 폐기하고 본고사 내놔라, 그래서 맘껏 경쟁시키자고 얘기한다"며 "그렇게 해서 (경쟁력 있는 사람을) 몇 사람 더 만들어낼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거기에 치어서 무너지는 사람들의 숫자는 얼마겠느냐"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3불 정책 중에서도 대학 본고사 정책이 핵심인데, 교육의 자유는 가져도 좋지만 왜 선발하는 것까지 꼭 자유를 가져야 하느냐"면서 "대개 합리적으로 1% 정도 선발할 수 있을 정도면 되지 이를 또 천분의 1로 나눠서 거기서 또 우열을 다 가리게 하는 문제에 부닥쳐 있다"고 3불정책 폐지론자들을 공격했다.
그는 "3불 정책을 무너뜨리고 본고사를 부활시켜 초중등학생부터 입시경쟁에 몰아넣으면 한국의 과학기술 경쟁력은 퇴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공교육 붕괴, 사교육 문제, 무한경쟁 교육 속에서 창의력 교육을 할 수 없었다"며 본고사 시절의 부작용도 지적했다.
그는 "평준화하고, 입시공부 없애고 난 뒤에 다양성 교육, 예체능 교육, 창의력 인성 교육이 알차게 이뤄지고 있다"면서 "입시경쟁이라는 것이 나쁠 것 없으나 필연적으로 획일화되고 암기 위주로 교육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평준화된 뒤 고등학교에 간 사람들이 50세 가까이 됐는데 이미 한국사회가 학문적 영역에서 중추적 역할을 잘하고 있고 아이들도 경쟁을 잘하고 있지 않느냐"라며 "이 교육제도가 과학기술 경쟁력 향상에 상당히 적합한 제도이기에 이 같은 성과를 거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몇몇 대학에서 지금 입시제도를 흔들고 있는데 아주 걱정스럽다"면서 "제 임기가 얼마 안남아 걱정스럽다"고도 토로했다.
정운찬 "정부는 학생선발 간섭하지 말라"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도 이날 3불정책을 둘러싼 논란에 가세했다. 정 전 총장은 범여권 대선주자로 분류되고 있지만, 이 문제에 관한 한 여권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는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청강연에서 "교육부는 고등교육에서 손을 떼야 한다"며 "'3불'까지는 아니더라도 본고사와 고교등급제는 허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서울대가 국립대이기 때문에 기여입학제는 아직 도입하지 않는 게 좋다"고 덧붙인 뒤, "대학이 어떤 학생을 뽑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느냐에 대해 정부는 더 이상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고 거듭 대학자율화론을 제기했다.
그는 양극화 해소를 위한 교육문제 해법으로 '입시 준비 교육'에서 '인재 양성 교육'으로의 전환, 하향식 평준화 지양과 수월성 교육 보완, 교육기관의 자율성 확보, 충분한 재정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대학에 대한 재정 투자 확대는 양질의 인적 자본을 확충하며 이는 다시 연구의 질적 수준 제고와 기술자본 확대의 선순환 고리로 연결된다"면서 "이를 통해 양극화를 해소하고 성장능력을 배양, 강소국으로 발돋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 총장 재직 때도 3불정책 폐지를 정부에 요구한 바 있다.
노무현-정운찬, 2년 전에도 3불정책 놓고 갈등
이날 각자의 의견개진을 통해 '간접충돌'한 노 대통령과 정운찬 전 총장은 2년 전에도 이 문제로 마찰을 빚은 바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 2005년 서울대가 2008년 입시안에 넣은 통합형 논술고사가 본고사로 인식되자 이를 '나쁜 뉴스'라고 표현했다. 그는 당시 '3불정책'유지 방침을 천명했고, 열린우리당도 정운찬 당시 서울대 총장을 비판했다.
이에 정 전 총장은 '입시안 고수'를 주장하는 한편, 고교평준화 제도의 재고를 요구해 갈등이 커지기도 했다.
두 사람이 이 문제를 놓고 직접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양자 모두 확고한 지론인데다, 노 대통령이 자신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생각하는 경우 대선주자들에게 직접 비판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립대 총장들은 대선주자들에게도 3불정책에 대한 의견을 공개하라고 요구할 계획이어서 이 문제가 대선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범여권 주자들은 대체로 3불정책 유지를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천정배 의원만이 기여입학제 도입은 검토가능하다는 의견이다. 반면 한나라당쪽 주자들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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